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6월 큰싸움' 예고에 정부 "무의미"…의대교수들, 대학총장 상대 소송

박정연 기자 2024. 5. 31.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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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반발한 대한의사협회(의협)가 6월부터 '큰 싸움'에 나서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정부는 "집단행동은 무의미하다"고 맞섰다. 증원이 확정된 상황으로 이를 뒤집을 여지는 없다고 못박았다. 의대 교수들은 의대 입학정원이 늘어난 대학 총장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하고 구상권을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전병왕 중대본 제1통제관(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31일 열린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 브리핑에서 "의료계가 2025학년도 의대 증원에 반대하면서 전공의 이탈 등을 통해 여러 주장을 하고 있다"면서 "이미 증원은 확정된 상태로 이와 관련해 집단휴진 등 국민 불편을 초래하는 집단행동은 아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전날 의협은 서울 등 전국 6개 지역에서 촛불집회를 열고 정부의 증원 정책을 비판했다. 임현택 의협회장은 의사 총파업을 비롯한 집단행동 계획은 발표하지 않으면서도 "6월부터 본격적으로 의료 농단에 대한 큰 싸움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어 "교수님들도 기꺼이 동의해줬다"며 "이제는 개원의, 봉직의도 본격적으로 이 큰 싸움에 나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본격화…복귀 시점 따른 처분 차등 강조

의료계가 대규모 집단행동을 경고하고 나선 가운데 정부는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들에 대해선 수련환경 개선 움직임을 본격화하면서도 복귀 시점에 따른 이익에 차등을 두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복귀한 전공의에 대해서는 불이익을 최소화할 방침이라며 전공의들의 조속한 복귀를 재차 촉구했다.

수련환경 개선과 관련해선 이날부터 전공의 연속근무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이 사업은 전공의 연속근무 시간을 현행 36시간에서 24~30시간까지 줄이는 것이 골자다. 앞서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실시한 전공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6년 국내 전공의 근무시간은 주당 평균 92시간에서 2022년 주당 평균 77.7시간으로 줄었다. 하지만 여전히 외국과 비교하면 과도한 수준이란 지적을 받았다.

시범사업에는 42개 병원이 참여한다. 강원대병원, 고려대 구로병원·안암병원, 대구파티마병원, 인제대학교 해운대백병원, 인하대학교병원 등 6곳은 이날부터 바로 시범사업을 시작한다. 남은 36곳은 병원의 준비 상황에 따라 순차적으로 시범사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전공의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관련법은 시범사업을 거쳐 2026년 2월 시행될 예정이다. 

정부는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들을 향해선 이탈 기간에 따라 처분 기간이 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전 통제관은 "전공의 대상 유연한 처분이라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는데 이탈 기간이 다르면 그에 따른 처분 내용도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복귀한다면 수련을 제때 마칠 수 있는 방법도 검토할 텐데, 하루라도 더 빨리 복귀하면 더 빨리 수련과정을 마치고 전문의가 돼 원하던 길로 가실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 통제관은 "정부는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을 속도감 있게 진행하고 있다"며 "전공의 수련에 대한 국가 지원을 강화한다는 재정투자 방향 아래서 전공의 수련에 대한 지원을 이전에 없던 수준으로 대폭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책 파트너인 전공의 여러분들이 빨리 복귀해 원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이 이뤄지도록 동참해달라"고 덧붙였다.

● 의대 교수들, 의대 증원 대학 총장 상대 민사소송

정부가 의사단체에 대해선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는 가운데 이날 의대 교수들은 의대 입학정원이 늘어난 대학 총장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하고 구상권을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전국 40개 의대 교수 단체인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를 이끄는 김창수 회장은 31일 서울성모병원에서 열린 가톨릭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심포지엄에서 "대학 총장을 대상으로 내년에 민사소송을 제기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소송 당사자 원고는 학생이 되고 피고는 대학교 총장"이라며 "총장에게 책임을 묻고 구상권을 청구해서 쪽박을 차게 하겠다. 3년간 끝까지 하려고 생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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