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연맹, '기자회견 설전' 이정효 감독에 경고 조처

전영민 기자 2024. 5. 31.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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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효 감독

공식 회견장에서 기자와 설전을 벌여 논란을 키운 프로축구 K리그1 광주FC의 이정효 감독이 리그 차원의 징계는 받지 않게 됐습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관계자는 "이정효 감독을 상벌위원회에 회부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공문을 통해 경고하는 조처를 했다"고 오늘(31일) 밝혔습니다.

공문에는 이 감독에게 재발 방지를 촉구하고, 경기 종료 후 공식 기자회견 시 규정을 준수하라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더불어 그라운드 같이 공개된 장소에서 욕설하는 등의 언행은 자제하라는 경고도 포함됐습니다.

이는 연맹이 이 감독의 기자회견과 관련해 경위 파악에 나선 지 6일 만에 나온 결정입니다.

지난 29일 광주 측의 경위서를 받은 연맹은 30일 구단을 상대로 추가 조사까지 마친 후 이런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 감독은 지난 25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4 14라운드 인천 유나이티드와 원정 경기를 마치고 굳은 표정으로 기자회견장을 찾았습니다.

경기 종료 직전 실점해 다잡은 승리를 놓친 이 감독은 처음에 열심히 뛴 선수들과 원정 경기를 찾아 열렬히 응원한 광주 팬들을 칭찬했습니다.

그러나 아쉬움을 삭이지 못했는지 이후 취재진 질문에 짧은 답변으로 일관했습니다.

'승리를 눈앞에 뒀다가 놓쳤는데 어떻게 경기를 평가하느냐'는 질문에 이 감독은 "그 부분에 대해서는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습니다.

경기가 끝나고 선수들을 불러 모아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 묻자 "말할 수 없다"고 했고, 수비수로 풀타임 출전한 스트라이커 허율의 경기력을 평가해달라는 요청에는 "보셨지 않았냐"라고 반문했습니다.

한 기자가 공식 기자회견인데 이에 임하는 태도가 불성실하다고 목소리를 높이자 이 감독은 "지금 나와 뭘 하자는 것이냐"라며 맞대응했습니다.

언쟁이 계속 이어진 가운데 유독 '태도'를 물고 늘어지는 이 기자에게 이 감독은 "지금 싸우자는 건가. 정중하게 따로 시간을 내서 물어보라"라고 쏘아붙였습니다.

그러면서 이 감독은 "나는 내 기분에 대해서 이야기한 것"이라며 "내가 경기를 봤을 때는 무실점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실점했는데도 무실점으로 보는 이유가 뭔지 질문이 나오자 이 감독은 "그에 대해서는 답변하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연맹에 따르면 상벌 규정, 언론 가이드라인, 대회 요강 등에는 기자회견장에서 불성실하게 답변한 데 따른 처벌 조항은 없습니다.

다만 1대 1 무승부로 끝난 경기인데 '무실점'을 강조한 게 마지막 페널티킥으로 이어지는 심판 판정에 대한 불만을 드러낸 걸로 판단되면 징계가 이뤄질 수 있었지만, 결론적으로는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이 감독이 '기분'에 따른 분석이라고 선을 그은 데다 예상치 못한 실점이 나오기 전까지 안정적 수비가 이뤄진 점을 높게 평가한 걸로 해석될 여지가 컸던 만큼, 연맹이 판정을 꼬집었다고 받아들이지는 않은 걸로 풀이됩니다.

연맹은 이 감독이 경기 직후 인천의 무고사를 향해 욕설했다는 혐의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경기 종료 휘슬이 막 울린 직후 무고사는 광주의 풀백 김진호와 마찰을 빚었고, 이 감독까지 엮인 신경전으로 커졌습니다.

'좋은 경기를 펼쳤다'는 의미에서 선수들끼리 악수해야 하는 상황인데도 김진호가 악수를 거부했다는 게 무고사의 주장입니다.

무고사는 공동취재구역에서 "그 선수가 내 악수를 피했고, 그래서 내가 왜 '나를 존중하지 않느냐'고 따졌다"며 "경기에서 이기든, 지든 서로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게 내가 하고픈 말"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이 감독이 자신을 향해 어떤 말을 했는데, 한국어를 잘 모르지만 부정적인 표현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와 관련, 구단은 이 감독이 무고사가 아니라 괜한 신경전을 빚은 광주 선수들을 강하게 질책한 상황이었다고 소명했고, 연맹이 이를 받아들였습니다.

다만 대상이 누구든 팬들이 함께 있는 공간에서 욕설 등을 섞은 발언을 하는 게 부적절하다고 봐 경고 조치했습니다.

광주 구단에 따르면 이 감독은 당시 기자회견장에 있던 기자들에게 미안함을 품고 있다고 한다.

광주로 돌아가는 기차 시간이 빠듯해 최대한 빨리 가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급해 '단답'이 나왔다는 겁니다.

실제로 이 감독은 회견 마지막에 이동 문제로 빠르게 현장을 마무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양해 발언'을 꺼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전영민 기자 ymin@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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