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나간 것 다 잊자”며 ‘국민의힘 한몸’만 강조한 윤 대통령

한겨레 2024. 5. 31.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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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30일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 워크숍에 참석해 "우리는 한 가족"이라며 단일대오를 강조했다.

22대 국회 개원 첫날 임기를 막 시작한 여당 의원들 앞에서 '당정 일치'부터 주문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제 지나간 것은 다 잊어버리고 우리가 한 몸이 돼서 나라를 지키고, 개혁하고, 국가의 미래를 위해 이 나라를 발전시키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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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30일 충남 천안 재능교육연수원에서 열린 제22대 국민의힘 국회의원 워크숍에서 만찬을 마친 뒤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30일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 워크숍에 참석해 “우리는 한 가족”이라며 단일대오를 강조했다. 22대 국회 개원 첫날 임기를 막 시작한 여당 의원들 앞에서 ‘당정 일치’부터 주문한 것이다. 총선 참패 이후에도 21대 국회 때 여당을 대하던 태도에서 하나도 달라진 것이 없다.

윤 대통령은 “이제 지나간 것은 다 잊어버리고 우리가 한 몸이 돼서 나라를 지키고, 개혁하고, 국가의 미래를 위해 이 나라를 발전시키자”고 말했다. 의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은 테이블을 돌며 직접 축하주를 따르고, 한 사람씩 기념사진도 찍었다. 이날 대통령은 일사불란을 강조하는 ‘한 몸’을 가장 많이 언급했다고 한다.

대통령의 조바심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총선 참패로 여당 의석이 기존 113석에서 108석으로 줄었다. 탄핵·거부권 무력화 저지선을 간신히 넘긴 수준이니 불안할 것이다. 그러나 가장 큰 원인 제공자는 다름 아닌 윤 대통령 자신이다.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호주 대사 임명, 황상무 발언, 김건희 여사 ‘디올 백’ 수수 등이 총선에 끼친 영향은 온 국민이 알고 있다. 그렇다면 대통령은 자성과 쇄신의 화두부터 꺼냈어야 한다. 또 달라진 국회 환경에서 거대 야당과 협치는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 대통령은 어떤 역할을 할 생각인지 진솔하게 밝혔어야 맞다. 그러나 그런 말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현장에 머문 90분 내내 ‘묻지마 단합’만 외치는 것이 국정 최고 책임자로서 온당한 일인가.

여당 지도부도 다를 바 없다. 대통령 도착 전부터 “(워크숍의) 제일 중요한 화두는 단합과 결속”(추경호 원내대표)이라고 강조하더니, 정책과 비전에 대한 논의는 뒷전으로 미뤘다. 온갖 약속을 다 했던 개혁 입법, 한시가 급한 민생 입법은 ‘거야’를 핑계 대며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시간만 보낼 작정인가. 31일 의원들은 워크숍을 끝내며 “108명이 단결해 거대 야당에 결연히 맞서 싸울 것”이라는 결의문을 냈다. 정작 중요한 민생 정당, 정책 정당의 비전은 보이지 않는다. 총선이 끝났으니 도로 ‘여의도출장소’가 되기로 한 것인가.

이날 나온 여론조사(갤럽)에서 윤 대통령 국정운영 긍정 평가는 21%로 취임 후 최저치로 나타났다. 부정 평가는 최고치(70%)를 경신했다. 윤 대통령의 ‘다 잊자’는 말은 총선 참패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국민은 지난 2년의 실정을 잊지 않고 있다. 윤 대통령의 국정 난맥상은 총선 이후에도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여전히 국민 무서운 줄 모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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