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속 절차’ 하이브 VS ‘협상 요청’ 민희진, ‘2차전’ 갈림길[스경연예연구소]
김원희 기자 2024. 6. 1. 00:00
하이브의 임시 주주총회는 민희진의 어도어 대표이사 해임에 실패했고, 민 대표는 하이브에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다. 한 달을 넘게 이어온 이들의 갈등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까.
31일 오전 열린 임시 주총은 민 대표 측 사내이사인 신모 부대표와 김모 이사를 해임하고, 자사 내부 임원인 김주영 CHRO(최고인사책임자), 이재상 CSO(최고전략책임자), 이경준 CFO(최고재무책임자)를 새 사내이사로 선임하며, 민 대표 변호인 측 발언에 따르면, 5분 만에 마무리됐다.
가장 핵심이었던 민 대표의 해임 여부는, 전날 있었던 법원의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 신청 인용으로 인해 하이브가 해임에 찬성하는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면서 무산됐다.
이에 하이브와 민 대표의 어색한 동행이 예고됐다. 하이브는 민 대표와의 분쟁으로 비롯된 여론전으로 크게 이미지 타격을 입었고, 레이블간 표절 문제·뉴진스 홀대 등 자칭 사내 ‘은따’를 주장했던 민 대표는 하이브 식구들로 꾸려진 어도어 경영진과 업무를 이어가게 됐다.
이에 과연 이들의 관계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향후 전개에 시선이 모인다.
“법의 테두리 안에서 후속 절차”
하이브 측은 민 대표와의 싸움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하이브는 가처분 신청이 인용된 30일 오후 공식 입장을 통해 “법원이 이번 결정에서 ‘민희진 대표가 뉴진스를 데리고 하이브의 지배 범위를 이탈하거나 하이브를 압박하여 하이브가 보유한 어도어 지분을 팔게 만듦으로써 어도어에 대한 하이브의 지배력을 약화하고 민희진 대표가 어도어를 독립적으로 지배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였던 것은 분명하다’고 명시한 만큼, 추후 법이 정한 테두리 안에서 후속 절차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곧 민 대표의 직위 유지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더불어 여전히 민 대표의 독립 시도에 중점을 두고 법적인 조치를 취하겠다는 상황이다. 그 때문에 민 대표가 1차전 방어에 성공했다고 해도 이들의 분쟁은 쉽사리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민 대표 변호인 측 역시 31일 기자회견을 열고 “대표이사는 이사회에서 이사들의 결의만 있으면 해임될 수 있다. 하이브 측이 법원의 취지를 존중한다면 선임된 이사들도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지만, 법적으로 강제할 방법은 없다. 아직도 불안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하이브 쪽 이사들이 대거 선임됐기 때문에 곧 이사회가 소집될 여지가 있다”며 “주주간계약을 지키라는 게 법원의 결정이고, 이사들도 민희진 대표를 해임하기 위한 행위를 하지 않도록 하이브가 적절한 조치를 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하이브 측에 호소했다.
“대의를 위해 참고 가야”
민 대표는 이날 주총 이후 즉시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대표이사직 유지에 기쁨을 표하는 한편, 한 달여의 싸움이 무색하게 하이브에 화합을 요청하는 제스처를 보냈다.
민희진은 “판결문을 잘 읽어보면, (‘배신적 행위가 될 수는 있겠지만’이라는) 워딩이 중요한 게 아니다”라며 “배신이라는 감정적 표현과 배임이라는 법률적 판단은 인과관계가 없다. 경영인은 숫자로 증명해야 하고, 그게 배신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 톱 보이밴드가 7년 만에 낸 성과를 걸그룹으로 2년 만에 냈다. 그런 나에게 배신이라는 단어를 쓸 수 있나”라며 하이브의 주장에 다시 한번 반박했다.
그러면서 뉴진스를 위해 대표이사직을 유지하고 싶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민 대표는 “내가 원하는 부분은 뉴진스라는 팀으로 내가 멥버들과 생각했던 비전을 이루는 거다. 내년 월드투어를 위해 연말 앨범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분쟁으로 기회와 가치를 날려야 하나”라며 “하이브에서도 내 이야기를 들을 텐데 타협점이 마련됐으면 좋겠다. 법원에서도 아니라고 했는데, 하이브에서 받아들여야 하는 부분도 있지 않겠나. 대의를 생각하는 게 맞지 않나 싶다”라고도 강조했다.
또 하이브 인사로 꾸려진 어도어 경영진과의 불편한 동행에 대해서는 “까놓고 말해 같이 일하기 힘든 건 저도 마찬가지다. 그렇지만 어른의 마음으로, 장기적으로 모두에게 유리한 방향을 생각하면 아프더라도 참고 가야 하는 거 아니냐”며 “(새 이사진이)업무적으로 협조하지 않으면 그들이 어도어의 배임이 되는 거라 그렇게는 안 하실 것 같다. 뉴진스에 대한 비전이 있는 분들이라면, 저랑 협의할 거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협상 혹은 2차전?
이에 따라 하이브가 어떤 노선을 선택할지 이목이 쏠린다. 하이브 측은 이날 기자회견과 관련해 아직 아무런 입장도 밝히지 않은 상태다.
진흙탕 싸움으로 길어진 갈등에 이미 체면을 구긴 만큼, 하이브가 이제 와서 순순히 물러서기는 쉽지 않으리라고 예상되지만, 이번 내분으로 인해 하이브를 향한 소속 아티스트들의 팬덤 여론이 많이 악화한 만큼 분쟁을 마무리 짓는 것 또한 시급한 상황이다.
혹여 하이브가 협상을 요청을 받아들인다고 해도, 그 과정 또한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민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협상은 상대가 어떻게 나오는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라며 주주간계약 중 ‘경업금지’ 조항을 제거해줄 것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동일 업종 창업 등을 막는 ‘경업금지’ 조항은 엔터계 예민한 사항인 만큼, 하이브 측의 마음이 동할지는 미지수다.
이들의 갈등에 어도어 소속 그룹 뉴진스 활동에 대한 우려, 그리고 대중의 피로감 또한 커지고 있다. 하이브가 기존에 밝힌 기조대로 2차전을 준비할지 혹은 화해의 손길을 붙잡을지에 따라, 싸움의 종식이냐, 장기화냐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원희 기자 kimw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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