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영옥의 말과 글] [356] 인생의 효자손
마음이 힘들어 명상 수업에 참가한 적이 있었다. 수업에는 집에 돌아가 해야 할 과제가 주어졌는데 인상적인 건 이 닦기 명상이었다. 이를 15분간 닦으며 이빨에 칫솔이 닿고 거품이 일어나고 세척되는 전 과정과 행위를 관찰하는 것이었다. 칫솔질이 뭐 그리 어렵겠냐고 생각했지만 평소보다 몇 배 많은 시간을 쓰기 위해선 속도를 늦춰야 했다. 결국 나는 평소 내가 분풀이하듯 이를 얼마나 세게, 빠르게 닦았는지 깨달았다. 그제야 치아에 파인 상처가 나 스스로가 무의식적으로 낸 것일 수 있겠다 싶었다.
오십견이 온 친구가 길을 걷다가 가려운 곳을 긁어 달라고 말하며 휴대용 효자손이 있는지 검색해봐야겠다고 말했을 때, 공감의 웃음이 터졌다. 오십에 이르자 갱년기를 겪는 지인들 사이에선 몸이 예전 같지 않다는 고충이 늘어난다. 문득 나이가 들면 기억력이 떨어지고, 팔의 가동 범위가 줄고, 눈에 초점이 맞지 않고, 점점 귀가 어두워지는 이유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는 “노안이 오는 이유는 눈앞의 작은 것만 보지 말고 크게 보라는 뜻이며, 귀가 어두워지는 건 사소한 상처의 말은 맘에 담지 말고 흘려듣고, 오십견이 온 이유는 필요할 땐 상대에게 도움을 청하라는 뜻”이 아니겠냐고 말했다. 평생을 자기 분야에서 치열하게 산 친구에게 나는 누군가의 도움을 받고, 흘려 보고 들으라는 말은 대충 살라는 뜻이 아니라 너무 날카롭지 않게 둥글게 살라는 뜻인 것 같다고 말했다.
사람을 만나다 보면 나이가 들수록 돈과 권력에 대한 욕망이 줄지 않고 오히려 늘어나는 이를 본다. 하지만 이런 이들과 대화하면 결코 행복하지 않다. 적절히 힘 빼는 법을 모르기 때문이다. 자신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것은 흘려보내야 한다. 그래야 행복을 만날 수 있다. 제 아무리 독립적으로 살던 사람이라도 지팡이를 짚듯 타인에게 도움을 받아야 하는 때가 온다. 남에게 도움을 잘 청하고 받는 것도 일종의 능력인 셈이다. 그렇게 인생을 잘 살아낸 사람들은 말년에 도처에 효자손 같은 사람들을 만나는 행운을 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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