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태 기자의 책에 대한 책] 美 독립서점이 40년 버틴 이유는 '이것' 때문이었다

서점의 과거이자 서점의 미래가 될 독립서점 탐방기

구글도 좋고 네이버도 좋다. 검색창에 '서점'이나 'bookstore'를 써보자. 우리 주변엔 너무 많은 독립서점이 독자를 만나고 있다.

미국 독립서점이 2000개쯤 된다고 하니, 한국 독립서점 815곳(2022년 기준)은 결코 적은 수가 아니다. 그런데 한국 독립서점 사장님들의 고민은 결국엔 단 하나다. '어떻게 생존할 것인가?'

출판사 편집자인 저자가 쓴 책 '뉴욕 독립서점'은 세상에서 가장 비싼 땅에서 아직까지 살아남은 뉴욕 독립서점 탐방기다. 2017년 '퍼블리셔스 위클리'에서 한 달간 일하게 된 저자는 여유시간을 헛되이 쓰지 않고 뉴욕 독립서점을 방문해 책으로 꿰맸다. 이 책은 그 부지런한 발걸음을 문자화한 독특한 기록이다.

책으로 들어가보자. 독립서점 '라이브스 앤드 컴퍼니'는 임대료가 비싼 그리니치 빌리지에서 40년을 버텼다. 퓰리처상을 받은 마이클 커닝햄은 라이브스 앤드 컴퍼니를 이렇게 평가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가장 위대한 서점." 상찬한 이유는 하나였다. 직원들이 '엄청나게' 지적이란 점 때문이었다. 이곳 직원은 단지 책만 나르는 일꾼이 아니라, 책 한 권의 가치를 내면화한 자들이다. 직원 한 명을 붙잡고 주제를 물어보면 직원은 독자가 들어본 적도 없는 진귀한 책을 쏟아냈다.

이 서점은 매달 한 번 혹은 두 번 뉴스레터를 이메일로 발송한다. 신간뿐만 아니라 페이퍼백 도서, 저자 사인본 리스트가 메일에 가득했다. 대형 서점이나 온라인 서점에선 느낄 수 없는 독립서점만의 정취가 가득한 안내였다.

'하우징 워크스 북스토어'는 기증받은 헌책으로만 꾸려진 독립서점이다. 이 서점은 이윤을 추구하지 않는다. 중고책을 기증받아 독자에게 판매하고 수익은 뉴욕 노숙자의 주택 지원, 의료 서비스 제공 자금으로 쓰인다. 직원들도 100% 자원봉사자로 꾸려진다.

반지하 가게에 위치한 '슬롯닛 쿡북스'는 빈티지 요리책 서점이다. 운이 좋으면 시식도 가능하다. 아주 작은 서점이지만 인류의 '맛'이 넘실대는 공간인 것. 그곳은 서점이자 일종의 부엌이기도 하다. 이런 특색 때문에 슬롯닛 쿡북스는 뉴욕 시민에게 꾸준히 사랑받는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겐 기억 저편에 자신만의 숨겨둔 책방이 있다. 모든 책은 단지 종이와 잉크의 합이 아니라 하나의 상상력으로 꿰매어진 책이다.

책장은 그 상상의 결집체이며, 서점은 저 상상의 책장이 모인 꿈의 공간이 된다. 독립서점은 서점 체인과는 다른, 주인만의 독특한 관점이 독자에게 좀 더 직접적으로 전해진다는 점에서 더 큰 가치를 지닌다.

대형 서점 도입 이전의 서점은 전부 독립서점이었다. 독립서점(independent bookstore)은 말 그대로 홀로(獨) 존재하는(立) 서점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독립서점은 홀로 존재하기 어렵다. 독자가 어깨를 내줄 때라야 독립서점은 말 그대로 '독립'할 수 있다.

[김유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