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와 합의해서'…형사처벌 곽명우에 KOVO 징계 수위 도마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프로야구 관계자는 한국배구연맹(KOVO) 상벌위원회의 결정을 기사로 접한 뒤 "종목마다 사정이 다르겠지만, 프로야구에서 비슷한 상황이 나왔다면 징계 수위는 배로 높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정폭력 등의 혐의로 법원으로부터 유죄 판결을 받고, 음주운전 적발 사실까지 숨겼던 세터 곽명우(OK금융그룹)는 배구연맹으로부터 '1년 자격정지' 처분을 받았다.
범죄 사실을 은폐한 채 경기를 뛰고 트레이드 철회 등 배구계를 혼란에 빠뜨린 사안 치고는 징계 수위가 높지 않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KOVO는 31일 서울시 마포구 사무국에서 곽명우에 관한 상벌위원회를 열었다.
상벌위원회가 끝난 뒤 KOVO는 "곽명우가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및 상해 혐의로 징역 6개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은 사항을 확인하였다. 또한 사실 파악 과정 중 과거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으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점도 추가로 확인했다"고 운을 뗐다.
'중징계'를 예상할 법한 서론이었다.
하지만, KOVO 상벌위원회는 "선수가 실형을 선고받은 사항은 리그의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라고 판단했다"면서도 "법원 판결에서 피해자와 원만하게 합의해 피해자가 선수에게 최대한 관대한 처벌을 하여 줄 것을 탄원한 사실을 고려한 점 등을 참작해 곽명우에게 자격정지 1년 징계를 부과했다"고 설명했다.
법원도 곽명우가 음주운전 이력 외에는 처벌받지 않은 점, 피해자와 합의한 점을 고려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정확한 법원의 판결은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및 상해 혐의로 징역 6개월, 자격정지 1년에 집행유예 1년, 40시간의 가정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다.
KOVO 상벌위원회는 '참작할 사항'에 더 무게를 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한국야구위원회(KBO)에서는 음주운전으로 적발되고 이를 숨긴 선수가 두 명 나왔다.
배영빈은 1년 실격 처분, 박유현은 80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았다.
'면허 취소 처분'을 받은 배영빈의 징계가 '100일 면허 정지 처분'을 받은 박유현보다 조금 더 높았다.
둘은 모두 '음주 운전 적발 사실을 소속 구단이나 KBO에 신고하지 않아' 추가 제재를 받았다.
음주운전으로 벌금형을 받고, 이를 은폐한 곽명우도 'KBO리그 기준'이라면 '6개월 이상' 출장 정지 처분을 받았을 것이라는 의미다.
더구나 곽명우는 '가정폭력' 혐의로 형사처벌까지 받았다.
프로야구 관계자는 "가정폭력에, 음주운전 은폐가 동시에 상벌위 논의 대상이 됐다면, KBO리그에서는 '2년 이상의 자격정지 처분'이 나왔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리그 상벌위 차원에서 '영구 실격' 처분을 하기는 어려웠을 것이고, 팀에서 방출하지 않았을까"라고 덧붙였다.
KOVO 내에서도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KOVO 상벌위원회는 올해 2월 '직장 내 괴롭힘과 인권 침해' 혐의로 오지영에게 1년 자격 정지 처분을 내렸다.
상벌위원회 결과만 놓고 보면, KOVO는 '법적으로 처벌받은 가정폭력, 음주운전'과 '법적인 처벌을 받지 않은 직장 내 괴롭힘'을 같은 수준으로 본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배구 관계자에 따라 "법적 처벌을 받은 곽명우의 징계가 더 강해야 한다", "구단 내 괴롭힘은 인권침해와도 연결된다. 리그 내부에서 징계를 내리는만큼 '법적 처벌을 받지 않았다고 해서 오지영의 징계 수위가 더 낮아야 한다'는 생각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라고 의견이 엇갈렸다.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곽명우는 V리그에 혼란을 야기했다. 이는 V리그 내에서 '징계 근거'가 될 수 있다.
아내를 폭행한 혐의를 받은 곽명우에 대한 1심 판결은 지난해 9월, 2심 판결은 올해 5월에 나왔다.
곽명우는 2023-2024시즌을 시작하기 전에 1심 판결을 받고도 재판 사실을 구단에 알리지 않았다.
시즌이 끝난 뒤인 4월 19일 OK금융그룹은 현대캐피탈에 세터 곽명우를 내주고, 미들 블로커 차영석과 2024-2025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을 받는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4월 22일에 현대캐피탈 배구단에 '곽명우에 관한 제보'가 들어왔고, 현대캐피탈은 4월 25일 곽명우, OK금융그룹 관계자와 만났다. 4월 25일에 곽명우는 "그동안 재판을 받았고, 곧 2심 판결이 나온다"고 실토했다.
현대캐피탈은 곧 OK금융그룹에 트레이드 거부 의사를 밝혔고, OK금융그룹과 현대캐피탈은 KOVO에 트레이드 공시 철회 요청을 했다.
결국 OK금융그룹과 현대캐피탈의 트레이드는 '없던 일'이 됐다.
OK금융그룹이 곽명우를 트레이드 카드로 쓰지 않았다면, 그가 유죄 판결을 받았다는 사실을 구단과 KOVO는 영영 모를 수도 있었다.
사실 그동안 여러 종목 상벌위원회에 회부된 선수는 '협회 또는 연맹'보다 '구단의 징계'가 더 무거웠다.
중범죄나 승부조작이 아니면 협회나 연맹이 '영구 제명' 징계를 내리는 건 쉽지 않다.
구단이 '방출'을 결정하는 건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OK금융그룹도 곽명우에 대한 징계를 고민하고 있지만, 6월 30일에 계약이 만료되는 터라 현재 곽명우에게는 '방출'이 큰 의미가 없다.
KOVO 상벌위원회가 '관대한 눈'으로 곽명우 사건을 바라보면서 곽명우는 팬들의 눈높이보다 낮은 수준의 징계를 받았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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