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배의 공간과 스타일] [238] 노르망디의 3C
오래전 프랑스 보르도의 한 레스토랑에서 이 지역의 치즈가 어떠냐고 물어보았다. 주인은 웃으며 “우리는 소를 위해서 낭비할 땅이 없다. 치즈는 네덜란드에서 가져오면 된다”며 의미 있는 농담을 건넸다. 햇볕이 잘 드는 적합한 땅이라면 농산물 중에서도 특히 부가가치가 높은 와인을 두고 낙농을 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와인으로 유명한 프랑스지만 모든 지역의 땅이 포도농사에 최적인 것은 아니다.
특히 프랑스의 북측 바다를 면한 노르망디나 브리타니 지역은 날씨가 오히려 영국과 비슷하다. 쾌청일수도 적고 흐리거나 비바람이 몰아치는 날들이 많다. 당연히 비옥한 땅에 의존하는 농산물이나 과일의 생산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 낙농이 대안이므로 넓은 목초지를 이용해서 소를 키운다. 그리고 그 우유로 버터, 크림, 치즈를 만든다. 흰 곰팡이가 살짝 덥힌 딱딱한 표면, 흘러내릴 만큼 부드러운 연성치즈 카망베르(Camembert)다. 카망베르 마을을 중심으로, 살균되지 않은 우유로 만든다. ‘르갈(Le Gall)’이나 ‘이즈니(Isigny)’ 등 AOP 인증을 받은 최상의 버터들 역시 이곳에서 생산된다. 프랑스의 국민 샌드위치라는 ‘잠봉뵈르(Jambon Beurre)’를 파리의 유명하다는 베이커리에서 사 먹어도 노르망디의 동네 빵집보다 맛이 덜한 이유도 바로 이 지역의 버터 때문이다. 버터를 녹여 굽는 크레이프(crepe) 역시 다른 지역보다 월등히 맛있다. 포도 재배 역시 어려우므로 사과나무를 심고, 수확한 사과를 발효시켜 시드르(Cidre)라는 술을, 그리고 그걸 증류시켜 칼바도스(Calvados)를 만든다. 칼바도스는 19세기 말 필록세라(Phylloxera)의 유행으로 프랑스 와인 밭이 초토화되었을 당시 맥주, 위스키와 함께 와인을 대체하는 술로 부상하였다. 근래에는 요리에도 많이 사용되며 수요가 늘고 있다.
이런 노르망디의 세 가지 특산품 크림, 카망베르, 칼바도스를 ‘3C’라고 부른다. 척박하지만 그 지역의 환경을 최대한 이용하여 품질이 좋은 상품을 만드는 지혜가 돋보인다. 올해 6월 6일은 ‘노르망디 상륙작전’ 80주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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