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김윤종]‘연금 특검’ 필요하다는 미래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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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미래를 걱정하는 어른들이 정말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치적 이익을 위해 제대로 된 결정을 안 하는 정치인들, 심판해야 할 거 같아요." 21대 국회에서 끝내 국민연금 개혁안 처리가 무산되자, 한 18세 고교생은 이처럼 말했다.
한 청소년은 "(미래세대가) 성인이 되면 연금 개혁 과정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특검을 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여야 국회 연금특위 또한 공론화 조사, 2개안 압축 등을 거쳤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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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이 ‘맹탕안’ 만들라 압박”
대통령실에서 ‘맹탕 연금개혁안’을 만들도록 사실상 지시했다는 부처 공무원들의 하소연도 떠올랐다. 한 정부 관계자는 “정부안에 ‘얼마 내고’(보험료율) ‘얼마 받을지’(소득대체율) 등 구체적 수치가 빠지게 된 건 지난해 7월부터 일찌감치 대통령실이 지침을 그렇게 정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2022년 12월 “연금 교육 노동 개혁이 인기가 없더라도 미래세대를 위해 반드시 해내야 한다”고 밝혔다. 개혁을 강조한 대통령 지지율은 당시 40%가 넘었다. 앞선 정부에선 대통령의 가이드라인이 개혁 실패로 이어졌다. 2018년 8월 문재인 전 대통령은 보건복지부의 연금개편 초안에 대해 “개혁에 중요한 건 사회적 합의”라며 제동을 걸었다. 이후 4개 정부안이 국회에 제출됐고, 진전 없이 종료됐다.
윤 대통령의 개혁 발언으로 정부안은 구체적인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이 담긴 ‘단일안’이 될 것이란 기대가 컸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발표된 정부안은 단일안 대신 여러 변수를 조합한 24개 시나리오가 담겼다. 정부 관계자 등에 따르면 복지부는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최소 12%로 올려야 한다고 대통령에게 수차례 보고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총선 때문에 안 된다’는 입장을 보였으며,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가 단일안을 내지 않도록 다각도로 압력을 넣었다고 한다.
22대 국회, 연금개혁 속도 내야
실무자들 사이에서는 ‘억지로 여러 시나리오를 만드느라 힘들다’는 하소연까지 나왔다. 정부안이 발표된 후 대통령실은 언론 보도에 ‘맹탕’ ‘알맹이 없는’ 등의 단어가 들어가지 않도록 하라”는 지시까지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과정 속에서 동력을 잃은 연금개혁은 4월 총선 후에도 달라지지 않았다. 야당은 ‘여당안(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43%)을 수용하겠다’고 제안했지만, 대통령실과 여당은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공무원연금 등을 함께 바꾸는 구조개혁을 해야 한다”며 거부했다.
물론 연금개혁 무산이 대통령실만의 책임은 아니다. 여야 국회 연금특위 또한 공론화 조사, 2개안 압축 등을 거쳤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개혁을 미루는 정치권 심리도 이해는 된다. 부담은 높이고 혜택은 줄이는 방향으로 개혁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 보니 국민적 반감이 크고,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럼에도 연금개혁을 미루는 기성세대에 대한 미래세대의 분노가 생각보다 크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현행 제도가 유지되면 연기금은 2041년 적자로 돌아서고 2055년 고갈된다. 미래세대는 급여의 3분의 1 이상을 보험료로 내야 한다. 오죽하면 10대 청소년이 ‘연금 특검’을 운운할까. 겉으론 연금개혁을 외치면서 속으론 정치적 이익을 위해 개혁을 늦춘 과정이 적나라하게 드러날 경우 세대 갈등이 폭발할 수도 있다. 22대 새 국회와 정부는 이를 무겁게 받아들이길 바란다. 바로 ‘나의 자녀’가 겪을 문제로 여기고 신속히 연금개혁안부터 만들어야 한다.
김윤종 사회부장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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