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지구당 부활은 일극 제왕적 당대표를 강화할 뿐”
오세훈 서울시장은 정치권에서 화두로 떠오른 ‘지구당 부활’에 대해 31일 “지구당은 국민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일극 제왕적 당대표를 강화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오 시장은 2004년 지구당 폐지 방안을 담은 일명 ‘오세훈법’을 주도했다.
오 시장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이같이 밝혔다. 오 시장은 “과거 지구당은 지역 토호의 온상이었다”며 “지구당 위원장에게 정치 헌금을 많이 한 사람이 지방의원을 하는 사례가비일비재했고, 그들은 지역 이권에 개입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선거와 공천권을 매개로 지역 토호-지구당 위원장-당대표 사이에 형성되는 정치권의 검은 먹이사슬을 끊어내고자 하는 것이 오세훈법 개혁의 요체였다”고 했다.
오 시장은 “솔직히 말해보자”며 “(당 대표나 당 조직은) 기본적으로 자기 당을 위한 선거 조직이며 특히 한국에서는 그로 인해 정쟁이 유발되며 격화한다. 국민은 어디에 있나”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미국처럼 원내대표가 당을 이끌어가며 입법 이슈를 중심으로 정치가 흘러가는 게 이상적”이라며 “그러나 법 개정 후 20년이 지난 지금도 한국에선 당대표 중심의 구조가 여전하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또 “한국은 공천권을 당대표가 쥐지만, 미국에서는 주별로 차이가 있지만 완전국민경선제(오픈프라이머리)를 통해 국민이 공천권을 행사한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그 때문에 미국 정치인은 당의 실력자가 아니라 국민을 바라보고 소신 정치를 할 수 있다”며 “제가 얼마 전 당대표 선거에서 국민 100% 경선이 필요하다고 말씀드렸던 이유”라고 말했다.
오 시장은 여야가 동시에 지구당 부활 이슈를 들고 나온 이유에 대해 “당대표 선거에서 이기고 당을 일사불란하게 끌고 가려는 욕심이 있다는 것이 저의 판단”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지구당을 만들면 당대표가 당을 장악하는 데는 도움이 되겠지만 그게 국민들에게 무슨 도움이 되겠냐”며 “러시아 공산 혁명, 중국 문화대혁명, 통합진보당 사태 등에서 우리가 목도했듯이 극단적 생각을 가진 소수가 상식적인 다수를 지배하는 가장 우려스러운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지구당은 국회의원 선거구 단위로 설치됐던 중앙 정당 하부 조직으로, 2002년 불법 대선자금 사건 이후 지구당 폐지 여론이 일자 2004년 일명 ‘오세훈법(정당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며 완전히 폐지됐다. 그러나 최근 한동훈 국민의힘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여야에서 한 목소리로 ‘지구당 부활’을 주장해 다시 화두로 떠올랐다.
민서영 기자 min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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