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송참사' 부실공사 책임자 징역 7년6월…판사 "형량 못 높여 통탄"(종합)

박건영 기자 2024. 5. 31.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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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청주 오송 지하차도 참사의 직접 원인을 제공한 '부실 제방공사' 책임자들에 대한 1심 재판이 끝났다.

정 부장판사는 "제방을 절개한 뒤 촬영한 사진을 보면 비가 왔을때 물이 들이닥친다는 것을 삼척동자도 알 수 있다"며 "1억2000만원의 공사 비용이 소요된다는 이유로 제방을 축조하지 못했다는 주장을 이해하려 해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고 꾸짖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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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사·감리사 부실 공사 행태 적나라하게 드러나
법정에서 이례적으로 추도곡 재생…유족·희생자 위로도
지난해 7월16일 미호천 제방 유실로 침수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군과 소방당국이 구조작업을 하고 있다. 2023.7.16/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청주=뉴스1) 박건영 기자 = 충북 청주 오송 지하차도 참사의 직접 원인을 제공한 '부실 제방공사' 책임자들에 대한 1심 재판이 끝났다. 지난해 7월 15일 참사가 발생한 지 321일 만이다.

약 5개월 간에 걸친 1심 재판에서는 설계부터 시공, 관리·감독까지 미호천교 확장공사의 시공사 금호건설과 감리단의 총체적 부실 공사 행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재판부는 형법상의 한계로 이들에게 비교적 적은 형량을 선고하는 것에 대해 통탄해하면서도 법정에서 이례적으로 '추도곡'을 재생하는 등 피해자들을 위로하는 데 시간을 할애했다.

청주지법 형사5단독 정우혁 부장판사는 31일 업무상 과실치사상, 증거위조교사, 위조증거사용죄 등 혐의로 기소된 미호천교 확장공사 현장소장 전 모 씨(55)에게 징역 7년6개월, 감리단장 최 모 씨(66)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다.

전 씨에게 선고된 형량은 업무상과실치사상, 증거위조교사, 위조증거사용죄의 경합 시 법정 최고형에 해당하는 형량이다.

두 피고인에 대한 재판의 쟁점은 이들이 제방을 무단으로 절개한 뒤 부실하게 축조했는지, 만약 그렇다면 부실 제방이 참사와 인과관계가 있는지였다.

최 씨는 발주청인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의 설계도면에 따라 제방을 절개한 것이어서 무단 절개에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전 씨는 제방을 무단으로 허물지 않았던데다 임시제방도 부실하게 축조하지 않았으며 부실하게 축조했더라도 사고와는 인과관계가 없다고 주장해왔다.

오송참사 공사 관계자./뉴스1

그러나 재판부는 이날 선고공판에서 그간 피고인들의 주장을 전부 물리쳤다.

재판부는 하천점용 허가신청이 시공사 업무의 일환이었으며, 설계도상 제방 절개가 불가피했다면 새로운 허가를 받았어야 했다고 판단했다.

또 높이 32.65m의 기존 제방을 허문 뒤 어떠한 기준도 없이 임의대로 흙으로만 대충 쌓아올린 높이 29.63m의 부실한 제방을 축조한 사실도 인정된다고 봤다.

정 부장판사는 "제방을 절개한 뒤 촬영한 사진을 보면 비가 왔을때 물이 들이닥친다는 것을 삼척동자도 알 수 있다"며 "1억2000만원의 공사 비용이 소요된다는 이유로 제방을 축조하지 못했다는 주장을 이해하려 해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고 꾸짖었다.

다만 정 부장판사는 형법상의 한계로 이들에게 더 높은 형을 선고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통탄해했다.

그는 "형법상 사람이 아무리 많이 죽어도 행위가 한 가지이기 때문에 한 사람이 죽는 것과 똑같이 처벌할 수 밖에 없다"며 "과연 경합범 규정이 대한민국에 아직도 필요한지 의문을 느끼면서도 피고인에게 상응하는 형을 선고할 수 없다는 것에 저는 한없는 무기력함을 느낀다"고 했다.

정 부장판사는 또 이날 이례적으로 법정에서 바흐의 추도곡 '칸타타 106번' 연주곡을 재생하거나 판결 도중 희생자들의 고통에 공감하는 등 유족과 희생자들을 위로하는 데 신경을 쓰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정 부장판사는 "피해자들이 지하차도에서 생존을 하기 위해 치열하게 몸부림을 치고 있을 때 대체 어디에서 무얼 하고 있었냐"며 "사망한 피해자들이 겪었을 엄청난 충격과 고통을 기록으로만 이 사건을 접한 법관으로서는 감히 헤아릴 수가 없다"고 안타까워 했다.

최 씨와 전 씨는 이날 1심 판결이 나온 재판과 별개로 하천법 위반 등 혐의로 추가 기소된 사건의 재판을 앞두고 있다.

pupuman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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