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희진, 또 여론전으로 정면 돌파?…“하이브 배신? 실적 못 내는 게 배신”

김경호 2024. 5. 31.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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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가 깨진 것이 배신”
“어도어 대한 배임행위가 된다고 하기는 어려워”

하이브가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한 달 넘게 갈등을 빚던 산하 레이블 어도어 이사회를 1 대 3 구도로 재편해 장악했다. 하이브 측이 추천한 신임 사내이사 3명이 선임됐고, 유임에 성공한 민희진 대표를 제외한 나머지 사내이사 2명은 해임됐다. 민 대표는 사실상 어도어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게 됐다. 민 대표는 31일 기자회견를 열고 하이브와 어도어 경영권 분쟁에 대해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31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두 번째 기자회견을 열고 이날 오전 열린 어도어 임시주주총회와 관련한 입장을 발표하던 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공동취재
 
민 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신의가 깨진 것이 배신인데, 배신은 한 사람으로 인해 깨질 수 없는 것”이라면서 이렇게 밝혔다.

전날 법원은 민 대표가 하이브(HYBE)를 상대로 제기한 임시 주주총회(임총) 의결권 행사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그러면서 판결문에 “민 대표의 행위가 하이브에 대한 배신적 행위가 될 수는 있겠지만 어도어에 대한 배임행위가 된다고 하기는 어렵다”고 썼다.

민 대표는 “배신과 배임이라는 법률적 용어 사이엔 인과관계가 없다. 웃는 낯으로 상사의 비위를 잘 맞추면서 굉장히 충성스러운 부하 직원이 실적을 못 내면 이게 배신일 수 있지 않냐. 어느 정도 수익을 냈고 어떤 이익을 줬느냐가 배신감을 들게 하냐 안하느냐의 척도가 돼야 하지 않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특히 민 대표는 자신이 총괄 프로듀싱을 맡은 뉴진스가 그간 거둔 성과를 특기했다. 그는 “톱 보이밴드들이 5~7년 만에 낸 성과를 걸그룹으로서 2년 만에 낸 거다. 그런 성과를 낸 자회사에게 배신이라는 단어를 쓸 수 있을까. 이런 감정적인 단어는 의리 집단에서나 활용해야 한다. 주주들의 이익, 새로운 비전을 만들어야 하는 주식회사에서 쓰일 단어인지는 모르겠다”고 부연했다.

뉴진스. 어도어
 
한편 이날 가요계에 따르면 어도어는 이날 오전 9시 서울 시내 모처에서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하이브 측이 추천한 김주영 CHRO(최고인사책임자), 이재상 CSO(최고전략책임자), 이경준 CFO(최고재무책임자) 사내이사 선임안을 통과시켰다.

민 대표는 법원이 전날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고, 하이브가 이에 따라 ‘사내이사 민희진 해임의 건’에 대해 찬성하는 내용으로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되면서 자리를 지켰다. 민 대표의 측근으로 기존 어도어 사내이사인 신모 부대표와 김모 이사의 해임안도 통과됐다.

민 대표가 낸 가처분 신청은 자신만을 대상으로 한 것인 데다가, 하이브가 어도어 지분 80%를 보유하고 있어 측근 2명의 해임은 예고된 수순이었다.

민 대표 측이 전날 가처분 인용 이후 “민 대표에게 이사 해임의 사유가 없는 이상 민 대표 측 사내이사 두 명에게도 이사 해임의 사유가 없다. 하이브가 이사들을 해임할 경우 이는 법원의 결정을 존중하지 않고 정당한 이유 없이 해임하는 것”이라고 반발했지만, 하이브는 “법이 정한 테두리 안에서 후속 절차에 나서겠다”며 이사 교체 방침을 굽히지 않았다.

이로써 어도어 이사회는 지난달 22일 하이브가 ‘경영권 탈취 의혹’을 제기하며 전격 감사에 착수한 지 39일 만에 1대 3 구도로 하이브 측에 넘어가게 됐다.

하이브는 당초 이날 민 대표의 해임안까지 통과시킨 뒤 임시주총에 뒤따르는 이사회에서 신임 대표이사를 선임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전날 법원이 민 대표의 손을 들어줘 그가 자리를 지키게 되면서 자연스레 대표이사 교체는 무산됐다.

30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하이브본사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그룹 '뉴진스'가 소속된 어도어의 대표와 모회사 하이브 간 분쟁에서 법원이 어도어 대표 측 손을 들어줬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 이날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하이브를 상대로 낸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뉴스1
 
결국 민 대표는 자신을 반대하는 하이브 측 사내이사 3인과 ‘불편한 동거’를 해야 하는 상황을 맞았다.

김주영 CHRO는 하이브 사업보고서상 임원 17명 가운데 이미경 사외이사를 제외하면 유일한 여성 임원이다. 김 CHRO는 유한킴벌리에서 여성 최초로 인사팀장을 맡고 게임 업체 크래프톤 HR(인사) 본부장으로 재직하던 중 하이브로 옮긴 인사 전문가다.

이경준 CFO는 과거 어도어에 한때 몸담고 민 대표와 일한 적도 있어 레이블과 뉴진스 관련 업무에 익숙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재상 CSO는 2021년 저스틴 비버와 아리아나 그란데의 소속사 이타카 홀딩스 인수를 총괄하는 등 하이브의 중장기·해외 전략 수립에 능통한 전문가다.

다만 이사회 의결을 요구하는 중요 사안에서 민 대표와 하이브 측 사내이사가 사사건건 충돌하며 갈등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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