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혹한 내전이 … 인류 발전시킨다는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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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는 '보이지 않는 전쟁'의 시대라고 했던가.
그동안 국가 간 전쟁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조명돼왔던 내전의 뿌리와 역학 관계, 분쟁으로 가득한 세계에서 내전이 형성하는 힘을 파헤쳤다.
르네상스 시대 수필가였던 몽테뉴는 '위그노 전쟁' 시기 "대외 전쟁은 내전이라는 병폐에 비하면 전혀 위험하지 않다"고 말했을 정도다.
내전의 과정은 국가 간 전쟁보다도 비열하고 그 상처는 씻기지 않을 정도로 깊게 파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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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이래 연평균 20번 발발
국가간 전쟁보다 오래 지속돼
치명적 파괴성에도 생산성 높여
민주주의·세계화 도화선 돼
21세기는 '보이지 않는 전쟁'의 시대라고 했던가. 내전의 경우라면 그렇지 않다. 역사적으로 내전은 냉전 이후 수십 년 동안 발생 빈도가 급증했다. 1989년 이래 지금까지 전 세계적으로 연평균 20차례의 국가 내부 전쟁이 발생했다. 비슷한 기간인 1816년부터 1989년 사이 연평균 내전 발발 건수보다 약 10배나 많은 수준이다. 1945년 이후 내전으로 발생한 전사자만 약 2500만명에 달하는데, 이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군인 사상자 수의 절반과 맞먹을 정도다. 이처럼 내전은 다양한 목적과 양상을 띠면서 괴물처럼 스스로 진화하고 있다.
신간 '내전: 관념 속 역사'는 데이비드 아미티지 미국 하버드대 로이드 C 블랭크페인 역사학 교수가 고대 로마에서 시작된 내전의 기원부터 근대 유럽과 20세기, 현재에 이르기까지 매우 조직적이었던 인류의 침략사를 추적한 책이다. 그동안 국가 간 전쟁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조명돼왔던 내전의 뿌리와 역학 관계, 분쟁으로 가득한 세계에서 내전이 형성하는 힘을 파헤쳤다. 끝이 없는 것 같은 내전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는 것은 덤이다.
국가 내부에서 일어나는 전쟁은 국가 간 전쟁보다 더 오랜 기간 지속되고, 쉽게 재개되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은 놀랍다. 기원전 1세기 로마 내전 당시 17~46세 남성 시민 중 25%가 무장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미국 내전 당시 발생한 사망자 수는 인구수에 비례해 환산해보면 제2차 세계대전 기간 발생한 미국인 사상자 비율보다 훨씬 높았다. 남부와 북부만 해도 사망자가 약 75만명이었는데 이는 오늘날 미국 인구로 치면 750만명이 사망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르네상스 시대 수필가였던 몽테뉴는 '위그노 전쟁' 시기 "대외 전쟁은 내전이라는 병폐에 비하면 전혀 위험하지 않다"고 말했을 정도다. 그만큼 내전은 소모적이고 발전을 저해하는 시대 역행적 현상이다. 세계적으로 내전으로 발생하는 경제적 손실도 어마어마하다. 연간 약 1230억달러(약 169조1127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과 비교하면 5분의 1이 넘고, 선진국이 개발도상국에 매년 경제적으로 지원하는 예산과도 맞먹는 금액이다.
내전이 파괴적인 이유는 한 나라의 국민 서로가 서로에게 총을 겨누기 때문이다. 한국 역시 5·18 민주화운동을 통해 몸소 겪은 바 있다. 내전의 과정은 국가 간 전쟁보다도 비열하고 그 상처는 씻기지 않을 정도로 깊게 파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전이 끊이지 않는 이유에 대해 저자는 역설적이게도 내전이 가진 생산성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그 파괴성에도 불구하고 인류가 진일보하는 데 도움이 됐다는 뜻이다. 여기에는 민주주의 실현, 산업혁명, 국제법 도입, 인도주의 확산, 세계화 등이 모두 포함된다.
실제로 내전은 국가 내부의 분열로부터 발생하지만 한 국가의 병폐를 겉으로 드러내는 역할을 해왔다. 이 책에서는 인류가 내전을 통해 남긴 유산에 대해서도 살펴본다.
아미티지 교수는 과거에 형성된 내전에 대한 정의와 이해가 오늘날까지도 지속돼 국제기구와 언론, 학계 논의를 오히려 방해하고 있다고 꼬집는다. 그는 "내전의 특성이 소프트웨어 속 오류가 아니라 우리를 구성하는 불가피한 부분이라고 가정할 때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며 "그렇게 가정하는 것은 영원한 평화에 결코 도달할 수 없으리라는 비관적 운명을 스스로 부여하는 셈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 책은 내전은 피할 수 없다고 생각해온 사람들의 통념을 불식하기 위한 역사적 도구를 제시할 것이다.
[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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