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국내 어린이 및 청소년의 ‘주관적 행복’ 점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2개국 중 22위를 차지했다. 국내 조사에선 특히 청소년의 정신건강이 심각한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 1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소아·청소년 2022년 정신건강실태조사’에 따르면 청소년 중 9.5%는 현재 정신장애를 겪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10명 중 1명은 정신건강 개선에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다.
자살 위험 3배…우울 취약성 높은 ‘학교 밖 청소년’
지난해 9월부터 올해 2월까지 학교 밖 청소년 1,5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3.3%가 정신장애를 경험한 것으로 분석됐다. 정신장애를 경험한 전체 청소년 비율(18%)보다 3배 가까이 높은 수치다. 장애 유형별로는 주요우울장애가 현재 유병률 20.9%로 가장 높은 유병률을 보였다.
학교 밖 청소년의 자살 위험 역시 일반 청소년에 비해 3배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3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정신질환을 갖고 있는 학교 밖 청소년 중 71.3%는 자살을 고려한 적이 있고, 53.9%는 실제 자살 시도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불과 2년 전(2022년)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조사에서 10명 중 3~4명가량이 극단적 선택을 할 위험이 크다고 분석된 것에 비하면 학교 밖 청소년의 자살 위험이 2배 가까이 치솟았다.
청소년 우울증 일반적 증상과 달라…세심한 관심 필요
청소년은 우울감이 느껴져도 이를 표현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어 우울증이 비행 행동, 공격적 행동, 신체적 증상 등으로 발현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에는 △사소한 일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짜증이 늘어나고 △결정을 내리기 어려워하거나 △집중력이 떨어지고 △말수가 적어지며 △평소 늘 하던 일에도 재미를 느끼지 못하며 △신체적 통증을 호소하거나 △수면 이상이 발생하는 등의 증상을 보인다.
하이닥 신경과 상담의사 전우현 원장(감꽃요양병원)은 “원래는 과거 큰 문제가 없이 잘 지내던 사람이 몇 주 이상 일을 미루거나 할 일을 제대로 마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라면서 “활동이 줄어들고, 밖에 나가기 싫어지고, 자리에 누워있고 싶어만 하게 된다”라고 청소년 우울증의 증상을 설명했다. 우울감보다 무기력함이 먼저 시작되므로 ‘우울하다’라는 느낌이 들지 않아도 우울증일 수 있다는 것. 따라서 주변의 청소년이 평소와 다른 모습을 보인다면 우울 증상이 아닌지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무기력함 지속되면 ‘은둔 청소년’ 위험
우울 증상은 은둔생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각별히 주의가 필요하다. 실제로 은둔 경험이 있는 학교 밖 청소년 3명 중 1명(28.6%)은 은둔하게 된 주요 계기를 ‘무기력하거나 우울한 기분이 들어서’로 꼽았다. 그 뒤를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서(24.9%)’,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서(13.7%)’ 등이 따랐다.
학교를 그만둔 후 은둔 경험이 있는 청소년은 10명 중 4명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6개월 이상의 은둔 경험이 있는 ‘은둔 청소년’의 비율도 6.4%를 기록했다. 3개월 이상~6개월 미만의 은둔 경험이 있는 ‘은둔 잠재군’까지 포함하면 학교 밖 청소년 중 은둔 생활을 지속한 청소년은 9.9%다. 이 중 3년 이상의 은둔 기간을 가진 청소년도 0.6%를 차지했다.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 '꿈드림', 교육 복귀·사회 적응 위한 프로그램 운영
2015년 5월 '학교 밖 청소년 지원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학교 밖 청소년 지원 사업의 일환인 ‘꿈드림센터’가 운영되기 시작했다. 꿈드림은 학교 밖 청소년들이 미래를 스스로 준비하고 공평한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로, 최종적으로는 청소년들의 교육 기관 복귀 혹은 사회 적응을 목표로 한다. 실제로 은둔 청소년 중 이러한 지원 서비스 덕분에 은둔 상태에서 벗어났다고 답한 비율이 27.3%를 기록하며 가장 높은 응답률을 차지했다.
올해 10주년을 맞이한 꿈드림센터는 전국 202개 지역에서 222개소가 운영되고 있다. 여성가족부는 꿈드림센터를 통해 마약, 음주, 흡연, 도박 등 유해 요인으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고, 마음건강을 지키기 위한 전문 상담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상담지원 △교육지원 △직업체험 및 취업지원 △자립지원 등의 프로그램을 개인별 특성과 상황에 맞춰 제공한다.
한편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홈페이지를 통해 청소년상담복지센터와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 청소년쉼터 등 다양한 기관의 위치와 전화번호, 시행 중인 사업 등의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