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낙서’ 지시했던 ‘이팀장’도 검찰로…“숭례문·세종대왕상도 노렸다”
불법 영상공유·음란물 사이트 운영자…
“사이트 홍보, 광고 단가 인상 위해 문화유산 노려”
지난해 12월 경복궁 담장에 스프레이로 낙서를 한 10대와 이들에게 범행을 사주한 30대 남성이 검찰에 넘겨졌다. 범행을 지시한 강모(30)씨는 전과 8범의 불법 영상공유·음란물 사이트 운영자로 사이트를 홍보해 광고 단가를 올리기 위해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에 따르면 강씨는 운영하던 불법 사이트를 홍보해 이용자를 늘리고 배너광고 단가를 높이기 위해 낙서 범행을 계획, 지시한 혐의(문화재보호법상 손상 또는 은닉 등)를 받는다. 강씨는 지난해 10월부터 지난 22일 검거되기 직전까지 불법 영상공유 사이트 5개, 음란물 사이트 3개를 운영하며 도박 사이트 등에서 개당 500만∼1000만원짜리 배너 광고를 받았다. 이들 사이트에서는 영화 등 저작물 2368개,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3개, 불법촬영물 9개, 음란물 930개 등 수천 개의 영상물이 배포·유통됐다. 이를 통해 강씨는 2억5000만원 상당의 수익을 올리면서 저작권법·청소년성보호법·정보통신망법 위반 등 혐의도 적용됐다.
지난해 12월16일 임군과 김양은 강씨 지시에 따라 경복궁 영추문과 국립고궁박물관 쪽문, 서울경찰청 동문에 강씨가 운영하는 사이트 주소와 ‘영화공짜’ 등의 문구를 각각 폭 3.9∼16m, 높이 2.0∼2.4m 크기로 적었다. 스프레이 등 범행도구 구매 비용과 각 5만원씩 교통비는 조씨가 강씨 지시에 따라 임군에게 두 차례 송금했다. 범행 당일 이들은 흰색 벤츠를 타고 현장 주변을 돌며 낙서할 장소를 구체적으로 찍어 지시했다. 또 낙서 사실을 언론사에 익명 제보해 사이트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하려고 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강씨가 임군과 접촉하기 전 또 다른 미성년자 A(15)군에게 국보 숭례문을 비롯해 경복궁 담장, 광화문 세종대왕상에도 낙서 범행을 사주했으나 A군이 겁을 먹고 범행을 포기한 사실도 추가로 적발했다. 강씨에게는 문화재보호법상 예비음모 혐의도 추가 적용됐다.
강씨는 임군과 김양 등이 검거된 뒤 주거지를 두 차례 옮기고 일본, 태국 등 해외로 도망칠 계획까지 짜는 등 도피 생활을 이어왔다. ‘공범이 검거된 상황에서 6개월 정도 숨어 있으면 조용해질 것 같다’는 판단에 이달부터 연고가 없는 전남 여수 한 숙박업소에서 생활하다가 검거됐다. 강씨는 검거 직전까지도 불법 영상공유 사이트 1개, 도박 사이트 1개를 추가 구축하려고 준비한 정황도 확인됐다.
그는 진술거부 등을 통해 혐의를 부인하다가 지난 28일 경찰이 결정적인 증거를 제시하자 입장을 바꿨다. 당일 경찰 청사에서 달아났다가 2시간 만에 붙잡히기도 했는데 ‘명백한 증거를 제시받아 (혐의를) 부인해도 유죄가 나올 것이 뻔히 예상돼 최소 12년형을 선고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도주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유빈 기자 yb@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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