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계의 공고한 성벽...두산인문극장 연극 ‘인정투쟁; 예술가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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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분석학자 자크 라캉은 인간의 자아가 유아기를 지나며 개인의 내밀한 영역(상상계)에서 언어와 사회의 영역(상징계)으로 진입한다고 했다.
예술가로서 존재를 인정받기 위한 투쟁을 그린 두산인문극장 연극 '인정투쟁; 예술가편'(연출 이연주)이 공연 중이다.
예술을 주제로 다루는 메타 예술 연극인 만큼 '인정투쟁; 예술가편'의 등장인물들은 작중 세계와 현실 세계를 넘나든다.
'인정투쟁; 예술가편'은 2019년 초연돼 동아연극상 신인연출상을 받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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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로 인정받기 위한 투쟁
장애인 배우 6명의 열연
작중 세계와 현실 넘나들며
소수자 배제하는 예술계 비판
권력을 가진 기성의 언어에 포섭되지 않으면 자아의 존립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명확히 드러나는 분야가 예술이다. 평론가나 매체, 다른 예술가 등 예술계의 인정을 받지 못한 사람은 예술가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예술가로서 존재를 인정받기 위한 투쟁을 그린 두산인문극장 연극 ‘인정투쟁; 예술가편’(연출 이연주)이 공연 중이다.
객석이 둘러싼 사각형의 무대를 텅 빈 휠체어 한 대가 가로지른다. 배우 여섯 명이 차례로 등장해 관객을 마주한다. 붉은 색의 불투명한 막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객석과 무대 사이에 쳐지고 내레이션이 김춘수의 시 ‘꽃’을 낭독한다.
“...우리들은 모두/무엇이 되고 싶다/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고 싶다”
연극의 1막은 예술계에 진입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인물들을 그린다. 그들은 예술가를 자처하지만 내레이션은 그것을 증명할 것을 요구한다. 예술가의 자격을 보증하는 것은 예술인패스(한국예술인복지재단이 예술 활동을 증명한 예술인에게 주는 혜택)다. 그들은 예술 활동을 하기 위해 예술인패스가 필요하지만 예술인패스를 가지려면 예술 활동 경력을 갖춰야 하는 난관에 빠진다.
2막은 예술계에 들어온 인물들이 기존의 권력에 착취받는 모습을 묘사한다. 권위자의 지도 아래 연습을 반복하고 때때로 의심스러워도 거부하지 못한다. 인정받고 싶고 자격을 잃을까 두려워할 뿐이다. “너가 아니어도, 너는 많았다. 선생님에게는 정답이 있었다. 넘고 싶었다. 무대를, 선생님을. 언젠가는 그럴 수 있으리라 꿈꾸면서.”
3막은 예술계의 권력이 소수자를 지우는 현상을 다룬다. 보편적이지 않은 존재들이 배제되고 일부가 이를 견디지 못해 떠나지만 대부분은 남는다. 이내 ‘예술은 끝났다’는 깃발을 든 인파가 나타나고 무대는 파국으로 치닫는다.
무대에 선 6명이 모두 특수한 몸을 가진 장애인 배우라는 점은 예술가의 ‘인정 투쟁’이라는 연극의 메시지를 선명하게 한다. 다른 모든 영역들에서처럼 장애인들은 무대와 객석, 예술에서 배제돼왔기 때문이다. 비장애중심주의가 만연한 사회에서 그들은 낯설고 안쓰러운 구경거리로 대상화될 뿐이다. 공연의 마지막 부분. 6명의 장애인 배우들이 관객을 마주본다. 각자의 방식으로, 또는 서로의 방식으로 타인에게 자신을 온전히 드러낸다.
“무대가 끝나지 않는 것, 그것은 기쁨이다. 무대가 끝나지 않는 것, 그것은 슬픔이다. 무대가 끝나지 않는다.”
‘인정투쟁; 예술가편’은 2019년 초연돼 동아연극상 신인연출상을 받은 작품이다. 공연은 6월15일까지 두산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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