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웨이♥김태용→수지♥박보검, 진짜와 가짜를 다정히 넘나드는 '원더랜드' [MD현장](종합)
[마이데일리 = 김지우 기자] 영화 '원더랜드'가 기술과 인간의 공존에 대한 따듯한 질문을 던진다.
31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원더랜드' 시사간담회가 열렸다. 현장에는 김태용 감독과 배우 탕웨이, 수지, 박보검, 정유미, 최우식이 참석했다.
이날 김 감독은 작품에 대해 "인공지능과 함께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남겨진 사람들이 어떻게 이별하고 이 기계와 그리움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 어떻게 헤어질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라며 "AI 바이리(탕웨이)가 정체성을 깨달으며 세상을 알아간다. 우리가 현실을 인식하는 과정과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AI 세계가 갖는 유한함이 있지만, 영원하다면 또 영원하다. AI가 인간의 뇌로 시작해 행동 패턴, 감정까지 배우는 과정이 새로운 세계를 이어가는 과정과 닮아있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미 진짜와 가짜를 넘나드는 시대가 왔다. '원더랜드' 서비스를 듣고 안 한다고 했던 분들이 영화를 보고 해봐도 되겠다고 말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나 자체를 잃어버리는 것을 걱정하기도 하더라. 그런 고민들을 하면서 작업했다"고 덧붙였다.
김 감독은 아내이자 영화 '만추' 이후 두 번째로 합을 맞춘 탕웨이에 대해 "극 중 고고학자 바이리처럼 자기의 일에 저돌적이고 용감하다. 배우 자체의 대범함과 용감함이 캐릭터와 닮았다. 딸로서, 또 엄마로서 정체성이 공존하는 극과 극의 느낌을 동시에 표현할 수 있는 배우라고 생각했다"며 "'만추' 이후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이 배우가 얼마큼 성장했는지 느껴졌다. 좋은 영화들을 하며 가져온 에너지가 그때와는 또 다르더라. 나도 신기했다. 촬영장에서 만나면 일상에서 만나는 사람과 또 다른 사람 같았다. 연출자로서 신기한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탕웨이는 "한국 영화계에 들어와 일할 수 있다는 자체가 행운이다. 이렇게 예쁘고 잘생긴 분들과 작업했다는 게 좋고, 이 자리에 있는 순간도 좋다. 저를 계속 지지하고 응원해 주셔서 한국 관객, 영화인분들께 정말 감사하다. 열심히 하겠다"며 "개인적으로 극 중 성준(공유)과 바이리의 관계가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남편 김태용 감독과의 작업 소감을 묻자 "감독님이 변하지 않은 건 여전히 인내심이 강하다. 자기 생각이 분명하고, 디테일한 세심함이 있다. 그게 감독님을 좋아하는 이유다. 감독님은 계속해서 뭔가 찾아내고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내려고 노력하는 분이다"며 김 감독을 향해 감사 인사를 건넸다.
수지는 박보검과의 호흡에 대해 "연인 연기를 하며 좋은 추억이 많다. 태주와 정인은 오래된, 친구 같은 연인이다. 서사를 만들기 위해 소품사진 촬영도 많이 하고, 영상도 많이 남겼다. 그런 시간들이 쌓이다 보니 자연스레 좋은 호흡이 만들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태주와 정인이 갈등을 겪으며 묘하게 대화가 어긋나고, 소통이 안 되는 부분들을 표현하려고 했다. 대본부터 두 사람이 대화가 안 되고 있다는 걸 많이 느꼈다. 인간끼리 대화하고 있는데 이상한 말을 하네, 묘하다. 이런 생각이 많이 들었다"고 밝혔다.
박보검 역시 "수지 씨와 호흡을 맞출 수 있어 즐거운 시간이었다"며 "정인과 태주 입장에서 글을 읽었을 때 둘은 어떤 서사가 있었을지 많이 얘기 나눴다. 극 중 보여지지 않은 태주와 정인의 청춘, 사랑했던 기억을 사진으로 담으며 조금씩 서사를 메워나가는 작업을 했다"고 전했다.
이어 "촬영 당시에는 보고 싶은 사람을 AI로 만난다는 이야기가 머지않아 일어나겠거니 상상만 했다. 4년이 지난 시점에서 개봉하게 돼 오히려 더 많은 고민을 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오랜만에 관객분들을 만나고 영화가 개봉하게 돼 기쁘고 감사하다"고 했다.
숏컷인 상태로 처음 영화를 찍었다는 정유미는 "이 영화가 어떤 분들에게는 위로가 되기도, 공허함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을 것 같다. 그 외 또 다른 감정들을 생각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거다. 극장에 와서 봐주시면 감사하겠다. 여기 많은 배우들과 호흡 맞추진 못했지만 한 화면에 담겨 영광이다. 다신 이런 기회가 없을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최우식과의 호흡에 대해서는 "힘든 점을 다 이해하고 공감해 주는 동료와 함께하는 게 얼마나 복 받은 일인지 알게 됐다. 또 우식 씨의 재치와 순발력이 큰 공부가 됐다. 계속 연기를 한다면 좋은 작품에서 또 만나고 싶다"고 답했다.
최우식은 "누나랑 너무 친한 사이인데 카메라 앞에서 연기를 해야 하니 전 쑥스러웠다. 진지할 때가 잘 없었기 때문에 새롭고 쑥스러웠지만, 워낙 친하고 소통이 잘 되다 보니 서로서로 힘든 부분이나 도움이 필요한 것에 대해 얘기하고 공유했다. 친구랑 일하는 게 이런 기분이구나 느꼈다"고 말했다.
끝으로 김 감독은 "운이 좋기도 하고 욕심이 많았던 프로젝트다. 배우들이 서로 많이 부딪히지 않음에도 서로서로 아끼고 존중해 줬다. 이들의 에너지와 마음이 영화에 잘 담겨있길 바란다"면서 "어려운 숙제를 오랫동안 갖고 있었다. 기계, 관계, 그리움, 허망함까지 영화를 통해 얘기하는 것 같다. 전 이들을 한 화면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재밌었다. 관객분들에게도 잘 전달되길 바란다"고 기원했다.
오는 6월 5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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