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Y] "조지 밀러는 다 계획이 있었다"…'퓨리오사', 79세 노장의 완벽주의

김지혜 2024. 5. 31.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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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영화 '퓨리오사:매드맥스 사가'로 9년 만에 귀환한 조지 밀러 감독은 결과물로 '장인 정신'을 보여줬다. 누군가는 전편인 '매드맥스:분노의 도로'(2015)보다 못하다고 하지만 '퓨리오사:매드맥스 사가'는 너무 위대한 작품의 속편으로 나온 것이 핸디캡이 됐을 뿐 이 자체로 놓고 보면 훌륭한 영화다.

더욱이 이 작품은 인기작에 편승해 나온 그저 그런 속편이 아니다. 조지 밀러 감독은 '매드맥스:분노의 도로'를 만들 때부터 '퓨리오사'의 전사(前事)를 만들어 놓은 상태였다.

조지 밀러는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가 촬영되기 전에 '퓨리오사:매드맥스 사가'의 대본이 이미 완성됐다"며 "'분도의 도로'를 응집력 있게 전달하기 위해 우리는 그 이전에 일어났던 모든 일을 알아야 했다. 그래서 퓨리오사에 대한 이야기를 썼다"고 말했다. 실제로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에 출연했던 배우와 제작진들은 퓨리오사의 어린 시절에 관한 시나리오와 컨셉 아트를 촬영 전에 받아봤다.

'퓨리오사'는 한국에서 일주일 연속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며 전편의 명성과 인기를 확인했지만 북미를 비롯한 해외 스코어는 기대를 밑돌고 있다. 북미에서 연중 최대 성수기인 메모리얼 데이에 개봉했지만 예상 오프닝 수익(4~5천만 달러)을 밑도는 2,630만 달러의 주말 수익을 내는데 그쳤다. 개봉 첫 주 월드박스오피스 역시 6천만 달러 수준이다. 1억 6,800만 달러의 제작비가 투입된 '퓨리오사'의 손익분기점은 4억 달러에 육박한다.

기대 이하의 성적에 초초해지는 것은 '매드맥스' 시리즈 팬들이다. 조지 밀러 감독은 10년 전에 '퓨리오사'를 프리퀄로, '웨이스트 랜드'를 시퀄로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웨이스트 랜드'에는 맥스가 다시 등장할 예정이다. 다만 이 속편의 제작은 '퓨리오사'의 성공이 전제되어야 한다.

조지 밀러가 이미 10년 전에 구상을 끝낸 '퓨리오사'는 곱씹을수록 흥미로운 구석이 많은 영화다. '매드맥스' 시리즈의 팬들로부터 "N차 관람이 필수"라는 평가를 받는 것도 그 이유다.

알고 보면 더 재밌는 '퓨리오사' 트리비아를 정리해 봤다.

◆ 샤를리즈 테론, 또 나올 뻔?…AI 딥페이크 거친 '어린 퓨리오사'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의 주연인 안야 테일러 조이는 영화 시작 후 약 1시간이 지나서야 등장한다. 그전까지 영화를 이끌어가는 배우는 '어린 퓨리오사'역의 알릴라 브라운이다. 브라운은 '3000년의 기다림'(2022)에 출연하며 조지 밀러 감독과 인연을 맺었다. 이때 밀러 감독은 브라운에게 강인한 인상을 받아 '어린 퓨리오사' 역을 제안했다.

밀러 감독은 속편이자 프리퀄인 '퓨리오사'에도 샤를리즈 테론을 출연시키고 싶어 했다. 그러나 49살의 테론이 20대 초반의 퓨리오사 역을 연기하는 것은 '무모한 도전'에 가까웠다. 밀러 감독은 '아이리시맨'에서 80대의 로버트 드니로가 청년 얼굴로 등장한 것처럼 테론의 '디에이징'(De-aging:현시점보다 나이를 어려 보이게 하는 컴퓨터 그래픽)을 고려하기도 했으나 끝내 포기했다.

결국 '라스트 나잇 인 소호'를 보고 안야 테일러 조이를 '2대 퓨리오사'로 낙점했다. 어린 퓨리오사의 얼굴은 AI 딥페이크를 통해 알릴라 브라운과 안야 테일러 조이의 얼굴을 합성했다.

◆ '침묵의 여전사' 안야 테일러 조이, 비명 연기에만 3개월 매진

안야 테일러 조이는 영화 '글래스', '엠마', '라스트 나잇 인 소호' 등과 넷플릭스 시리즈 '퀸스 캠빗'을 통해 스타 반열에 올랐다. '그래서 샤를리즈 테론을 능가했는가'에 대한 질문의 답은 이견이 갈리겠지만, 이만한 대체자를 찾기도 힘든 것이 사실이다.

안야 테일러 조이는 이번 영화에서 대사가 30줄 미만이었다. '어린 퓨리오사'는 디멘투스 일당에게 잡힌 후 말을 할 줄 모르는 아이로 설정됐고, 이는 임모탄에게 팔려간 이후에도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이에 관한 조지 밀러의 영화적 철학은 "영화는 빨라야 한다"였다. 그에게는 액션이 곧 대사다.

물론 퓨리오사가 끝까지 침묵을 지키는 것은 아니지만 안야 테일러 조이의 전체 대사는 30줄 남짓이다. 뉴욕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안야 테일러 조이는 세트장에서 한마디 말도 없이 몇 달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고 말하면서 "영화를 만들면서 이 보다 더 혼자였던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안야 테일러 조이는 '퓨리오사'의 전 과정이 어려웠고 도전적이라고 했다. 특히 '완벽주의' 조지 밀러와의 작업은 행복하면서도 고통스러웠다고 고백했다. 퓨리오사에 대한 이미지가 확고했던 조지 밀러는 안야 텔리어 조이에게 '입을 다물고 감정을 숨기고 눈으로 말하라'고 끊임없이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야 테일러 조이가 가장 어려워했던 장면은 비명 연기였다. 후반부에 등장하는 퓨리오사의 비명 연기는 무려 3개월을 준비한 결과물이었다.

◆ '맥스'를 꿈꿨던 크리스 햄스워스, '디멘투스'가 되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서 '토르'로 활약한 크리스 햄스워스가 '퓨리오사:매드맥스 사가'에서 빌런 디멘투스로 분했다. 그의 존재감에 대한 평가는 다소 엇갈리지만 배우 개인의 필모그래피에서 이정표가 되는 역할이 것은 부인하기 힘들다.

조지 밀러 감독처럼 호주 출신인 햄스워스는 10년 전 맥스 역에 오디션을 봤다. 그러나 톰 하디에게 밀려 '매드맥스:분노의 도로' 출연이 무산됐다. 이후 그는 '토르' 시리즈로 세계적인 스타가 됐다.

돌고 돌아 다시 조지 밀러 감독과 만난 햄스워스는 얼굴에 특수분장까지 감행하면서 디멘투스의 외형을 만들어냈고 열연을 펼쳤다. 그는 각종 인터뷰에서 '퓨리오사:매드맥스 사가'의 디멘투스가 자신의 필모그래피에서 가장 애정하는 캐릭터라고 밝혔다.

◆ 리즈데일 펄=임모탄 조, 눈 크게 뜨고 봐야 할 1인 2역들

임모탄 조는 '매드맥스:분노의 도로'의 메인 빌런으로 관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전작에서는 휴 키스 번이 열연했으나 그는 2020년 타계했다.

젊은 시절의 임모탄 조를 연기할 배우로 호주 출신의 배우 러치 험이 발탁됐다. 흥미로운 건 그는 바이크 갱단의 부하인 리즈데일 펄로도 분했다. 임모탄이 생명 유지장치인 마스크를 끼고 있어 눈 아래의 얼굴이 보이지 않고, 리즈데일 펄은 애꾸눈이라 얼굴의 상반 부분이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두 사람이 동일인이라는 것을 알아채기는 쉽지 않다.

또 다른 배우도 1인 2역으로 활약했다. 엘사 파타키가 그 주인공. 퓨리오사의 엄마의 친구이자 녹색의 땅의 여전사로 영화 전반부에 등장하고, 중반부에는 바이크족의 부대원으로 또 한 번 등장한다. 엘사 파타키는 디멘투스를 연기한 크리스 햄스워스의 실제 아내이기도 하다.

◆ 15분의 카 액션, 찍는 데 걸린 시간은 78일

'퓨리오사'의 클라이맥스라 할 수 있는 15분간의 카체이싱 장면은 무려 78일에 걸쳐 촬영됐다. 제작진은 이 장면에 'Stairway to Nowhere'라는 코드 네임을 붙였다.

안야 테일러 조이는 '퓨리오사'를 찍기 전까지 운전면허가 없었다. 사막에서의 위험천만한 카체이싱 장면을 소화하기 위해 운전면허를 땄고, 'J턴'부터 훈련받았다. 촬영 내내 스턴트 더블이 존재하기는 했지만 많은 장면을 직접 수행해야 했다.

안야 테일러 조이는 "밀러 감독과 이 시퀀스가 왜 이렇게 긴지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면서 "전투가 진행되는 동안 퓨리오사의 능력이 축적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는 퓨리오사의 수완과 근성을 이해하는데 아주 중요하다는 걸 알았다"고 전했다.

78일에 걸친 긴 촬영이 끝난 날 안야 테일러 조이를 비롯한 모든 스태프는 'Stairway to Nowhere'라는 라벨이 부착된 와인을 선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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