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현준의 일침] 비평준화와 IB교육이 만나면

나현준 기자(rhj7779@mk.co.kr) 2024. 5. 31.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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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미국에 잠시 체류할 때, 미네르바대 학생 A씨와 만난 적이 있다.

온라인 기반 엘리트 교육을 제공하는 미네르바대는 글로벌 유수의 엘리트 학생들이 진학하는 곳이다.

A씨에게 들은 미네르바대의 교육은 혁신적이었다.

A씨 일화를 지금 소개하는 이유는 저출산 추세로 1인당 노동생산성을 끌어올려야 경제 규모를 유지할 수 있는 미래 세대에게 '미네르바대식 엘리트 교육'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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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미국에 잠시 체류할 때, 미네르바대 학생 A씨와 만난 적이 있다. 온라인 기반 엘리트 교육을 제공하는 미네르바대는 글로벌 유수의 엘리트 학생들이 진학하는 곳이다.

A씨에게 들은 미네르바대의 교육은 혁신적이었다. 온라인 수업은 활발한 참여를 위해 수업당 수강 인원이 20명으로 제한된다. 수업 참여 전에 미리 50~10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숙지해야 원활히 수업에 참여할 수 있다. 매 수업 후 성적이 나오는데, 활발히 토론에 참여하지 않으면 낮은 점수를 받는다. 더 특이한 점은 미네르바대 교수가 현직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는 점이다. 이를테면 미국 항공우주국(NASA) 엔지니어가 우주공학을 가르치는 식이다. 보다 현장감 있는 내용을 가지고 토론에 기반해 교육하는 게 미네르바대 엘리트 교육의 핵심이었다.

필자도 서울대 인문대를 졸업했고, 서울대가 제공하는 양질의 역사 교육을 들으며 인식의 지평을 확장했다. 다만 미네르바대처럼 토론에 기반한 혁신적인 수업을 들은 기억은 별로 없다. 그것도 온라인으로 말이다. 그런 면에서 미국의 엘리트 교육이 우리보다 몇 단계 위라는 생각이 들었다.

A씨 일화를 지금 소개하는 이유는 저출산 추세로 1인당 노동생산성을 끌어올려야 경제 규모를 유지할 수 있는 미래 세대에게 '미네르바대식 엘리트 교육'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A씨는 "미네르바대 구성원 중 상당수가 UWC(United World College)를 비롯해 IB(인터내셔널 바칼로레아) 교육과정을 도입한 학교 출신"이라고 밝혔다. IB 교육이란 일방향식 암기가 아니라 상호 토론식 숙의과정을 거쳐 결론을 도출하는 교육방식을 말한다. 글로벌 인재들은 IB 교육에 기반해 있는 셈이다.

다행히 국내에서도 IB를 도입하는 학교가 늘었다. 제주 표선고는 IB 교육을 통해 지난해 처음으로 서울대 합격자를 배출했다. 학부모 사이에서 IB에 대한 관심도 늘고 있다. 다만 IB를 무작정 확장하기보다는 내실화가 필요하다. 일례로 제주 표선고는 학생 간 학력 격차가 크다는 결과가 발표됐다. 배경지식이 별로 없는 학생이 IB 교육을 받으면 '아무 말 대잔치'로 수업이 끝나기 때문이다. IB 교육은 양질의 교사와 학생이 뒷받침돼야 하는 '엘리트 교육'이다.

이런 관점에서 다소 시대착오적인 발언일 수 있으나 필자는 '고교 비평준화 부활'과 '비평준화 학교에 IB 교육 도입'이 같이 가야 한다고 본다. 소수의 혁신가·자본가가 세상에 미치는 영향이 더욱 커지는 상황 그리고 급변하는 세계 정세와 갈등 상황에서, 나라를 이끌 엘리트 교육의 질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마치 프랑스의 그랑제콜처럼 말이다. IB의 무분별한 확대보다는 선별적으로 IB 학교를 늘리면서, 능력 있는 교사와 공부할 의지가 높은 학생들에게 더 양질의 교육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상위 20%를 위한 IB 교육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짜보면 어떨까 싶다.

정치가 교육보다 앞서는 현 교육감 제도 아래 표가 중요한 인기 영합식 정책이 우선인 상황에서 이 같은 주장이 관철되긴 쉽지 않을 것이다. 다만 국가의 백년대계를 생각한다면, 국내 엘리트 교육을 질적으로 높이는 정책이 필요하다. 엘리트와 IB, 두 키워드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나현준 증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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