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마늘 흉작은 날씨 탓? [기후위기 팩트체크⑦]

이혁근 2024. 5. 31.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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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아져 상품성 떨어지는 '벌마늘' 급증
온도 오르면 발생률 상승

우리나라는 '마늘의 민족'이라 불릴 정도로 마늘 섭취량이 많습니다.

국민 1인당 1년에 7~8kg의 마늘을 소비하고 있는데요.

그런데 마늘도 기후위기에 처했습니다.

마늘이 더위와 추위에 모두 약한 편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올해 마늘 수확의 첫 시작점인 제주에서는 긴 한숨 소리가 들려옵니다.

MBN이 제주도를 직접 찾아 기후위기로 올 봄 제주 마늘 농사가 흉작인지 알아봤습니다.

▲MBN 뉴스7, <[기후위기⑥] "안 멈추고 계속 자랐다"…제주 마늘 수확 현장 가보니>(2024-05-22)

매년 마늘 수확의 첫 시작점은 한반도 남쪽 끝 제주입니다.

5월 무렵 수확이 시작됩니다.

▲MBN 뉴스7, <[기후위기⑥] "안 멈추고 계속 자랐다"…제주 마늘 수확 현장 가보니>(2024-05-22)

그런데 취재진이 찾은 제주에선 농민들의 한탄 소리만 들렸습니다.

제주 마늘의 70%를 생산하는 제주도 남쪽 대정읍의 농민들은 "마늘이 흉년이 됐다"고 입을 모읍니다.

▲MBN 뉴스7, <[기후위기⑥] "안 멈추고 계속 자랐다"…제주 마늘 수확 현장 가보니>(2024-05-22)

한 농민은 "30년 농사했는데 올해같이 안 되는 건 처음이다"며 "마늘 농사는 많이 줄이려 한다"고 말했습니다.

올해 마늘 작황이 어떨지 가늠해볼 수 있는 첫 수확인 셈인데, 제주 농민 말에 따르면 상황이 아주 좋지 않은 겁니다.

▲MBN 뉴스7, <[기후위기⑥] "안 멈추고 계속 자랐다"…제주 마늘 수확 현장 가보니>(2024-05-22)

작황이 안 좋은 건 고온과 잦은 비 등 이상기후로 마늘이 멈추지 않고 계속 자라는 이른바 '벌마늘' 현상 때문입니다.

벌마늘 현상은 통상 6~9개인 마늘쪽이 12개 이상으로 나뉘는 걸 뜻합니다.

벌마늘이 생기면 먹는 데는 지장이 없지만 마늘이 작아져 상품성이 크게 떨어집니다.

전문가들은 온도가 평균 1도 상승하면 벌마늘 발생률이 크게 증가한다고 설명합니다.

▲농촌진흥청 「농업기술길잡이 117 마늘편」(2021)

온도가 오르면 2차 생장을 하기 때문입니다.

마늘은 쪽이 잘 나뉘려면 겨울철 저온(10°C 이하)에 4주 이상 노출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겨울철 고온 현상이 이어지면 마늘쪽이 다시 분화해 자라는 2차 생장을 하는 겁니다.

▲국립원예특작원 보도자료, "평년보다 높은 기온 '양파, 마늘 웃자람 주의'"(2024-02-28)
덜 추웠던 제주, 마늘엔 직격탄

실제 데이터 분석 결과, 지난 겨울 제주도 평균 온도는 대체로 높은 편이었습니다.

지난해 11월 평균 기온은 13.7°C로 10°C를 웃돌았습니다.

제주 마늘 최대 산지인 대정읍이 속한 서귀포 남부의 경우 18°C까지 올라갔습니다.

12월에는 9.4°C로 10°C 이하였지만 평년대비 1도 높았고, 서귀포 남부의 경우 13.4°C까지 올라갔습니다.

또한, 11월(4.8°C)과 12월(5.0°C) 기온변동폭도 각각 역대 1위를 기록했습니다. 1973년 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최고치였습니다.

올해 들어서도 겨울 고온 현상이 이어졌습니다.

1월 하순에는 일시적 한파가 있었지만, 2월 제주 평균 기온은 9.7°C로 평년 대비 2.7°C 높아, 또 역대 1위였습니다. (제주지방기상청 보도자료, 2024-03-07)

박태환 제주마늘생산자협회장은 "작년에는 상품이 70%고 하품은 5% 정도밖에 안 됐다"며 "올해는 상품이 10%에서 많아야 20%고 하품이 20~30% 이상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MBN 뉴스7, <[기후위기⑥] "안 멈추고 계속 자랐다"…제주 마늘 수확 현장 가보니>(2024-05-22)

현재와 비슷하게 온실가스 배출을 지속할 경우 향후 벌마늘 현상과 같은 생리장해가 일어나 마늘의 상품성과 생산성에 적신호가 켜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었습니다.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제주대 생물학과, "온도구배터널 내 생육온도 상승에 따른 난지형 마늘의 지상부 생장, 인경 발달 및 무기성분 함량의 변화"(2020)

제주 일대에서 지배되는 마늘은 대부분 난지형 마늘인 남도 마늘인데 제주뿐만 아니라 남해안 연안지대 및 남부 내륙지대까지 석권하고 있습니다. (농촌진흥청 「농업기술길잡이 117」, 2021)

다음 달부터는 전남과 경남에서 마늘 수확이 시작되는데, 상황은 비슷할 것으로 보입니다.

전지혜 농촌진흥청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장은 "벌마늘 현상이 많이 일어났고 이러한 현상은 올해 남해안 지역에서도 그런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MBN 뉴스7, <[기후위기⑥] "안 멈추고 계속 자랐다"…제주 마늘 수확 현장 가보니>(2024-05-22)

이례적인 비상 상황에 제주도는 지난 24일 농협과 계약하지 않은 농가의 벌마늘 1천톤을 수매하겠다는 지원책을 내놨습니다.

하지만 올해 전국 마늘 생산량은 평년보다 6~7% 정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정부는 일단 벌마늘을 가공용으론 사용할 수 있고 작년 재고량이 충분하다는 판단이지만, 필수 양념인 마늘값 마저 뛸까 촉각을 세우고 있습니다.

따라서 올 봄 기후위기로 제주 마늘 농사가 흉작이라는 건 현장취재와 연구 결과, 논문 등을 종합해볼 때 대체로 사실입니다.

자료수집 : 염정인

관련기사 https://www.mbn.co.kr/news/economy/5028154
SNU팩트체크 https://factcheck.snu.ac.kr/facts/show?id=5359

이혁근 기자 root@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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