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필수품 '트래블카드'…벌써 레드오션?
카드업계 줄줄이 뛰어들어 '출혈 경쟁'
"수익 모델 마련하고 과대 광고 멈춰야"
해외 결제에 특화한 '트래블 카드'가 여행 필수품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너도나도 뛰어든 카드업계는 '그 다음'을 어떻게 할지가 시급해졌다. 경쟁이 심해지면서 수수료 무료화 등 혜택은 이미 비슷해졌다. 무리한 출혈 경쟁 대신 사업 전략을 보완하고 소비자 보호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30일 한국신용카드학회 춘계세미나에서 "카드 시장에서 트래블 카드는 고객 특화 성공 사례 중 베스트"라며 "코로나19가 촉진한 금융계 디지털 전환, 전 세계적인 현금 없는 경제 트렌드와 맞물린 결과"라고 평가했다.
치열한 선두 잡기…은행계 카드사 모두 참전
트래블 카드는 해외결제에 특화된 카드를 일컫는다. 온라인으로 외화를 저렴하게 환전하고, 즉시 결제·인출할 수 있어 여행 시 편리하다. 2021년 핀테크(금융기술)사 트래블월렛이 내놓은 '트래블페이' 카드가 시초로 꼽힌다.
이후 하나·신한·KB국민·우리카드 등 은행계 카드사가 줄줄이 트래블 카드를 내놨고, 토스뱅크와 삼성카드 등도 각각 상품을 출시했다. NH농협카드도 하반기 관련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일반 신용카드와 달리 해외결제 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되고, 직접 환율을 보고 미리 환전한 뒤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최근에는 환율 우대, 자동화기기(ATM) 인출 수수료 폐지, 공항 라운지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카드도 나왔다.
은행으로선 기존처럼 외화 수요에 맞게 외화 현물을 매입하고 각 지점에 배분, 보관할 필요가 없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고객이 미리 환전한 외화 예치금을 활용해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수도 있다.
문제는 카드업계다. 이성복 선임연구위원은 트래블 카드가 신규 고객 유치 등에 일부 도움은 될 수 있지만, 경쟁이 워낙 치열해 그 효과가 빠르게 절감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기존 수수료를 대체할 새로운 수익원도 현재로선 찾기 어렵다.
이성복 선임연구위원은 "라운지 서비스, 수수료 제로 등의 경쟁은 결국에는 무의미해질 것"이라며 "오히려 신규 수익 창출 기회를 만들고 그 수익을 고객과 공유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사업자의 경쟁력 측면에서는 외화통장과 연계된 직불카드를 제공하는 토스 외화통장, 신한 쏠(SOL)트래블 등이 유리할 것으로 내다봤다.
수익 모델 찾고 '소비자 보호' 나서야
간편함을 무기로 한 '슈퍼앱'의 성장도 트래블 카드에 위협이 된다. 카카오페이의 경우 중국 알리페이와 손을 잡고 일본, 중국 등에서 QR코드를 통한 간편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QR코드를 스캔하면 즉시 환전 후 결제되며 환전 수수료가 없다. 네이버, 토스도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서봉교 동덕여대 교수는 "외국에서도 한국에서 쓰던 앱 그대로 모바일 결제를 할 수 있으니 환전할 필요가 없다"며 "세계적으로 간편 페이 선호가 증가하는 점을 고려하면 트래블 카드의 경쟁자는 카드사가 아닌 빅테크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모바일 결제 서비스들은 위치 기반 광고 등을 통해 수익을 확보하고 있는데, 이와 같은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고민이 (카드업계에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카드사의 공격적인 마케팅에도 우려의 시선이 이어진다. 무료로 알려진 서비스 중에서도 현지 상황에 따라 수수료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에 대한 잘 알지 못하는 소비자가 많다. 예를 들어 현지 ATM에서 현금을 인출하는 경우 카드사에서 수수료를 받지 않더라도 ATM 업체가 이용 수수료를 부과하는 경우 등이다.
재환전 수수료와 연회비 등의 거래조건을 명확하게 설명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성복 선임연구위원은 "트래블 카드 하나만으로 해외여행에서 모든 결제가 가능하다는 식의 광고는 자제해야 한다"며 "무료라고 알려졌지만 사실상 고객이 부담하는 '숨겨진 수수료'가 있는지 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하은 (haeun@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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