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에서] 與 동요시킨 李 대표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가리켜 ‘여의도 대통령’이라고 했다. 22대 총선에서 압승한 거대 야당 대표로서 국회가 있는 여의도에서만큼은 못 할 일이 없다는 뜻이다. 최근 ‘여의도 대통령’의 모습이 유감없이 드러났다. 이 대표는 23일 봉하마을로 내려가는 차량 안에서 유튜브 생방송을 하며 “당신들(여당) 안을 받을 테니 21대 국회에서 연금 개혁을 처리하자”고 했다.
그러자 여야는 물론 대통령실과 국회의장까지 나서 며칠 동안 국민연금 문제로 갑론을박을 벌였다. 이 대표가 불쑥 던진 한마디는 정치권의 모든 이슈를 집어삼켰다. 지난 2년간 국회 연금특위에서 활동한 김성주 민주당 간사조차 “지금보다 뜨겁게 관심이 달아오른 때는 없었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정치적 의도를 의심했지만, 어찌 됐든 이 대표의 한마디에 ‘VIP 격노설’ 같은 정략적 이슈로 정쟁하던 정치권은 간만에 먹고사는 민생 문제를 놓고 생산적 논쟁을 벌였다. 어떻게든 상대를 끌어내리려는 ‘궁중 암투’에만 치우친 국내 정치 현실에서 한 달에 내가 국민연금에 내는 돈이 얼마인지, 은퇴 세대가 누린 연금 혜택을 2030 세대는 왜 누릴 수 없는지, 내 월급에서 떼일 보험료가 얼마큼 더 늘어날지 알고 있는 국민이 얼마나 되겠나. 상당수 의원조차 연금 개혁의 실상을 이번에야 제대로 알게 된 눈치다.
그런 면에서 여야 합의와는 별개로 이 대표가 연금 문제를 정치권 한복판으로 끌고 오자 국민의힘에선 “이 대표가 변한 것 같다” “대통령처럼 보이기 시작한다”는 반응들이 나왔다. 이후 전 국민 25만원 지급을 주장하던 이 대표가 차등 지원으로 한발 물러서고, 민주당에서 종부세 완화 주장까지 나오자 국민의힘은 동요하는 분위기다. 변화하는 민주당에 대한 본능적 두려움이다.
총선 때 ‘이조(이재명·조국) 심판론’을 두고 지금껏 논란이 되는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의 경우처럼 정치인이 어떤 시대정신을 포착하느냐는 문제는 사실상 정치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반 시민은 평생 검찰청 한번 갈 일도 없는데, 문재인 정권은 검찰 개혁만 부르짖다 집값만 2배로 올려놓고 5년 만에 정권을 내줬다.
저출생과 고령화, 양극화와 복지, 기후와 환경 등 국가의 미래를 위해 정치인이 명운을 걸 만한 시대 과제는 널려 있다. ‘여의도 대통령’이라는 이 대표가 수사기관이 다루면 족할 정쟁성 의혹에 매몰되기보다 이런 시대 문제들을 정치권 의제로 올려주는 역할에 앞장섰으면 한다. 그게 본인의 정치적 미래를 위하는 길이기도 하다.
이 대표가 탄핵과 특검을 아무리 외쳐도 이를 귀담아듣는 여권 인사는 없었다. 하지만 이 대표가 민생 문제로 치고 나오자 국민의힘도 이 대표를 다시 보는 분위기다. 이 대표를 지지하지 않던 많은 국민도 비슷한 느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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