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 공천은 공정한가?…"좋은 정치인 출현 오히려 어려워져"
거대 양당이 자부하는 시스템 공천을 두고 정치학계에서 "정당 민주주의를 역행하는 측면이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현역의원에 대한 평가가 밀실에서 이뤄지고, 팬덤 정치가 경선 여론조사와 결합하면서 극단적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 방향으로 퇴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중앙집권적 공천 권한을 지역으로 분권하기 위한 지구당 부활 등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윤왕희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교수는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국정치학회·한국의회발전연구회 등 주관으로 열린 학술대회에서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등이 공언하는 시스템 공천에 대해 "중앙집권적 공천의 세련화 과정"이라며 "과연 (시스템 공천이) 우리를 좋은 민주주의로 향하게 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윤 교수는 지금의 시스템 공천에 투명성과 숙의성이 특히 부족하다고 봤다. 그는 민주당 사례를 예로 들며 "(경선에 반영되는) 현역의원 평가를 공천관리위원장만 볼 수 있는 상황인데, 평가 결과는 위원장만 보고 판단할 게 아니라 지역의 유권자들이 봐야 하는 것"이라며 "현역의원 평가 결과를 비공개하는 것은 국민의 알 권리보다 의원들 본인의 위신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공천관리위원회 발족을 선거 후보자 등록 70일 전에 하게 돼 있고, 실제 경선은 한 달 정도 진행된다. 또 공천 면접은 많게는 5~6명을 한 번에 불러서 10분을 한다"며 "숙의성 자체를 기대할 수 없는 과정이다. 당원들과 유권자들이 (경선 여론조사에서) 후보를 선택하지만 왜 선택했는지에 대해 충분히 고민할 시간이 부족한 것"이라고 했다.
당원 및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가 경선 결과를 판가름하는 핵심 기준이 되는 상황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윤 교수는 "여론조사가 (공천 경선 과정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오염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며 "또한 공천 권리행사를 빌미로 당원 가입을 유도하면서 온라인 행동주의, 디지털 포퓰리즘으로 치닫는 모습이 실제 나타나고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어 "팬덤 정치와 여론조사가 결합하면 극단적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 방향으로 퇴행할 수 있다는 점을 이번 (4·10) 총선 공천이 보여준 게 아닌가 생각한다"며 "실제로 공천관리위원회가 지도부가 경선을 좌지우지하지 않더라도 여론조사라는 민주적 방식에서 계파 경선이 될 수 있다는 점이 확인 됐다. 이런 상태로 가면 자질을 갖춘 좋은 정치인의 출현이 오히려 어려워지는 게 아닌가 우려된다"고 전했다.
4·10 총선에서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에 위원으로 참여한 송경재 상지대 사회적경제학과 교수도 "투명성이나 숙의성 등의 문제가 분명히 존재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다만 (경선 여론조사와 관련해) 당원과 일반 국민이 참여하기 시작됐다는 것과 이들의 참여 요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을 정당들이 무시하기 어려워진 측면이 있다고 본다"고 했다.
송 교수는 총선 때마다 선거구 획정이 늦게 이뤄지는 상황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선거구 획정 문제는 공천 과정을 짧게 만드는 문제"라며 "2월 말에 선거구가 결정되다 보니 후보를 제대로 심사할 수 없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이에 따라 숙의성이 당연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최소 6개월 전에 획정이 돼야한다"고 했다. 선거구 획정은 20대 총선에서 선거 42일 전, 21대에선 38일 전 이뤄졌다.
허유정 숙명여대 교수도 문제의식에 공감을 표하면서도" 갈수록 적대적으로 되는 양당의 진영대결이 유지되는 상황에서 공천 방식을 민주적으로 개선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고 했다. 이어 "당장 실현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현역의원 평가를 포함해서 선거 출마자들에 대한 평가 기준 또는 최소한의 원칙 정도는 미리 공개하는 것이 있다"며 "정당이 기준을 공개하는 게 그 결과에 대한 책임성을 담보하는 방안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종빈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결국 당내 민주주의가 정착돼야 공천도 중앙 집중이 아닌 분권이 가능할 것"이라며 "(지구당 등을 통한) 당원 중심의 소통이나 의사결정 과정이 있어야 공천 또한 국민이 바라는 눈높이에서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했다.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왜 우리가 (국민의힘의) 당협위원장 또는 (민주당의) 시·도당위원장에 의한 공천을 진행하지 않는가, 왜 중앙당에 모든 권한을 몰아주는가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오문영 기자 omy072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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