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희진, 되찾은 미소 "승소 자신, 하이브와 타협점 찾고파"(종합)

김선우 기자 2024. 5. 31.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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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희진 어도어 대표이사가 31일 오후 서울 중구 소공동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어도어 임시주주총회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현우 엔터뉴스팀 기자 kim.hyunwoo3@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어도어 대표 자리를 지킨 민희진이 미소를 되찾았다. 지난 기자회견과는 확연히 달랐다. 분노가 아닌 감격의 눈물도 쏟아냈다.

31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어도어 민희진 대표 긴급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해임 위기에 처했던 민희진은 30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가 민희진 대표가 하이브를 상대로 제기한 의결권행사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인용을 결정하면서 대표이사 자리를 유지하게 됐다.

하이브는 31일 임시주총을 통해 민희진 해임안을 올리고 해임하려 했지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되면서 민희진의 대표이사직을 사수했다. 하이브는 민희진 외 기존 어도어 이사 2인에 대해선 해임했고 새로운 인사 3명을 새 이사로 선임했다.

이를 의식한듯 민희진의 법률 대리를 맡고 있는 법무법인 세종 측은 임시주총을 마친 후 오전 10시께 긴급 기자회견 소식을 전했다. 하이브가 민희진의 배임 의혹을 제기한 뒤 열린 첫 기자회견 후 한달여 만이다. 기자회견장은 행사 한시간 전부터 100여명이 넘는 취재진이 현장을 찾아 인산인해를 이뤘다.

◆ 민희진, 승자의 미소? 달라진 착장·표정

민희진 어도어 대표이사가 31일 오후 서울 중구 소공동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어도어 임시주주총회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현우 엔터뉴스팀 기자 kim.hyunwoo3@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오후 2시 26분께 민희진이 등장했다. 민희진은 모자를 푹 눌러쓰고 티셔츠를 입고 왔던 지난 기자회견과는 달리 이번엔 노란 가디건에 청바지를 입고 나타났다. 화사해진 착장만큼이나 표정도 밝아졌다.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민희진은 "다행히 승소하고 인사하게돼 가벼운 마음이다. 오늘 기자회견을 하게된 이유는 여러가지 있을 수 있는데 일단 우리의 상황이나 생각을 말씀드리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며 "기자회견 하고나서 한달 좀 넘은 듯 하다. 그 사이에 내 인생에선 너무 힘든 일이기도 했고 다시 없었으면 좋겠는 일이기도 해서 힘든 시간이었다. 어쨌든 너무 감사한 분들이 많다. 그 분들한테 감사인사를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서 "나를 모르는데 응원 해준 분들이 많다. DM으로도 그렇고 커뮤니티도 그랬다. 사실 댓글을 잘 안보기 때문에 직접 보진 않았지만 내 지인들이 캡처를 많이 해서 보여줬다"며 "복잡한 상황에서 냉정하게 보려 노력한 분들, 그리고 지지해주고 응원해준 분들이 진짜 너무 고맙다"고 힘주어 말했다.

민희진은 "진짜 한분한분 인사드리고 싶을 정도로 그분들이 큰 힘이 됐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다"며 "진심으로 감사했다고 말하고 싶다. 그분들 때문에 이상한 선택을 안할 수 있었다"며 눈물을 흘렸다.

민희진은 뉴진스 팬덤 버니즈에 대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그는 "버니즈 분들이 DM으로 연락 많이 줬다. 여러분 덕분에 극복했다. 마음 속으로 다짐한 게 있다. 일이 잘 풀리고 정리가 잘 되면 어떤 방식으로든 꼭 이분들에게 보은을 할 생각이다.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다. 감정적으로 어필하는 거 전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 "막말하긴 했지만" 직접 언급한 '레전드 기자회견'


민희진 어도어 대표이사가 31일 오후 서울 중구 소공동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어도어 임시주주총회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현우 엔터뉴스팀 기자 kim.hyunwoo3@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민희진은 두번째 기자회견에서는 눈물을 보이기도 했지만 대체적으로 차분한 감정을 이어갔다. 배임 의혹을 받고 연 기자회견에선 비속어도 거침없이 썼던 모습과는 확연히 달랐다.

민희진도 직접 '그날'을 언급했다. 그는 "뉴진스 멤버를 언급한 건 여론을 돌리려고 한 게 아니다. 거기서 나올 수 밖에 없던 말이었다"며 "내가 아카데미 상받은 여배우도 아니고 어떻게 연기를 하겠나"라고 말했다.

이어서 "옷을 그렇게 입었다고 그런 상상하고 잔인하다. 3일 동안 옷도 못갈아입어서 냄새나던 옷이다. 오해 받는 상황에서 옷 갈아입고 화장하는게 더 사이코라 생각했다. 난 제정신이 아닌 상황에서 (그 기자회견에) 나왔었다"고 회상했다.

또 "지난번엔 굉장히 흥분하고 분노가 하늘 끝까지 갔다. 막말을 많이 했다. 평소에 막말 하겠나. 나도 멀쩡할 땐 멀쩡하다. 얘기하면서 착각한 분들이 있는 듯 하다"며 "경영과 투자와 이건 전혀 다른 개념이다. 투자 M&A는 한 회사를 경영하는 본질과는 다른 이야기 같다. 기자회견에서 말한 건 투자나 M&A는 관심 없고 찬탈 이런게 와닿지 않았다"고 거듭 억울함을 호소했다.

◆ 민희진 "배임도 아니고 배신도 아냐, 이길 줄 알았다"

민희진 어도어 대표이사가 31일 오후 서울 중구 소공동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어도어 임시주주총회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현우 엔터뉴스팀 기자 kim.hyunwoo3@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30일 재판부는 가처분 인용 판결문에서 민희진의 배임에 대해선 인정하지 않았지만 배신에 대해선 언급했다.

민희진은 "(가처분 인용 판결문 속) '배신'이라는 말도 내가 먼저 배신감을 느낀다. 하이브가 먼저 신의를 깼다고 생각했다. (뭘 하든) 하이브와 타협하거나 협의할 내용이 필요하다. 난 (지분이) 18%밖에 없는데 무슨 힘이 있겠나. 이 괴롭힘을 벗어나려면 어떤 방법이 있어야 하이브에 무슨 이야기를 해야하나 싶었던 것 뿐. 우린 협상 테이블에 오를 수조차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가처분에 대해선 "이길 줄 알았다"고 말했다. 그는 "난 너무 자신있었다. 잘못한게 없기 때문이다. 희대의 촌극이다 싶다. 난 뒤끝 없다. 애인사이에도 유치한데 회사에서 일하려고 만난 사람들이 그렇게 행동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선을 긋고 일을 할 땐 일을 해야하고 논리와 이성으로 하다보면 타협점이 찾아지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 하이브와 불편한 동거? "타협점 찾고파"

이날 민희진이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는 '타협'이다. 이날 기자회견을 연 이유도 하이브와 그리는 미래도 모두 '타협'이라는 것. 민희진은 "상대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면서도 "대의적으로 좋은 타협점을 찾고 싶다"고 수차례 언급했다.

그는 "내 확실한 목표는 뉴진스와 내가 계획했던 계획들을 성실하고 문제없이 이행하고 싶다. 하이브도 내 얘기 들을텐데 타협점을 잘 찾았으면 좋겠다. 누구를 위한 분쟁인지 모르겠다. 대의적으로 더 실익을 따져야 할 때다. 주식회사는 한사람만의 회사가 아니다. 여러 주주로 구성돼있다. 하이브가 잘 생각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서 "난 개인의 이득에 관심 있는 사람은 아니다. 뉴진스랑 같이 하기로 한 플랜을 쭉 가져갔으면 좋겠고 그것이야말로 누구에게도 손해가 아니다. 내가 (대표를) 안하게 돼서 (어도어가) 조직개편하고 뉴진스가 쉬게 되고 이게 누구에게 좋은 일일까. 아무에게도 좋은 일이 아니다"라며 "그래서 이성적으로 생각해보자고 한 거다. 감정적으로 상처 받은 건 서로다. 대인배의 관점에서 0으로 돌아가서 끝내고 모두를 위한 다른 챕터로 넘어갔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 기사회생한 민희진, 뉴진스 반응은?

하이브와 민희진 사태는 일단 일단락됐다. 가처분 인용이 되면서 당분간은 하이브와 민희진의 동행이 계속된다. 그러면서도 민희진 측 법률 대리인은 "이러다 또 이사회가 열리고 해임이 될 수도 있다. 불안함은 여전하다"고 이야기했다.

그럼에도 우선은 대표이사직을 사수하면서 한시름 놓게 됐다. 뉴진스의 반응은 어땠을까. 민희진은 "뉴진스 멤버들도 난리났었다. 스케줄이 없었으면 다 만났을 것"이라면서도 "이 얘기는 크게 중요한 거 같진 않다"며 말을 아꼈다.

뉴진스 부모님과의 돈독한 사이도 언급했다. 민희진은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나와 부모님 같은 사이 없다. 대부분 선을 긋고 본다. 회계적으로 처리할 때나 본다. 난 이전 회사에서 오래 있으면서 내가 조직을 만들고 회사를 하면 이렇게 하면 안되겠다. 서로 오해가 너무 쌓인다"며 "이번에도 어머니들이 매일 돌아가며 전화하고 밥 먹었는지 잘 있는지 확인했다. 내가 어떻게 될까봐 걱정한 것. 나를 응원해준 분들과 뉴진스 멤버들과 부모님·버니즈 덕분에 버텼다"고 말했다.

다만 하이브와 민희진 사태로 뉴진스 뿐 아니라 아일릿·르세라핌·BTS 등 다수의 타 그룹들이 언급돼 논란이 됐다. 민희진은 "뉴진스도 상처 받았고 모두가 상처를 받은 일이라 생각한다. 누군가만이 아니라 나도 인간이다"라며 "멤버들도 인간이고 특정해서 그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 보다는 모두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려면 이 언급을 그만해야한다. 자꾸 끄집어내면서 상처를 주냐 마냐 언급 자체가 상처"라고 전했다.

◆ "뉴진스와 꿈꾸는 미래? 행복하고 싶어요"

민희진 어도어 대표이사가 31일 오후 서울 중구 소공동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어도어 임시주주총회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현우 엔터뉴스팀 기자 kim.hyunwoo3@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기자회견 말미 민희진은 다시 눈물을 쏟았다. 민희진은 "뉴진스와 나의 비전은 행복하게 살자다. 그게 솔직한 마음이다. 이 꼬맹이들이 어떻게 엔터테인먼트 산업 시스템을 알고 왔겠나. 어떻게 가르치고 어떤 인간으로 만드는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서 "우리 멤버들에게도 늘 이야기하는 게 '계약기간동안 나랑 공부하는 거'라고 한다. 언제까지 누구 밑에 있을 수 없다. 머리가 굵어지면 자기거 하고 싶다. 자유로운 선택할 수 있게 하고 싶을 뿐이다. 좋은 부모는 나중에 자립할 수 있는 길과 연습·교육을 시켜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눈물을 그친 민희진은 여전한 솔직 화법으로 기자회견을 마무리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을 묻는 질문에 "어떻게든 보답하고 싶다. 지금은 현금이 없다. 그냥 사회에 100억 이상 쓰고 싶다. 짊어지고 갈 돈도 아니다. 길거리에 돈 뿌리고 싶다. 우리 집앞에 줄 서라 해서 응원한 분들 100만원씩이라도 드리고 싶다. 이상한 생각일 수 있지만 마음이 실제로 그렇다"라며 기자회견을 마쳤다.

김선우 엔터뉴스팀 기자 kim.sunwoo@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사진=김현우 엔터뉴스팀 기자·하이브·어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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