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재생에너지 손놓은 전력수급기본계획안, 이대로면 한국서 기업 못할 것

2024. 5. 31.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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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총괄위원장인 정동욱 중앙대 교수가 31일 서울 영등포구 FKI타워에서 제11차 전기본 실무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산업통산자원부가 31일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실무안’을 공개했다. 전기본 총괄위원회는 늘어나는 전력 수요 충족을 위해 대형 원전 3기·소형모듈원자로(SMR) 1기 등 4기 추가 건설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실무안’은 한마디로 재생에너지 비중이 너무 낮고, 원전 확대를 고집하며, 여전히 화석연료에 과도하게 기대고 있는 시대착오적 계획이다.

11차 전기본엔 향후 15년(2024~2048년) 전력 수요 전망과 발전소 건설 계획 등을 담는다. 2038년 최대 전력수요를 129.3GW로 전망하면서 설비를 157.8GW까지 늘리겠다는 게 실무안의 요지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10.6GW가 추가로 필요한데 대형원전, SMR, LNG 열병합으로 충당하겠다고 했다. 총괄위는 “재생에너지를 제외한 무탄소 전원 중 가장 경제적이라고 평가되는 대형 원전으로 충당하는 것을 원칙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원전 확대에 ‘올인’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의 뜻이 중장기 에너지 계획에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10차 전기본 때 30.2%에서 21.6%로 줄였던 2030년 재생에너지 비중은 그대로다. 태양광·풍력설비 보급 목표를 72GW로 설정한 점도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턱없이 적다. 원전이 포함되지 않는 ‘RE100’(재생에너지 100%)을 요구하는 글로벌 에너지 전환기에 기업들이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재생에너지 비중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하는 현실에 역행한다. 글로벌 기업들의 RE100 이행 요구를 맞추지 못해 한국 기업들이 수출계약을 포기하는 실정이다. 한국무역협회의 지난 4월 조사결과 RE100 이행 요구를 받은 중소기업중 9.5%가 재생에너지 비용이 저렴한 해외로 사업장 이전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윤석열 정부는 세계원자력협회(WNA)가 주도하는 ‘원전 용량을 2050년까지 2020년 대비 3배 수준으로 확대하자’는 국가 간 협력에 참여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기후위기 해결을 위해 원전 역할 확대를 추진하고 있지만 실효성이 의문시된다. 유럽연합(EU)이 원자력을 ‘그린 택소노미’(녹색분류체계)에 포함시켰으나,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의 안전한 처분 계획과 사고를 덜 내는 핵연료 사용 등 까다로운 조건이 붙어 있기 때문이다. 고준위 방사성 폐기장 부지를 수십년째 찾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서 한국의 원전이 그린에너지로 인정받을 기약이 없다.

기후위기 대응 뿐 아니라 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도 재생에너지 비중의 획기적 확대는 필수불가결한 시대가 되고 있다. ‘친기업’을 내세우는 윤석열 정부가 왜 이런 현실을 외면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원전확대에 치우친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원점 재검토하는 것이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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