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21년 뒤 화성에 태극기?

곽수근 기자 2024. 5. 31.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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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박상훈

2018년 2월 우주 기업 스페이스X가 팰컨 헤비 로켓으로 테슬라의 스포츠카 ‘로드스터’를 실어 태양 궤도에 띄웠다. 이 희한한 프로젝트의 의미에 대해 스페이스X 창업자 일론 머스크는 “화성에 거주할 우리 후손들이 우주를 떠도는 로드스터를 가져다 화성 박물관에서 전시하는 날이 올 것”이라고 했다. 화성 이주의 꿈을 담은 퍼포먼스인 셈이다. 현재 로드스터는 지구에서 1억㎞, 화성에서 3억㎞ 떨어진 지점에서 태양을 돌고 있다고 한다.

▶인류의 첫 화성 탐사선은 1960년 옛 소련의 마스닉 1호였지만 발사 실패로 끝났다. 1965년 미국 매리너 4호가 처음으로 화성에 접근했을 때도 궤도 진입은 못 했다. 1976년 미국 바이킹 1호의 화성 첫 착륙 이후 우주 선진국들이 20여 차례 무인 탐사선을 보냈지만, 임무 성공률은 50%대에 머물고 있다. 그럼에도 강대국들은 ‘인류의 화성 이주’를 목표로 내세우고 도전을 멈추지 않고 있다.

▶지구에서 화성까지 거리는 5310만~4억㎞로 달라진다. 태양을 도는 공전 주기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지구와 화성이 가장 가까워지는 시점이 지구~화성 간 ‘지름길’이 열리는 때다. 이 시기를 잡아도 8개월이 걸리고, 이때를 놓치면 2년 이상 기다려야 한다. 나흘 만에 달에 도착해 인류 첫 발자국을 남긴 아폴로 11호(1969년)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유인(有人) 탐사가 어려운 이유다.

▶최단 항로로 가더라도 화성 도착 전에 우주선 안에서 목숨을 잃을 수 있다. 우주 방사선 노출 기간이 길기 때문이다. 동물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선 우주 방사선을 장기간 쬐자 뇌의 신경세포가 심하게 손상돼 이상 행동을 보였다. 방사선을 막아내고 화성 상공에 이르더라도, 번지 점프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위험이 남아 있다. 화성 대기 밀도가 지구의 100분의 1에 불과해 궤도 진입 속도가 시속 1만㎞ 이상이다. 그 마찰열을 견뎌내야 한다.

▶이렇게 위험한데 인류가 화성 이주의 꿈을 버리지 않는 이유는 뭘까. 생명체가 살았을 가능성이 있고, 인간이 살 수 있는 환경으로 ‘테라포밍(terraforming·지구화)’할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하지만 더 큰 이유는 그 과정까지 가는 도전이 주는 열매일 것이다. 2021년 화성 무인 탐사를 성공시킨 아랍에미리트 책임자는 “아랍 청년들이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도전 정신을 가지게 하는 의미가 크다”고 했다. 정부가 2045년 화성에 태극기를 꽂는 ‘스페이스 광개토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허황돼 보이기도 하지만 도전 자체가 줄 열매가 클 것이다.

곽수근 논설위원·테크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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