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강국' 꿈꾸는 UAE, 한국에 최초의 ‘스마트 대사관' 개설한 이유는?

김진명 기자 2024. 5. 31.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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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주한아랍에미리트대사관에서 모하메드 알 만수리 UAE 외교부 영사 서비스 부국장이 디지털 영사 서비스를 시연하고 있다. 주한 아랍에미리트 대사관은 전 세계 아랍에미리트 대사관 중 처음으로 안면인식·AI 등 첨단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대사관'을 구축했다. /연합뉴스

아랍에미리트(UAE)는 인구 1000만명이 되지 않는 작은 걸프국가이지만, 최근 미·중 두 나라가 양분한 것처럼 보이는 인공지능(AI) 분야에서 신흥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2017년 세계 최초로 AI만을 전담하는 부처인 AI부를 개설했고, UAE 정부는 전 세계에서 컴퓨터 과학자들을 모집해 매년 AI 연구에 거액을 투자하고 있다.

이런 노력 끝에 지난해 UAE 정부의 지원을 받는 ‘기술혁신연구소(TII)’가 공개한 오픈 소스 대규모 언어 모델(LLM) ‘팔콘’은 메타·구글 등 미국 기업들의 오픈 소스 LLM보다 낫다는 평가를 받았다. ‘팔콘'은 UAE의 국조(國鳥)가 ‘매(Falcon)’란 점에서 따온 이름이다.

팔콘이 공개된 후 마이크로소프트의 사티아 나델라 최고경영자(CEO),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 등 실리콘밸리의 유력 인사들이 잇따라 UAE를 방문했다. 타임지는 지난 3월 이런 내용을 담아 “UAE는 AI 강국이 되려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런 UAE 정부가 전 세계 100여개 이상의 해외공관 중 가장 먼저 주한 UAE 대사관에 자국 AI 시스템에 기반한 ‘스마트 대사관’ 시스템을 구축하고, 31일 첫 시연에 나섰다. 이날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주한 아랍에미리트(UAE) 대사관에 들어서자, 1층 한 켠에 무인 영사 서비스를 위한 공간이 따로 마련돼 있었다. 입구에 세워진 스크린 속엔 아바야(아랍 여성들이 입는 긴 드레스 형태의 옷)를 입은 여성의 홀로그램이 보였다.

“캔 유 스피크 코리안?(Can you speak Korean·한국어를 할 수 있습니까?)”

시연을 맡은 모하메드 알 만수리 UAE 외교부 영사서비스 부국장이 말을 걸자, 여성은 아주 자연스러운 억양의 한국어로 “저는 한국어와 영어, 아랍어 등을 구사할 수 있습니다”라고 답했다. 알 만수리 부국장은 “이것은 사전에 녹음된 대사가 아니라, UAE에서 개발한 자체 AI 시스템을 통해 즉석에서 답변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지는 다른 질문에 대한 답변도 AI와 대화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만큼 자연스러웠다.

3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주한아랍에미리트대사관에서 모하메드 알 만수리 UAE 외교부 영사 서비스 부국장이 디지털 영사 서비스를 시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영사 서비스 대기 공간도 UAE의 기술력을 이용해 ‘스마트’하게 꾸며졌다. 대형 스크린을 통해 UAE의 여러 명소를 볼 수 있는 대기실에서 알 만수리 부국장이 탁자 위에 커피잔을 올려 놓자, UAE의 커피 문화에 대한 설명이 자동으로 흘러 나왔다. 대기실 옆에 마련된 상담실에서는 민원인이 AI 홀로그램과 처리해야 할 민원 내용을 상의하고, 필요한 경우 UAE 현지 직원과의 원격 연결을 지원 받을 수 있다.

전 세계 수많은 나라 중 한국에서 가장 먼저 ‘스마트 대사관'을 선보인 이유에 대해 알 만수리 부국장은 “한국은 아랍에미리트의 긴밀한 외교 파트너국으로 최근 아랍에미리트 대통령이 방한해 원전, 방산, 건설 등 양국 간 협력방안을 논의했다”며 양자 관계 차원의 의미를 부각했다.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아랍에미리트(UAE)대통령은 지난 28~29일 국빈 방한해 윤석열 대통령과 양자 정상회담을 가졌다.

주한UAE대사관의 이사 ‏알 사마히 차석대사는 “한국이 IT 강국인 만큼 초고속 인터넷망처럼 스마트 대사관 구축에 필요한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고, 일상에서 키오스크가 흔히 사용될 정도로 한국인들의 기술 이해도가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AI 기반의 스마트 대사관을 구축해 운영하려면 주재국의 인터넷 인프라나 AI 기술에 대한 친밀도가 뒷받침이 돼야 하기에 한국이 이런 서비스를 개시하기에 최적이란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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