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 같은 뉴진스 위해”...민희진, 하이브에 화해 요청(종합)

이다겸 스타투데이 기자(trdk0114@mk.co.kr) 2024. 5. 31.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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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31일 기자회견에서 환하게 미소짓고 있다. 유용석 기자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분쟁 중인 모회사 하이브에 화해를 요청했다. 민 대표는 “자식 같은 아이들(뉴진스)을 위해 좋은 판단이 내려졌으면 좋겠다”며 “금전적 타협도 충분히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민희진 대표는 31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어도어 임시주주총회 관련 입장을 설명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달 25일 기자회견과 마찬가지로 법률대리를 맡고 있는 법무법인 세종의 이수균, 이숙미 변호사가 함께 자리했다.

민 대표는 본격적인 기자회견을 시작하기에 앞서 하이브와 한 달 여 분쟁을 벌인 심경을 밝혔다.

그는 “제 인생에서 너무 힘들었고 다시는 없었으면 하는 일이었다”면서 “정말 힘든 시간이었는데 생면부지의 사람을 응원해주신 분들에게 감사하다. 저를 지지해주고 응원해주신 분들 덕에 제가 이상한 생각을 안 할 수 있었던 것 같다”면서 울컥했다.

갑작스럽게 기자회견을 진행한 이유에 대해서는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많고 법리적으로 복잡한 내용들이 많은데, 제가 정리를 한 번 하고 넘어가는 것이 맞지 않나라는 생각으로 기자회견을 하게 됐다. 제가 하이브 자회사 사장이기도 하지만 첫 신분은 어도어의 대표이사다. 아직 해결해야 될 숙제가 많이 남아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대한 저의 계획을 말씀드리고자 한다”고 말했다.

민희진 어도어 대표. 사진l유용석 기자
앞서 이날 오전 어도어 임시주총에서는 가처분에서 승소한 민 대표를 제외한 이사진 2명이 해임되고, 하이브 측 인사 3명이 새 이사진으로 선임됐다. 하이브가 민 대표를 해임하지 못한 이유는 지난 30일 법원이 민 대표가 하이브를 상대로 제기한 의결권행사금지가처분 신청을 인용했기 때문이다.

법원은 “민희진 대표가 뉴진스를 데리고 하이브의 지배 범위를 이탈하거나 하이브를 압박하여 하이브가 보유한 어도어 지분을 팔게 만듦으로써 어도어에 대한 하이브의 지배력을 약화시키고 민희진 대표가 어도어를 독립적으로 지배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였던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모색의 단계를 넘어 구체적인 실행행위까지 나아갔다고 보기 어렵다. 하이브가 주장하는 민 대표 해임 사유 또는 사임 사유가 충분히 소명되지 않았다”면서 민 대표의 손을 들어줬다.

해당 판결문이 공개된 후, 일각에서는 재판부가 민 대표의 행동을 하이브에 대한 ‘배신’이라고 는 볼 수 있지만 어도어에 대한 ‘배임’ 행위가 된다고 하기는 어렵다고 판시한 것에 주목했다.

이에 대해 이수균 변호사는 “판결문을 읽어보시면 아시겠지만 결정문에서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그것이 아니다. 결정에서 하고자 하는 말은 ‘배신적 행위가 될지는 몰라도 회사에 손해를 끼친 것이 없었다’는 것이 포인트다. 민 대표가 괴로우니까 ‘주인이 바뀌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던 것뿐이다. 이게 배신적 행위가 될 수 있지만 정관위배 행위나 손해를 끼친 것은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밝혔다.

민 대표 역시 “회사는 친목을 위해서 다니는 곳이 아니고, 경영인은 숫자로 증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기간 내 낸 성과로 봐야하지 않을까”라며 “저는 톱 보이그룹들이 5~7년 간 낸 성과를 2년 만에 걸그룹으로 냈다. 이게 배임인가. 배신이라는 감정적 단어가 주식회사에서 쓰여야 하는 단어인지 모르겠다. 경영인으로서는 숫자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민희진 어도어 대표는 응원에 감사하다며 눈물을 보였다. 유용석 기자
이번 임시주총에서는 대표직을 지켰지만, 민희진 대표의 앞날은 맑지만은 않다. 새로운 어도어 이사진이 민희진 측 1명, 하이브 측 3명으로 구성되면서 어도어 이사회의 결의가 있다면 대표이사에서 해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이숙미 변호사는 “하이브 측 이사들이 곧 이사회를 소집, 민희진 대표의 해임건을 올릴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어도어 역시 주주간계약의 당사자인 만큼 이사회를 개최하지 말라는 가처분을 해야 되는지에 대해서도 생각 중”이라며 “어찌됐든 주주간계약을 지키라는 것이 법원의 판결이므로 하이브는 이사들로 하여금도 민 대표를 해임하지 않게 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해야 되지 않나 싶다”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지긋지긋하게 싸웠다. 이제 모두를 위한 챕터로 넘어가야 되지 않을까 싶다”라고 입을 뗀 민 대표는 앞으로도 어도어 대표이사로서 일하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민 대표는 “저는 개인적인 누명이 벗겨진 상황에서 자유롭게 활동을 할 수도 있지만, 뉴진스와 계획했던 비전을 이루고자 하는 소망이 너무 크다. 뉴진스와 도쿄돔, 새 음반, 월드투어 등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그런 계획들이 혼란스러워졌다. 분쟁으로 인해 ‘이런 기회와 가치를 날려야 하는 건가’라는 생각을 했다. 싸우면서도 이게 누구를 위한 분쟁인지, 뭘 얻기 위한 분쟁인지 잘 모르겠다”라고 그간의 시간을 돌아봤다.

이어 “제가 어도어를 위해 헌신하고 열심히 일을 한 것이 하이브에 큰 기여를 했다고 생각한다. 또 법원에서 이건 어도어에 대한 배임이 아니라고 한 상태에서 건강하게 논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두를 위해서 다시 한 번 판이 바뀌어야 하지 않겠나. 뉴진스와 계획했던 것들을 성실하고 문제없이 이행하고 싶다. 하이브와 타협점이 잘 마련됐으면 좋겠다”라고 손을 내밀었다.

또 하이브와의 대화에 시한을 두지 않고 열어두겠다며 “저는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하는 거다. 그분들이 이사회를 열어서 저를 해임 안하면 상관없지만 그런 가능성도 있지 않나. 솔직히 말하면 (다시) 같이 일하는 건 저도 힘들다. 그런데 조금 어른의 마음으로 바라보면 이로 인해 망가지는 것이 많지 않나. 저도 힘들고 괴롭지만, 장기적으로 생각했을 때 모두에게 유리한 방향을 생각해보면 아프더라도 참고 가는 게 맞지 않나 싶다”라고 재차 화해를 요청했다.

밝은 표정으로 2차 기자회견에 나선 민희진 어도어 대표. 유용석 기자
하이브는 지난 달 22일 경영권 탈취 시도를 내세워 어도어 경영진에 대한 감사에 착수하고 민희진 대표 등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했다. 이에 민 대표는 자신이 하이브에 ‘뉴진스 표절’ 문제를 제기하자 보복성으로 해임하려고 하는 것이라며 의혹을 부인했다.

지난 달 25일 하이브가 어도어 경영진 교체를 위해 법원에 임시 주주총회 소집 허가 신청을 내자, 민 대표는 의결권행사금지가처분 신청으로 경영권 방어에 나섰다. 해당 가처분은 어도어 지분 80%를 보유한 하이브가 어도어 임시주총에서 민 대표의 해임안에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해달라는 취지다.

법원이 의결권행사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함에 따라 하이브는 어도어 임시주총에서 ‘사내이사 민희진 해임의 건’에 찬성하는 내용의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했다. 하지만 해당 가처분 신청은 민 대표에게만 해당되는 것이라 민 대표를 제외한 이사진의 해임안은 가결됐다.

어도어 새 사내이사로는 하이브 측 인사인 김주영 최고인사책임자(CHRO), 이재상 최고전략책임자(CSO), 이경준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선임됐다. 이에 따라 어도어 이사회는 민희진 대표와 하이브 측 1대 3 구도로 재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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