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6승' 김경문, 한화 새 사령탑 유력…명장이자 노장, 왜 최선이었을까

김민경 기자 2024. 5. 31.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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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경문 전 야구대표팀 감독이 한화 이글스 새 사령탑에 오를 전망이다. ⓒ 곽혜미 기자
▲ 야구대표팀 감독 시절 김경문 ⓒ 스포티비뉴스DB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한화 이글스가 김경문 감독 체제로 방향을 잡은 분위기다.

한화 관계자는 31일 오전 김경문 전 한국야구대표팀 선임 유력 보도와 관련해 "김경문 전 감독도 후보군 중 한 명이 맞다. 손혁 단장님께서 후보군을 만나고 계신다. 그러나 아직 새 감독이 결정된 바는 없다"고 밝혔다. 한화는 김경문 감독 선임 확정 발표를 하지 않고 있으나 사실상 합의는 마친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이르면 다음 달 2일 구단이 김경문 감독 선임을 발표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화는 지난 27일 최원호 전 감독과 박찬혁 대표이사의 사퇴 소식을 알렸다. 구단은 당시 '최원호 감독은 지난 23일(대전 LG 트윈스전) 경기 후 구단에 사퇴 의사를 밝혀와 26일 구단이 이를 수락하며 자진 사퇴가 결정됐고, 박찬혁 대표이사도 현장과 프런트 모두가 책임을 진다는 의미에서 동반 사퇴하기로 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손혁 한화 단장은 처음에는 최 전 감독, 박 전 대표이사와 함께 물러날 뜻을 밝혔으나 구단의 만류로 자리를 지켰다. 시즌 도중인 만큼 현장과 프런트 수뇌부가 전부 자리에서 물러나면 팀의 방향성 자체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 최근 구단의 방향성을 설정하고, 또 잘 이해하고 있는 손 단장이 있어야 새 감독이 와도 우왕좌왕하지 않을 수 있다 믿었다.

손 단장은 베테랑 감독 위주로 후보군을 추려 면접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즌 도중 감독 교체라는 변수가 생긴 탓에 빠르게 팀 분위기를 장악할 수 있는 리더십이 필요했고, 경험이 풍부한 지도자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김경문 전 감독은 그런 기준에 부합한 지도자 가운데 한 명이었다. 이미 시즌 중이라 새 감독을 물색할 수 있는 후보군이 한정적이기도 했다. 명장이자 노장에게 팀을 맡기는 게 지금은 안정적인 선택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김경문 전 감독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 야구 9전 전승 금메달 신화를 이끈 명장으로 평가받는다. KBO리그에서는 2004년부터 2018년까지 두산 베어스와 NC 다이노스의 사령탑으로 지내면서 통산 1700경기에서 896승을 거뒀다.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와는 끝내 인연이 없었으나 두산과 NC를 탄탄한 강팀으로 이끌었다. 2021년에 열린 2020 도쿄올림픽 대표팀 감독을 끝으로 현장에서는 물러나 있었지만, 꾸준히 하마평에 오를 정도로 검증된 베테랑 지도자다.

한화는 31일 오전 구단 사무실에서 신인 박종태 대표이사 취임식을 실시하면서 새 사령탑 선임 속도에 박차를 가할 준비를 마쳤다. 한화는 "이날 대표이사 취임에 따라 공석인 감독 선임 작업에 속도를 낼 방침"이라고 밝혔다.

신임 박 대표는 취임사에서 "지난 3년 6개월 동안 한화이글스의 도약을 위해 많은 준비를 해 주신 박찬혁 대표, 손혁 단장을 비롯한 우리 임직원, 선수단 모든 분들의 노력과 헌신과 희생에 감사드린다"고 취임 소감을 밝혔다.

▲ 박종태 한화 이글스 신임 대표이사가 취임했다. ⓒ 한화 이글스
▲ 손혁 한화 이글스 단장 ⓒ곽혜미 기자

이어 "지금까지 여러분들이 준비한 모든 것을 토대로 우리는 승리의 길을 갈 것이고, 그 승리의 자양분으로 한화이글스는 높이, 멀리, 오래 비상할 것"이라며 "우리 스스로가 쌓은 토대에 대한 자신감을 갖고 저와 더불어 가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하지만 일부 한화 팬들은 김경문 감독 선임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내고 있다. 이 팬들은 31일 오후 5시 한화 본사에 근조화환을 설치하는 시위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일부 한화 팬들은 "최근 현장 및 해설위원으로서의 경험이 전무하여 현재 리그상황에 대한 분석력 및 이해가 부족하다. 도쿄올림픽 당시 충분히 승선 가능성 있었던 강재민, 정은원 등 한화이글스 선수들의 선발을 막고 의도적으로 패싱한 경력이 있다. 올드스쿨 방식의 경기 운용으로 투수들에게 소위 말하는 '혹사'로 많은 투구수를 던지게 해 선수생명이 단절된 선수들이 다수 존재한다. 소위 말하는 '도쿄올림픽 참사'의 주역으로 수장으로서 성과를 내지 못하였으며 KBO리그에서의 우승 경험도 0회로 '윈나우' 감독으로서도 적절하지 않다. 기존에 감독으로 재임했던 복수의 구단에서 2번이나 중도 사퇴한 경험으로 모기업 한화 그룹이 강조하는 사훈인 '신용과 의리'에 적합하지 않은 인물이다"라고 김경문 감독을 반대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한화는 일단 최 전 감독이 물러나고 정경배 수석코치의 감독대행 체제로 시즌을 치르고 있다. 정 대행이 지휘봉을 잡고 28일부터 대전에서 치른 롯데 자이언츠와 주중 3연전을 모두 이기면서 5연승을 질주했다. 한화는 시즌 성적 24승29패1무 승률 0.453를 기록하면서 7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5위 NC 다이노스(27승27패1무)와는 2.5경기차에 불과해 5강 경쟁을 위해서 더 박차를 가해야 할 시기다. 한화가 새 사령탑 선임에 더 속도를 내고 있는 이유다.

한화는 지난 2월 미국 메이저리그 잔류를 고민하던 에이스 류현진을 8년 총액 170억원에 영입하면서 윈나우를 외쳤다. 야수는 FA 안치홍을 4+2년 72억원에 데려왔고, 지난해 외부 FA로 영입한 주장 채은성에게도 6년 총액 90억원을 썼다. 최근에는 문동주, 황준서, 조동욱, 김기중 등 젊은 투수들이 릴레이 호투를 펼치면서 돌풍을 이끄는 중이다. 신구 조화가 나름대로 잘 되고 있는 상황이다.

외국인 투수도 새로 세팅을 해뒀다. 올해 구위가 떨어지는 경향을 보였던 펠릭스 페냐와 결별하고 메이저리그 경험이 풍부한 하이메 바리아를 새로 영입했다. 바리아는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6시즌 동안 LA 에인절스 소속으로 메이저리그 134경기(선발 62경기)에 등판해 22승(32패)을 수확한 경험을 자랑한다. 팔꿈치 부상으로 이탈했던 좌완 리카르도 산체스는 다음 주 마운드 복귀를 눈앞에 두고 있다. 한화는 감독부터 외국인 투수까지 재정비를 마치고 이르면 다음 주부터 상승세에 더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 NC 다이노스 시절 김경문 감독 ⓒ 스포티비뉴스DB
▲ 두산 베어스 시절 김경문 감독 ⓒ 두산 베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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