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개월만에 대면회담 美中국방, 대만포위훈련·러 지원 등 공방(종합2보)
"中, 대만해협 주변 도발적 행동" vs "대만 문제는 중국 내정"
美는 '북한 위협', 中은 '이스라엘 전쟁'으로 상호 압박
(베이징=연합뉴스) 정성조 특파원 =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과 둥쥔 중국 국방부장이 31일 첫 대면 회담을 열고 최근 중국군의 '대만 포위' 훈련과 대(對)러시아 지원 의혹 등에 관해 공방을 벌였다.
미중 국방장관은 이날 개막한 제21차 아시아 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 앞서 오후 1시(현지시간)께 싱가포르 샹그릴라호텔에서 만났다. 회담은 당초 예정된 1시간보다 약간 긴 75분 동안 진행됐다.
이날 회담은 라이칭더 대만 총통 취임 및 중국의 '대만 포위' 군사훈련으로 대만해협 긴장이 상승하고, 남중국해에서는 중국과 필리핀 간 영유권 갈등 속 미국이 필리핀 편을 드는 가운데 성사된 자리라 관심을 모았다.
둥 부장은 반(反)부패 조사로 낙마한 리상푸 전 국방부장 후임으로 작년 12월 국방부장에 취임했고, 지난달 오스틴 장관과 1시간가량의 화상 통화로 처음 소통했다.
미중 국방장관이 직접 만나 대면 회담을 연 것은 오스틴 장관이 2022년 11월 캄보디아에서 웨이펑허 전 중국 국방부장을 만난 이후 18개월 만이다.
미 국방부 보도자료에 따르면 오스틴 장관은 최근 대만해협 주변에서 중국군이 벌인 '도발적인 행동'(provocative activity)에 우려를 표하고, 중국군이 대만의 정치적 과도기를 강압적 수단의 구실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대만에서는 지난 20일 친미·독립 성향 라이칭더 정부가 출범했고, 사흘 뒤 중국군이 대만을 포위하는 형태의 군사 훈련을 벌였다.
오스틴 장관은 또 남중국해에서 항행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의 중요성도 강조했다고 미 국방부는 전했다.
그는 아울러 러시아의 방위 산업 기반을 지원하는 중국의 역할도 논의했고, 북한의 최근 도발 행위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북한의 직접적 기여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관영 중국중앙TV(CCTV)에 따르면 이에 관해 우첸 중국 국방부 대변인도 브리핑을 통해 "둥쥔 부장은 대만 문제에서 중국의 굳건한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둥 부장은 미국이 라이 총통 취임을 축하하고 취임식에 대표단을 파견한 것에 대해 "대만 문제는 순전히 중국 내정에 속하고 외부 세력은 간섭할 권리가 없다"며 "미국의 처사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심각하게 위반한 것이고, '대만 독립' 분열 세력을 향해 심각히 잘못된 신호를 발신한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그는 남중국해 문제에 관해선 "현재 필리핀이 런아이자오(세컨드 토머스 암초) 등 문제에서 신의를 저버린 채 도발하는 것은 외부 세력의 종용·지지와 밀접하게 관련 있다"고 말했다.
둥 부장은 우크라이나 문제에는 "중국은 충돌 어느 당사자에게도 무기를 제공하지 않으며, 법에 따라 이중용도(군수용과 민수용으로 모두 쓰일 수 있음) 물자의 수출을 엄격히 통제한다"면서 "중국은 계속 평화와 대화를 촉구하고 있지만, 미국의 책임 떠넘기기는 단호히 반대한다"고 했다.
그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충돌로 날로 심각해지는 인도주의 재난이 전세계 인민의 강한 불만을 불러일으켰다"면서 "미국이 실제 행동으로 강대국의 책임을 보이고, 이중잣대를 버리며, 지역의 평화 회복에 적극적 역할을 하기를 희망한다"고 요구했다고 우 대변인은 설명했다.
이날 우 대변인은 미국 측이 언급한 북한의 도발 문제에 관해 중국이 어떤 입장을 보였는지 따로 설명하지 않았다. 미 국방부 역시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공격 문제를 지적한 중국 측에 오스틴 장관이 어떤 대답을 했는지 밝히지 않았다.
다만, 양국은 몇 달 안에 군 사령관급 전화 통화를 재개하기로 했다고 미 국방부는 밝혔다.
연말까지 '위기 소통 워킹그룹'도 개설하기로 했다.
오스틴 장관은 미국과 중국군 사령관 사이 소통을 위한 열린 통신 라인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워킹그룹 계획에 대해서도 환영을 나타냈다.
둥 부장도 "양국 군의 관계가 악화를 멈추고 안정되는 현재 국면은 쉽게 오지 않았고, 귀하게 여길 가치가 있다"며 "사실 무시나 책임 전가, 빌미를 찾아 하는 먹칠·탄압은 있어선 안 된다"고 했다고 중국 측은 설명했다.
xi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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