[시(詩)와 사색] 공손한 손

2024. 6. 1.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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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손한 손
고영민

추운 겨울 어느날
점심을 먹으러 식당에 들어갔다
사람들이 앉아
밥을 기다리고 있었다
밥이 나오자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밥뚜껑 위에 한결같이
공손히
손부터 올려놓았다
『공손한 손』 (창비 2009)

손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모양과 의미는 참 다양합니다. 먼저 엄지를 제외한 네 손가락 마디를 굽힌 다음 양손을 맞닿게 하면 하트의 형상이 됩니다. 요즘에는 주먹을 쥐고 엄지와 검지를 살짝 비트는 것으로 하트를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그런가 하면 손가락을 곧고 가지런히 펼친 상태에서 바닥을 내보이는 것은 선언 혹은 선서입니다. 이 상태에서 중지와 약지를 접으면 평화를 뜻하는 모양이 되고요. 반가울 때는 먼저 앞으로 나아가고 간절할 때는 공손하게 포개어집니다. 물론 손의 모양을 이용해 타인의 기분을 해칠 수도 있고 권총인 듯 쏘아댈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손으로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박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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