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쿠팡 알고리즘 조작 의혹과 상생은 무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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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유통업계의 화제 중 하나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심의하고 있는 쿠팡의 PB(자체상표) 상품 밀어주기 사건이다.
공정위 심사관은 쿠팡이 알고리즘 조작을 통해 검색 결과에서 자사 PB 상품을 우대해 소비자들을 기만했다고 보고 있다.
소비자가 쿠팡에서 상품을 검색하면 쿠팡 랭킹 순으로 상품이 노출되는 데, 이 랭킹 순서가 객관적 데이터로 구성된 것인지, 아니면 쿠팡 PB를 상단에 진열하도록 우대하는 것인지에 따라 제재 여부가 갈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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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유통업계의 화제 중 하나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심의하고 있는 쿠팡의 PB(자체상표) 상품 밀어주기 사건이다. 공정위 심사관은 쿠팡이 알고리즘 조작을 통해 검색 결과에서 자사 PB 상품을 우대해 소비자들을 기만했다고 보고 있다. 만약 혐의가 인정되면 쿠팡은 수천억원대 과징금에 더해 법인 고발 조치까지 받을 수 있다.
천문학적 과징금 위기에 놓인 쿠팡은 적극 반박 중이다. 앞서 한기정 공정위원장이 한 방송에서 이 사건을 언급하자 즉각 공식 입장문을 내기도 했다. 통상 전원회의가 열리기 전에 ‘괘씸죄’를 받을까 봐 사건 진행 상황에 대해 함구하는 일반 기업들의 대응 방식과는 확연히 다르다.
이 사건 핵심은 알고리즘 조작 여부다. 소비자가 쿠팡에서 상품을 검색하면 쿠팡 랭킹 순으로 상품이 노출되는 데, 이 랭킹 순서가 객관적 데이터로 구성된 것인지, 아니면 쿠팡 PB를 상단에 진열하도록 우대하는 것인지에 따라 제재 여부가 갈리게 된다. 쿠팡이 검색 결과 조작으로 소비자 선택의 자유를 제한했다면 이는 명백한 ‘위계에 의한 고객 유인’ 행위로 공정거래법 위반이다.
실제로 쿠팡에서 물티슈나 새우볶음밥 등 키워드로 검색을 해보면 PB 제품보다 더 저렴하고 평점도 좋은 상품들이 뒤로 밀려있는 경우가 포착된다. 공정위는 쿠팡이 자사 PB 상품이 랭킹 상위에 올라가도록 알고리즘을 변경한 것으로 의심한다. 판매순 등 객관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것처럼 속여 ‘쿠팡 랭킹’으로 상품을 진열하는 것은 소비자 기만을 통한 고객 유인행위에 해당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쿠팡은 이에 대해 “유통업체가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보여주는 것은 유통업의 본질”이라는 반응으로 조작 여부에 대한 대답은 교묘히 회피한다. 그러면서 PB 제품 판매를 통해 쿠팡이 이익을 보기는커녕 외려 막대한 손해를 감수하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인다. 중소업체 상생과 고객 편의를 위해 큰 적자를 감수하면서까지 PB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그 근거로 코로나 확산기 PB 마스크 가격을 동결한 것과 생수(탐사수) 판매로 매년 600억원 이상의 손실을 감수한다는 사실 등을 거론한다. 중소업체의 제품 판매를 지원하고 고객에게 더 나은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지난 5년간 1조2000억원의 손실을 감수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쿠팡과 같은 플랫폼 기업이 손해를 감수하는 것은 결국 플랫폼 지배력을 위한 성격이 강하다는 게 중론이다. 플랫폼 사업의 특성상 독점 수준의 지배력을 확보한 다음부터는 천문학적인 수익을 낼 수 있어서다. 쿠팡이 몇 년씩 수천억 적자를 봐도 스스로 ‘계획된 적자’라고 강조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 쿠팡은 국내에서 시장 지배력이 높아지자 지난 4월 로켓멤버십 가격을 올렸다.
아울러 쿠팡이 PB상품 판매로 막대한 적자를 보고 있다는 주장에도 의문이 남는다. 곰곰, 탐사, 코멧 등 쿠팡 PB상품을 생산하는 자회사 씨피엘비(CPLB)는 지난해 매출 1조6436억원, 영업이익 1143억원, 당기순이익 1192억원을 기록했다. 쿠팡의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1조649억원인데 씨피엘비가 이중 약 10%를 차지하는 셈이다.
쿠팡이 연결 기준 첫 흑자(997억원)를 봤던 2022년에는 씨피엘비(723억원)가 전체 영업이익의 72.5%나 차지했다. 쿠팡은 당시 개별기준으로 366억원 적자였지만, 씨피엘비가 모회사의 적자를 메워주는 효자 노릇을 했다.
손해를 보면서 장사하는 기업은 없다. 쿠팡이 자사 이익을 위해 소비자 선택을 제한했는지를 따지는 것이 이 사건의 핵심이다. 상생이라는 명분으로 사건의 본질을 호도하는 행위를 멈추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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