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학생·계약학과·의무복무·공공의대···지역에 의사가 남으려면?[뉴스 물음표]
2025학년도 의대 정원 규모와 학교별 의대 지역인재전형 선발 비율이 지난 30일 공개됐다. 지역인재 선발 의무가 있는 26개 대학은 의대 지역인재 선발전형에서 1913명을 뽑는다. 26개 대학 의대 정원의 59.7%로, 지난해(50.0%) 대비 10%포인트 가까이 증가했다.
하지만 지역인재전형 비율 향상만으로 의사의 지역 안착을 유도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의대 정원 중심의 논의에서 벗어나 의사의 비수도권 지역 정주를 위한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이 모인다.
31일 취재를 종합하면 지역인재전형 외에 의대생의 비수도권 정착을 위한 제도로 지역의사제,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 계약학과를 통한 의대생 모집, 공공의대 신설 등이 거론된다. 의사를 일정 기간 비수도권 지역 에 묶어두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지만 지역 의무 근무를 강제하는 정도는 제도마다 차이가 있다.
https://www.khan.co.kr/national/health-welfare/article/202402011054011
이중 지역의사제는 장학금을 주고 면허 취득 후 10년간 대학 소재 지역 의료기관·공공기관에 의무복무하게 하는 제도다. 의무복무 기간을 지키지 않으면 의사면허가 취소된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4월 치러진 22대 총선을 앞두고 공약으로 내걸었다. 지역의사제는 야당 주도의 22대 국회에서 재추진될 가능성이 있다.
지역의사제를 토대로 한 지역의사전형 도입에 실패한 대학도 있다. 경상국립대는 2025학년도 대입에서 지역의사전형을 신설하려 했으나 교육부가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역의사전형으로 입학하면 장학금을 받는 대신 근무 지역 제한, 졸업 후 의무 복무 기간(10년) 등을 지켜야 한다. 교육부는 의무근무 기간을 지키지 않으면 입학 취소까지 가능하다는 조항이 기본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보고, 별도 입법이 필요하다고 결론내렸다.
법령에 규정된 입학전형 제도 또한 지역의사전형 도입을 어렵게 했다. 경상국립대의 지역의사전형은 정원 내 특별전형이었다. 교육부는 미래 근무를 약정하는 의대생은 특별전형을 통한 선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고등교육법령에는 ‘특별한 경력이나 소질 등 대학이 제시하는 기준 또는 차등적인 교육적 보상기준에 의한 전형이 필요한 자’를 특별전형으로 선발한다고 규정돼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의대를 지원하는 학생에게 특별한 소질이 있다거나 차등적 보상이 필요하다고 보기는 어려웠다”고 말했다.
야당의 또 다른 총선 공약이었던 공공의대 또한 재학생은 장학금을 받되, 10년 의무복무를 해야하는 조건이 붙어 있다. 다만 지역의사제나 공공의대를 통해 선발한 의대생에게 ‘면허 취득 후 10년’을 적용하면 인턴, 레지던트 등의 기간을 뺀 실 근무 기간이 3년 안팎에 불과하다는 우려가 있다. 10년 의무복무를 강제해도 “단기 의사 인력 양성에 불과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지난 2월 지역의사제보다 강제성이 완화된 형태의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지역의사제가 법을 통해 의무복무를 명시한다면,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는 계약으로 지역 근무를 유도한다. 대학, 지방자치단체, 의대생 3자가 계약을 맺는 방식으로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는 일종의 ‘장학생’ 제도에 가깝다. 의대생은 장학금과 수련 비용·정주비용 등을 제공받는다. 대학 교수직도 보장해 지역 의료 기관에서의 장기 근무를 유도한다.
https://www.khan.co.kr/national/education/article/202405301200021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는 계약학과와도 유사한 측면이 있다. 계약학과는 대학·기업(혹은 지자체)이 계약을 맺어 맞춤형 인력을 양성하는 제도다. 반도체공학과가 대표적인 예다. 계약학과에선 기업이 교육 커리큘럼에도 관여한다. 교육부는 채용조건형 계약학과를 의대 안에 신설하는 방안은 가능하다고 보고, 2025학년 대학전형 확정을 앞두고 일부 대학에 관련 사항을 안내하기도 했다. 다만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와 계약학과를 통한 의대생 모집은 모두 의대생의 계약 불이행시 제도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다.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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