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론도 못 갚아서 돌려막기” 1년 새 45% 급증…눈덩이 처럼 커진 카드값[벼랑끝 서민금융 ②]

2024. 5. 31.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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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환대출시 금리 오르고 신용점수 떨어져
지난달 리볼빙 잔액 증가세로 전환
작년 ‘못 갚은 카드값’도 2조원 넘어
[연합]

[헤럴드경제=문혜현 기자] 고금리 장기화에 카드론을 갚지 못해 다시 카드론을 받는 카드론 대환대출 잔액이 1년 새 45% 넘게 급증하는 등 서민 경제가 막다른 골목에 내몰렸다.

카드론 대환대출의 경우 카드사가 대출자의 신용을 다시 평가해 다시 카드론을 내어주는 만큼, 금리가 오르고 신용도도 하락해 금융부담을 더 안게 된다. 이미 상환 능력이 떨어져 카드론 대환대출을 받은 소비자들은 살림을 더 조여야 하는 것이다.

사실상 ‘채무조정’…상환능력 악화일로

31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카드론 대환대출을 취급하는 7개 전업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하나·우리)가 지난달 취급한 카드론 대환대출 잔액은 1조7981억원으로, 1년 전(1조2385억원)보다 45.2% 급증했다.

카드론 대환대출은 기존에 받은 카드론을 당장 갚기 어려워 카드론을 받았던 카드사에 다시 대출을 받는 것으로, 사실상 채무조정(만기연장)에 가까워 1금융권 등에서 금리가 더 낮은 대출로 갈아타는 대환대출과는 차이가 있다.

카드사들은 지난해 말부터 꾸준히 카드론 대환대출 잔액을 늘려오고 있다. 업권 관계자는 “대환대출 증가는 채권의 건전성을 제고하고 채무자에게 변제 기회를 제공하고자 자체 채무재조정 프로그램(대환론 등)을 확대 운영한 결과”라며 “이는 채무조정을 통해 적극적으로 중저신용 차주의 신용회복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카드업계가 상생금융 대환대출 프로그램(나눔론)을 운영한 데 더해, 공적 신용구제 신청자도 증가해 카드론 대환대출 잔액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연합]
‘미룬’ 카드값 다시 늘고 ‘밀린’ 카드값 ‘눈덩이’

금융권에선 저축은행 등에서 대출을 받지 못한 중·저신용자들이 카드론으로 몰리고 있는 만큼 카드 빚을 갚지 못한 사람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차주 수 기준 카드사의 다중채무자(3개 이상 금융회사에서 대출받은 사람) 비중은 33.7%로, 금융사 중 저축은행(38.3%) 다음으로 가장 높다.

지난달 말 기준 8개 카드사(롯데·BC·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KB국민)가 취급한 카드론 잔액(카드론 대환대출 포함)은 39조9644억원으로 집계됐다. 3월 말(9조4821억원)보다 4823억원 증가하며 전월 역대 최대 기록을 깼다. 카드론과 카드론 대환대출이 모두 늘어 올해 카드론 잔액은 증가를 거듭할 전망이다.

최근까지 감소세를 보였던 결제성 리볼빙 이월잔액도 증가로 돌아섰다. 결제성 리볼빙은 회원이 결제일에 카드 결제 금액을 다 내기 어려울 때 높은 수수료를 내고 결제 금액의 최소 10%를 다음 달로 미루는 서비스다.

같은 기간 8개 전업 카드사의 결제성 리볼빙(일부결제금액이월약정) 이월잔액은 7조2226억원으로, 전월(7조2129억원)보다 97억원 소폭 늘었다.

결제성 리볼빙은 수수료율이 최대 19%를 넘어서는 고금리 대출과 다름없는 데다 자주 이용할 경우 카드값이 금세 불어나고 신용점수 하락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동안 카드사들이 ‘일부결제’, ‘최소결제’ 등 표현으로 광고해 소비자들이 별 다른 고민 없이 이용하는 등의 문제가 있어 지난해 12월 당국이 지도에 나서기도 했다. 당국은 위와 같은 광고 문구 표현과 수차례 전화를 걸어 리볼빙을 권유하는 등 행위도 자제하도록 했다. 또 결제 금액이 소액이더라도 리볼빙을 하면 높은 수수료를 물어 부담이 순식간에 커질 수 있다는 위험성을 알렸다.

이후 리볼빙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면서 리볼빙 잔액은 1월부터 3월까지 3개월 연속 감소했지만, 카드값을 내기 어려워진 사람들이 늘어나자 지난달부터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미루다 못해 결국 갚지 못한 빚은 이미 2조원을 넘어섰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업 카드사 8곳의 1개월 이상 신용카드 연체 총액은 2조924억원으로 나타났다. 전년 동기 대비 30% 증가한 수준으로, 금감원이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3년 이후 세 번째로 큰 규모다.

이른바 ‘카드 대란’으로 신용불량자를 대거 낳았던 2003년(4조4227억원), 2004년(2조5413억원)에 준하는 정도로 밀린 빚이 급속히 늘어난 것이다.

카드사들은 우선 긴급 자금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만큼 리볼빙·카드론 대환대출을 지속 취급하고 있지만, 건전성이 더 악화될 경우 공급 상황을 점검한다는 방침이다.

올해 1분기 기준 하나카드(2.3%), 우리카드(2.28%), KB국민카드(2.14%) 등의 실질 연체율은 ‘마의 2%’를 넘어섰다. 실질 연체율이란 카드론 대환대출을 포함해 1개월 이상 연체된 채권의 비율을 뜻한다.

실제 7개 카드사 중 하나카드만 3월 대비 4월 카드론 대환대출 잔액이 300억원 감소하는 등 카드론 대환대출 공급을 조절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하나카드 관계자는 연체율 등과 관련해 “연체율이 높은 고이율 자산과 대환대출 중심으로 부실 자산 매각을 통해 건전성을 개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moo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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