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군 라파 공세에 이집트는 ‘폭발 직전’… 45년 평화 위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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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와 이스라엘이 45년간 지켜 온 '긴장 속 평화(Cold Peace)'가 풍전등화 상태에 놓였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전쟁이 거의 8개월을 맞고 있는 가운데,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 등 이집트 국경 인근 지역에서 군사작전 수위를 바짝 높이고 있는 탓이다.
가뜩이나 가자지구 전쟁에서 팔레스타인인 3만6,000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간 이스라엘을 규탄하고 있는 이집트 대중의 분노에 이틀 연속 기름을 부은 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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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선 "정부, 더 강력 대응해야" 분노 여론
엘시시, 일단 '침묵 모드'... "전면 충돌 피해야"
이집트와 이스라엘이 45년간 지켜 온 ‘긴장 속 평화(Cold Peace)’가 풍전등화 상태에 놓였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전쟁이 거의 8개월을 맞고 있는 가운데,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 등 이집트 국경 인근 지역에서 군사작전 수위를 바짝 높이고 있는 탓이다.
"이집트에 굴욕적 사건"... 공개 항의는 없어
30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가자지구 남부와 국경을 맞댄 이집트 내에서는 최근 이스라엘 행보를 두고 정부에 ‘더 강력히 대응하라’는 여론 압박이 가중되고 있다. 지난 27일 라파 국경 검문소 주변에서 이스라엘군과 이집트군 간 교전으로 이집트 군인 2명이 숨진 사실이 직접적 계기가 됐다.
게다가 이튿날에는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이집트 완충 지대, 이른바 ‘필라델피 회랑(Philadelphi Corridor)’을 완전히 장악했다고 발표하기까지 했다. 가뜩이나 가자지구 전쟁에서 팔레스타인인 3만6,000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간 이스라엘을 규탄하고 있는 이집트 대중의 분노에 이틀 연속 기름을 부은 격이다. 분쟁 전문 싱크탱크 국제위기그룹(ICG)의 이집트 정치·안보 전문가인 마이클 한나는 “이집트에 굴욕적인 사건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정부는 아직까지 ‘침묵 모드’다. 지난해 12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이집트와의 접경 지대를 포함한 가자지구 전역 점령 계획’을 발표하자, 올해 1월 이집트 정부는 “양국 관계에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며 평화조약 위반에 해당한다”고 경고했다. 이스라엘의 ‘필라델피 회랑 점령’은 사실상 이 경고를 무시한 것인데도, 이스라엘에 아무런 항의도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당분간 '상황 관리'... "대중적 반란 등 돌발 변수도"
권위주의 통치자인 엘시시 대통령의 ‘공개 언급 자제’는 이집트·이스라엘의 특수한 관계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1948~1973년 여러 차례 전쟁을 벌인 두 나라는 1979년 평화 조약을 맺은 뒤 안보 문제에 있어선 긴밀히 협력해 왔다. 이집트는 이스라엘을 국가로 인정한 첫 아랍국이기도 하다. NYT는 “양국은 서로와의 관계를 국가 안보의 초석으로 여기고 있고, 이들의 평화는 45년간 중동 안정의 닻이었다”고 평가했다. 이스라엘에 대한 불만과는 별개로, 이집트로선 전면 충돌을 피하고 싶어 한다는 얘기다.
따라서 당분간은 현 상황이 유지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전직 이집트 외교관인 에즈딘 피셰어는 NYT에 “안보 당국자들이 계속 대화하고, 국경도 함께 관리될 것”이라며 “양국 모두 그게 이롭다는 걸 잘 안다”고 말했다. 가자지구 안정을 원하는 이집트가 이스라엘·하마스 휴전 협상을 적극 중재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다. 다만 하마스가 이날 “전쟁 중단 조건으로 인질 석방에 합의할 준비가 됐다”고 밝혔지만, 이스라엘이 이를 거부하는 등 휴전 논의는 여전히 교착 상태다.
문제는 돌발 변수다. 엘시시 정부는 △이집트로 전투 확산 △자국 내 대중적 반란 등 두 가지를 막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WSJ가 짚었다. 주이집트 이스라엘 대사 출신인 엘리 사케드는 NYT에 “이스라엘군 작전으로 가자 피란민들이 대거 이집트로 밀려드는 사태도 이집트의 우려 사항”이라고 말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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