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이어 국회 장악 나선 ‘개딸 빠시즘’ [쓴소리 곧은 소리]
거부권·탄핵 정국 보려고 세금 냈나…원내 정당화·국민경선 공천 도입해야
(시사저널=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
21대 국회를 보내고 22대 국회를 맞이하는 국민의 마음이 무겁고 착잡하다. 21대 국회를 마감하는 날까지 '채 상병 특검'으로 정쟁하는 여야 행태가 꼴불견이다. 국민은 이런 참담한 꼴을 보려고 세금 내고 투표했는지 자괴감이 들 것이 뻔하다.
민주당은 '채 상병 특검법'이 부결되자 22대 국회 개원 직후 1호 법안으로 추진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1호 법안은 해당 국회 비전을 보여주는 것인데 정쟁이 불 보듯 뻔한 법안을 재상정하겠다니 22대 국회도 파행이 불가피하다.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을 받은 21대 국회의 법안 통과율은 35%다. 이것은 45%의 19대 국회보다 낮았고, 37.9%의 20대 국회보다도 낮았다. 이런 최악의 법안 통과율은 여야 모두 정쟁에 몰두한 탓이다. 180석이 넘는 의석을 확보한 거대 야당의 입법독주에 대통령이 거부권으로 맞서면서 민생·경제 법안은 뒷전으로 밀리기 일쑤였다.
21대 국회는 4년 내내 극한 대결로 일관하다가 임기 마지막 순간까지 추태를 보였다. 거야(巨野)의 입법폭주 탓도 있지만, 여소야대 상황에서 안정적인 국정 관리와 협치를 위해 국정 기조를 전환하고 야당의 협조를 이끌어내지 못하는 대통령의 무능력, 무책임 탓도 크다.
국민은 야당에 탄핵·개헌 의석 주지 않았다
특히, 총선 민심을 오판하는 여야 행태는 개탄스럽다. 국민은 정권 심판이라는 회초리를 들어 정부와 여당에 대대적인 혁신을 요구하며 소통과 협치를 당부했다. 반면 크게 승리한 야당에는 '대여 공세' 같은 정쟁을 자제하고 민생을 위한 협치에 매진할 것을 주문했다.
국민이 총선에서 민주당에 과반 의석은 허용하되 탄핵·개헌 의석을 주지 않은 것은 왜일까? 야당에 대통령을 탄핵하고 국정을 마비시켜 정권을 잡으라는 뜻으로 많은 의석을 준 것은 결코 아니다. 여야가 민생경제 회복을 위해 협치하고 공공의 정치를 복원하라는 주문이다.
그러나 지금 여야 행보는 총선 민심과 전혀 다르다. 작금의 대결 분위기는 20년 전,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사건의 전야를 방불케 한다. 얼마 전 윤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 간 만남으로 기대됐던 '협치'와 '민생'이라는 단어가 무색할 지경이다.
국민과의 소통을 위해 정치권 내부 혁신에 임하라는 총선 민심도 찾아보기 어렵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친윤' 중심으로 다시 재편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총선 참패 후 쇄신을 약속했음에도, 박근혜 정부 시절 '문고리 3인방'으로 불렸던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실 비서관으로 기용하는 등 쇄신에 역행하고 있다.
민주당 역시 '이재명 사당화'에 기초한 '개딸 중심주의'로 흘러가고 있다. 민주당이 민중선동가와 포퓰리스트를 걸러내는 민주주의의 '문지기(gatekeeper)' 역할이 아니라, 반대로 이들을 길러내는 '강성팬덤 학교'가 되어가고 있다. 특히, '개딸'들은 당 장악에 이어 민의의 전당인 국회를 '개딸 빠시즘'(개딸+빠+파시즘)의 영향력 안에 두기 위해 진력하고 있다.
'개딸 빠시즘'에 포획된 국회에서 어떻게 대화와 타협 그리고 숙의와 협치가 살아날 수 있겠는가. 오직 '다수결의 전횡'과 '전체주의'가 있을 뿐이다. 결국 '개딸'에게 포획된 당과 국회는 민생과 공공성보다는 권력 장악을 위해 정쟁을 앞세우는 '다수 파벌의 전횡(tyranny by majority faction)'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크다.
벌써부터 22대 국회가 최악의 국회가 될 것이란 암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은 스스럼없이 대통령 탄핵을 입에 올린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탄핵 열차가 시동을 걸고 있다. 대통령 탄핵이 국민적 유행어가 될 듯하다"며 탄핵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돌이켜보면 노무현 대통령 탄핵과 박근혜 대통령 탄핵은 '탄핵의 일상화'로 대의민주주의를 훼손했다.
앞으로 용산과 여의도의 정면충돌이 예상된다. 22대 국회가 시작되면, 토론보다는 피켓이, 타협보다는 다수결 처리가, 입법활동보다는 권력투쟁이 주도할 것이 뻔하다. 야당이 '채 상병 특검법'에 집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특검수사로 불거질 '용산 책임론'과 촛불시위에서 윤 대통령 탄핵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이유 때문이다.
보수든 진보든 강경파의 목소리는 정치적 양극화를 가속화시키고 있으며 이는 상대방 정책을 모두 거부하는 '비토크라시(vetocracy·거부권 민주주의)'를 낳게 된다. 비토크라시는 쉽게 말해 반대를 위해 반대하는, 대화와 토론 및 숙의와 공론이 없는 '정치의 실종'을 말한다.
국회 다수당의 입법독주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입법부와 행정부의 협치가 실종된 지 오래다. '개딸'에 장악된 정당과 국회에 의해 조장되는 '정치 양극화에 따른 비토크라시'는 결국 공공성 실현이 없는 악무한적인 권력투쟁과 정쟁으로 '정치의 종언'을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숙의와 공론이 사라진 자리에는 국민 공감과 국민 상식이 실종될 수밖에 없다.
'극단적 양당제' '제왕적 대통령제' 개선을
이런 비토크라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선 정치 양극화의 원인에 대해 진단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치 양극화는 국민의 갈등과 분열을 조정해야 할 정치권이 거꾸로 국민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는 '갈라치기 전략'을 동원하면서 중도로 향하는 국민과 달리 정반대 극단인 극좌와 극우로 갔기 때문에 초래된 것으로 진단하는 게 적절하다.
이런 진단은 여야 정치권이 정쟁을 멈추지 않는 이유가 국민과 유권자 사이의 민생 갈등 조정이 아니라 상대 진영을 죽이고 권력을 장악하기 위한 '엘리트들의 양극화 조장 전략' 때문이었음을 시사한다. 즉 정치인, 정당, 언론, 지식인, 시민단체 등 엘리트가 국민의 이념성향이나 정서와 무관하게 진영 결집을 위한 갈라치기 전략 차원에서 상대에 대한 적대감과 혐오감을 부추겼다는 점이다.
이런 전략이 정치 양극화의 본질이라면 해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정치권이 상대 진영을 죽이기 위해 자신들의 강성 지지층을 자극하는 '전략적 극단주의'를 멈추고, '중도 수렴 전략'으로 돌아가서 중도층을 대변하도록 국민이 나서는 것이 해법의 실마리다. 이에 따라 제도 개선의 방향도 바꿀 필요가 있다.
'양당제'가 아니라 중도를 수렴하지 않는 '극단적 양당제'를 개선해야 하고 '대통령제'가 아니라 3권 분립에 따라 견제와 균형이 없는 '제왕적 대통령제'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특히, '제왕적 대통령제'를 약화시키기 위해서는 대통령제와 짝을 이루는 '수평적인 당정 관계' 및 '분권형 국정 운영' 정립 그리고 '미국식 원내 정당화'와 '오픈프라이머리(국민경선 공천) 법제화'를 추진하고 '강제당론제'를 폐지하는 게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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