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다시 보기 힘들다"…5만5000명 몰린 전시회 정체
고미술 전시, 일평균 1000명 방문 기록
백제 불상 '금동관음보살입상' 국내 첫 전시
고려 나전 경함, 9년 만에 한국 나들이
경기 용인 호암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동아시아 불교미술 기획전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을 찾은 관람객이 5만5000명을 돌파했다. 서울이 아닌 용인에 위치한 미술관이란 점, 고미술 전시 관람객이 일반적으로 근현대미술에 비해 적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수준이다.
호암미술관은 전시 폐막(6월 16일)을 보름여 앞둔 31일 “개막 후 50여일간 일평균 1000명 이상의 관람객이 전시장을 찾았다”고 발표했다. 미술관 관계자는 “한국에서 다시 보기 어려운 작품들을 보러 온 국내 관람객들의 ‘N차 관람’, 일본과 미국 대만 등에서 온 해외 관람객들이 많았다”고 소개했다.
미술관은 이와 함께 ‘이번 전시에서 놓치면 안 될 작품’ 두 점을 소개했다. 두 작품 모두 아름다운 유물이지만, 해외에 있어 좀처럼 국내 전시에서 보기 어려운 작품들이다.
첫번째 작품은 이번 전시 최고의 화제작인 26.7㎝짜리 백제 불상 ‘금동관음보살입상’(7세기 중반)이다. 1907년 충남 부여에서 한 농부가 발견한 이 불상은 1922년 일본인 수집가에게 팔려 1929년 전시를 마지막으로 한반도에서 모습을 감췄다. 2018년 일본의 개인소장자가 갖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문화재청은 42억원을 지불하고 불상을 환수하려 했다. 하지만 소유자가 150억원을 제시해 협상이 결렬된 적이 있다. 국내 전시에 이 작품이 나온 건 해방 이후 처음이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정교한 솜씨로 세공해낸 오묘한 웃음이다. 관음보살상의 옆으로 긴 눈, 곧게 뻗어 내린 날렵한 콧날, 짧은 인중과 작은 입 등이 소년에서 청년으로 넘어가는 젊은이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오른쪽 다리에는 힘을 빼고 왼쪽 다리로 체중을 지탱한 채 허리를 약간 틀어 편안하면서도 균형 잡힌 자세로 서 있는 모습도 인상적이다. 넓은 어깨에서 날렵한 허리로 내려와 살짝 비튼 골반으로 이뤄진 몸의 선은, 금속을 손으로 깎고 두드려 만든 것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섬세하다.
미술관 측은 “백제 미술의 아름다움을 설명하는 말 중에서는 ‘검소하나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나 사치스럽지 않았다(儉而不陋 華而不侈)’는 표현이 있다”며 “이런 표현에 걸맞는 뛰어난 조형미와 주조 기술을 보여주는 걸작”이라고 설명했다.
두 번째 작품은 13세기 고려시대 만들어진 ‘나전 국당초문 경함’이다. 비슷한 시기 아시아의 많은 국가에서 칠기를 제작했지만, 그 중 최고로 평가받는 건 고려 나전이었다.
이번 전시에 나온 작품은 고려의 관청에서 제작된 것이다. 1272년 원나라는 “고려가 대장경을 넣어 둘 나전칠기 경전함을 만들라”고 요구했고, 고려는 이를 조달하기 위해 나전칠기 제작 관청인 ‘전함조성도감’을 임시로 만들어야 했다. 이곳에서는 국가가 인증한 장인들이 나전 경함을 대량 생산했다. 다만 이곳에서 제작된 나전 경함은 현재 전 세계에 단 6점만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중 세 점은 일본, 나머지 세 점은 각각 영국, 미국, 네덜란드에 위치해 있다.
이번 전시에 나온 나전 경함은 일본 개인 소장가가 갖고 있는 작품이다. 2015년 이후 9년 만의 한국 나들이다. 옻칠한 나무 위에 얇게 잘라서 갈아낸 전복 껍데기로 국화를, 금속선으로 넝쿨 줄기를 표현해 표면을 장식했다. 자개 조각 하나의 크기는 0.8cm도 되지 않는데, 고려 장인들은 이런 조각들을 배열해 9개의 꽃잎으로 이루어진 국화 무늬를 구성하고 C자 모양의 나전으로 잎사귀를 표현했다.
넝쿨은 철사 모양의 단선을 이용해 나타냈고, 각 면 둘레의 문양대는 두줄의 단선을 끈처럼 하나로 꼰 금속선을 사용하여 구분했다. 각 면 둘레의 문양대는 모란 무늬로 꾸몄는데 바닥면과 접하는 부분만 국화 넝쿨무늬로 장식했다. 모란 꽃잎은 마치 은행잎을 조합한 듯한 형태에 정교한 선각을 새겼다. 미술관은 “표면을 장식한 나전의 완벽한 접착 상태, 주칠과 자물쇠의 형태 등을 감안하면 현재까지 전하는 나전 경함 중 가장 원형에 가까운 작품”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6월 16일까지 이어진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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