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현장]민희진, 하이브에 '맞다이' 대신 '화해' 요청…"누굴 위한 분쟁인가"(종합)

정빛 2024. 5. 31.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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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뉴진스의 소속사 어도어 민희진 대표가 31일 서울 프레스센터 매화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질문에 답하는 민희진 대표의 모습. 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4.05.31/

[스포츠조선 정빛 기자]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하이브에 화해를 청했다.

민 대표는 3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하이브에 대의적인 차원에서 서로를 위해 타협점을 찾자는 취지를 밝혔다.

앞서 법원이 30일 민희진 대표이사 겸 사내이사 해임안건'에 대한 의결권행사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서, 민 대표는 어도어 대표이사직을 유임하게 됐다. 31일 열린 어도어 임시 주주총회에서는 민 대표 측근인 신모 부대표, 김모 이사만 해임됐고, 새 사내이사로 하이브 최고전략책임자(CSO), 김주영 최고인사책임자(CHRO), 이경준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선임됐다. 이들은 어도어 지분 80%를 보유 중인 하이브가 추천한 인물들이다.

▶활짝 웃은 민희진…"그래도 여전히 숙제 남았다"

이날 임시 주총을 끝내고 긴급 기자회견을 연 민 대표는 이날 계속해서 하이브에 화해하자는 목적을 염두 둔 발언을 이어갔다. 특히 캡모자를 쓰고 '개저씨', '맞다이' 등 거친 표현으로 화제를 모은 지난달 25일 기자회견 당시와 달리, 이번에는 화사한 복장으로 나타나 활짝 웃어 눈길을 끌었다. 민 대표는 "개인적으로 누명을 벗었기 때문에, 많이 홀가분한 것은 있다"라면서도 좋은 일이 있지만 사실 넘어야 할 산이 많은 상태에서 일반분이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들이 많다. 그걸 정리하고 넘어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해결해야 할 숙제가 많이 남아 있다"고 했다.

어도어 이사회가 하이브 측근으로 구성된 만큼, 향후에도 민 대표가 대표이사직에서 해임될 수 있다는 여지가 남아 있다. 민 대표의 법률대리인 법무법인 세종의 이수균 변호사는 "민 대표가 대표이사에서 언제든 해임될 수 있다. 이사들의 결의가 있으면 대표이사는 해임될 수 있다"고 했고, 이숙민 변호사는 "곧 이사회가 소집될 여지가 있다. 민 대표의 해임안에 대한 가능성도 있겠다고 생각한다. 오늘 선임된 이사들이 통지하지는 않았다. 이사들로 하여금, 민 대표를 대표이사직에서 해임하기 위한 행위를 하지 않도록 하이브가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본다"고 거들었다.

그룹 뉴진스의 소속사 어도어 민희진 대표가 31일 서울 프레스센터 매화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질문에 답하는 민희진 대표의 모습. 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4.05.31/

▶"뉴진스 위해 하이브와 화해하고파"

이에 민 대표는 하이브와 더이상 갈등을 이어가고 싶지 않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뉴진스 활동을 위해 불필요한 싸움을 그만하고 싶다는 입장이다. 민 대표는 "하이브에서도 제 얘기를 듣는데, 타협점이 마련됐으면 한다. 분쟁이라는 것이 솔직히 싸우면서도 누구를 위한 분쟁인지 모르겠다. 뭘 얻기 위한 분쟁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누구를 비방하는 것도 이제 지겹지 않느냐"라고 밝혔다.

이어 "대의적으로 모두가 좋은 방향이면 좋겠다. 어도어를 위해 헌신하고 열심히 일했는데, 하이브에 큰 기여가 됐다고 생각한다. 법원에서도 어도어에 대한 배임이 아니라고 판단한 상황에서, 우리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건설적으로 건강하게 논의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시 한번 판이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감정적인 부분을 내려놓고, 모두의 이익을 위해 생각해야 하는 것이 경영자 마인드고, 인간적으로도 도리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하이브에 화해 제안이 맞냐는 취재진 질문에 "맞다"고 답한 민 대표는 "개인 이득을 생각한다면 여러 가지 선택이 있지만, 저는 개인 이득에 관심이 없다. 뉴진스와 같이 하기로 한 제 플랜은 쭉 가져갔으면 좋겠다. 그게 누구에게도 손해가 아니다. 감정적으로 상처받은 것은 저도 그렇고 그들도 그럴 것이다. 서로 많이 받은 상황은 대인배 관점에서 다 끝으로 하고, 다른 챕터로 넘어가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다"고 강조했다.

자신 또한 한발 양보하겠다는 목적의 말도 했다. 민 대표는 "자식 같은 애들한테 희망 고문이 얼마나 힘드냐. 너무 괴롭다. 하이브의 미래, 뉴진스의 미래를 위해 저도 한 수 접을 것이다. 피곤하다"고 털어놨다.

그룹 뉴진스의 소속사 어도어 민희진 대표가 31일 서울 프레스센터 매화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질문에 답하는 민희진 대표의 모습. 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4.05.31/

▶독립 정황이었다는 법원의 판단? "성과냈는데 어떻게 배신이냐"

그러면서 분쟁 과정에서 제기된 의문점을 언급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민 대표의 해임 사유나 사임 사유가 충분히 소명되지 않았다고 판결하면서도, 민 대표가 하이브를 압박해 어도어 지분을 팔게 하는 등의 방법으로, 뉴진스를 데리고 독립하려 했던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경영권 탈취 정황으로 보이는 민 대표와 어도어 전 부대표 간의 카카오톡 대화도 공개된 바다.

이에 대해서는 민 대표가 푸념으로 한 말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수균 변호사가 "당시 대표님이 괴로우시니 여러 가지 생각을 하신 것 같다. 그런 카카오톡 내용을 보고 법원이 인정한 것도 아니고 '모색한 것으로 본다'고 한 것이다. 손해를 끼친 행위는 없었다는 것이다"고 했고, 이숙민 변호사는 "사실 하이브에서 감사권이라는 것을 행사해서 카카오톡 내용이 공개됐다. 유출된 카카오톡 메시지는 위법하게 추출된 것이다. 카카오톡 사용자들이 동의하지도 않았는데, 사용하지 않도록 당부드리고 싶다"고 지적했다.

민 대표는 자신이 낸 실적과 연관 지어, 배신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했다. "배신이라는 것은 신의가 깨졌다는 것인데 신의는 한 사람만으로 깨질 수 없다. 쌍방으로 깨져야 한다"는 민 대표는 "배신은 감정적인 표현이다. 배신이라는 표현과 배임이라는 법률적인 경영적 판단에는 인과관계가 없다"라며 "경영인이면 숫자로 증명해야 한다고 본다. 이 기간에 어느 정도 수익을 냈고, 그걸로 배신자인지 아닌지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통상적으로 톱보이밴드 수익을 많이 낸다고 하는데, 톱보이밴드가 5년 혹은 7년 만에 낸 성과를 걸그룹으로 2년 만에 냈다. 그걸 배신이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된다. 그런 감정적인 단어는 의리 집단에서나 쓰이지, 주식회사에서 쓰여야 할 단어인지 모르겠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룹 뉴진스의 소속사 어도어 민희진 대표가 31일 서울 프레스센터 매화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질문에 답하는 민희진 대표의 모습. 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4.05.31/

▶임시 주총 분위기 및 향후 어도어 이사회

이날 오전 있었던 임시 주총 분위기와 더불어 향후 이사회 구성에 대한 얘기도 나왔다. 민 대표는 "새로 부임하실 분이 오신 것도 아니었고, 대표로 한 분이 오셨다. 하이브는 하이브가 생각하는 것을 조용하게 얘기했고, 저희도 저희가 생각하는 것을 조용히 얘기했다"고 했다. 이사회 구성에 대해서는 이수균 변호사가 "민 대표님이 1인 이사 지명권을 갖고, 하이브는 나머지 이사에 대한 지명권을 가지고 있다"이라며 해임된 이사들에 대해서는 "해임된 이사들은 근무할 예정이다. 어도어가 할 일이 많고, 이사로 취임하기 전에 어도어 창립 멤버였다. 계속 근무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하이브로부터 공동 대표직을 제안받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숙미 변호사는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 공동 대표는 대표권이 제한된다. 대표이사가 여러 명이면 각자 단독으로 할 수 있다. 공동 대표이사는 주주 간 계약에 위반이라고 본다. 각자 대표이사도 법리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각자 대표이사를 추가로 선임할 수 있는지는 여전히 빈칸이다"고 했다.

뉴진스. 사진 제공=어도어

▶대표직 유임에 뉴진스 멤버들 다 난리…뒷담화 카톡에는 "기억 안 나"

대표이사직 유임에 대한 뉴진스 멤버들의 반응도 궁금증이 생긴다. 민 대표는 "멤버들은 다 난리 났었다. 스케줄이 없었으면 만났을 것이다. 이 얘기는 크게 중요한 것 같지는 않다"며 웃었다.

그런가 하면, 민 대표가 지난달 25일 기자회견에서 뉴진스 멤버들과의 애틋한 사이임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민 대표가 뉴진스 멤버들을 뒷담화하는 것으로 보이는 카카오톡 메시지가 공개돼, 민 대표의 입장과 다소 배치되는 것으로 의아함을 사기도 했다.

민 대표는 "저는 그 내용이 기억도 안 난다. 3년 전 카카오톡 기억나시느냐. 솔직히 나온 내용 보면, 제가 했었나 싶더라. 쟁점도 아니고, 무가치한 일이다. 뉴진스 멤버들이 그 내용을 보고 저한테 연락온 것이 아니라, 제가상처 받았을까 봐 연락이 왔다"고 설명했다.

뉴진스(위), 아일릿. 사진 제공=어도어, 빌리프랩

▶상처받은 아일릿→음반 밀어내기, 하이브 분쟁으로 생긴 또 다른 문제

하이브와 분쟁 과정에서 르세라핌, 아일릿, 방탄소년단, 에스파 등 다른 K팝 아이돌 그룹들이 언급되면서, 이들에게도 상처가 됐을 것이라는 의견도 많다. 민 대표는 "뉴진스도 상처를 받았고, 모두가 상처를 받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만이 아닌 것 같다. 저도 인간이고, 누군가들도 다 인간이다. 누구를 특정해서 그분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보다는, 모든 분이 상처에게 주지 않으려면 이 언급을 그만해야 한다. 자꾸 끄집어내서 상처를 주냐 마냐하는 자체가 상처다. 그분들을 생각한다면 언급을 안 해주셨으면 한다. 상처를 씻어내기 위해 타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새로운 모색안이 필요한 것 같다"고 했다.

또 재판부가 "뉴진스에 대한 차별 대우 문제, 하이브 소속 가수 음반 밀어내기 문제 등이 전혀 근거가 없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면서 "민 대표가 고의나 중과실로 어도어, 하이브나 계열사에 손해가 발생할 수 있는 행위를 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결한 것과 관련, 음반 밀어내기 문제에 대한 얘기도 나왔다.

민 대표는 "전반적인 업계 관행이라고 제가 확언하기는 힘들다. 이 내용은 중요하고 심각한 내용인데, 지금은 그 본질에 대한 설명을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말을 아끼면서도 "저희가 권유받은 것은 사실이다. 하이브에서는 '담배 타임에 지나가는 말로 했다'고 하셨다. 저의 농담은 지나가는 일로 안 받아들이면서, 이건 지나가는 말이라고 하니 좀 그렇다. 똑같은 관점에서 생각해 봐야 한다고 본다"고 전했다.

그룹 뉴진스의 소속사 어도어 민희진 대표가 31일 서울 프레스센터 매화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질문에 답하는 민희진 대표의 모습. 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4.05.31/
그룹 뉴진스의 소속사 어도어 민희진 대표가 31일 서울 프레스센터 매화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질문에 답하는 민희진 대표의 모습. 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4.05.31/

▶눈시울 적시며 감사함 나타내…"저를 모르는데 응원 많이 해줘"

자신을 응원해 준 사람들에게 고마운 마음도 표현했다. 민 대표는 "제가 기자회견하고 한 달 정도 지난 것 같은데, 인생에서 너무 힘든 일이기도 했고, 다시 없었으면 일이기도 했다. 저한테는 힘든 시간이었는데, 감사한 분들이 많다. 그분들에게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다. 제 지인들이나 응원해 주시는 주변 분들보다, 저를 모르시는데 응원 많이 해주시더라. DM으로도 그렇고, 커뮤니티도 그렇고, 댓글을 직접 보지는 않았지만 지인들이 캡처를 많이 해서 보내주셨다"며 울먹거렸다.

정빛 기자 rightligh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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