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지역의 새로운 활력, 생활인구

2024. 5. 31.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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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LH 기관장으로 취임하여, 평생 처음으로 경남 진주에 터를 잡고 2년째 생활하고 있다.

필자가 생활하는 진주가 속한 서부 경남 지역만 해도 10곳 중 8곳이 인구감소 위기에 직면해 있다니 말이다.

'생활인구'란 특정 지역에 거주하거나 체류하면서 생활을 영위하는 인구로, 한 달 살기나 오도이촌 등으로 지역을 지속 방문, 체류하는 인구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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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LH 기관장으로 취임하여, 평생 처음으로 경남 진주에 터를 잡고 2년째 생활하고 있다. 필자를 비롯해 직장 덕분에 진주로 이주하게 된 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면, 진주의 정주 환경이 깨끗하고 기후가 온화한 데다, 사람 사는 정이 있어 살기 좋다는 데 입을 모은다. 어떤 사람들은 돈을 내면서 지역 명소에서 한 달 살기를 하는데, 일을 하면서도 수도권과는 색다른 곳을 경험할 수 있으니 행운이 아닐 수 없다.

LH를 비롯하여 공공기관들이 지방으로 이전한 지 10년이 되어, 지역과의 교류도 늘고 지역 발전에 기여하는 부분도 눈에 띄게 증가했다. 수도권에 거주하던 직원들도 이전 초기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이제는 가족 단위로 진주로 이주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인구 감소라는 거대한 흐름을 거슬러 지역의 인구소멸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역부족인 듯하다. 필자가 생활하는 진주가 속한 서부 경남 지역만 해도 10곳 중 8곳이 인구감소 위기에 직면해 있다니 말이다.

LH에서는 지역별로 거점도시를 만들어서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자는 취지로 속초, 통영 등의 지역 역세권 투자선도지구 개발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인구감소 추세 속에서 개발 프로젝트만으로 지역의 인구소멸을 막는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제는 '거주인구'의 개념에서 '생활인구'의 개념으로, 인프라를 넘어 라이프 스타일 측면에서 지역소멸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

'생활인구'란 특정 지역에 거주하거나 체류하면서 생활을 영위하는 인구로, 한 달 살기나 오도이촌 등으로 지역을 지속 방문, 체류하는 인구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다. 정부는 지난해 '인구감소지역지원특별법'을 시행하여 인구관리 정책을 생활인구 중심으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으며, 지방시대위원회도 '매력 있는 농어촌 조성으로 생활인구 늘리기' 등을 추진하고 있다.

'생활인구' 중심으로 정책을 펼치기 위해서는 개개인의 생애주기에 대한 세심한 이해가 앞서야 한다. 생애주기 전체에 걸쳐 거주 장소에 대한 니즈가 계속해서 변하기 때문이다. 은퇴 이후의 연령대라면 농어촌 한 달 살기에 관심이 많고, 한창 직장생활을 하는 중장년들 사이에서는 오도이촌이 눈길을 끈다. 이런 다양한 니즈에 맞춰 체류하는 곳을 유연하게 옮겨갈 수 있도록 체류 목적, 관심사, 개인별 여건에 따른 맞춤형 주거공급과 정책지원이 필요하다.

지난해 11월, 전남 구례에서는 LH가 조성한 귀농·귀촌 단독주택단지인 '돌오마을'의 첫 입주가 시작됐다. 전용면적 74.5㎡의 26개동으로 구성된 단지로, 보증금 3000만원, 월 임차료 16만원이면 최장 4년까지 거주할 수 있다. 입주식에서 만난 주민들은 대부분 중장년층이었는데, 생각에만 그치던 귀농·귀촌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어 만족도가 대단히 높았다.

이제는 언제든 떠날 수 있고, 또한 언제든 돌아올 수도 있는 시대이다. 도시와 농촌을 넘나드는 다양한 수요에 맞춰 귀농·귀촌에 손쉽게 다가갈 수 있는 체류 여건을 조성하는 것, 지역의 인구소멸에 맞서기 위한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손에 잡히는 시작점일 것이다.

[이한준 LH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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