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에 갇힌 아시아의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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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의 바다는 한순간도 잠잠하지 않았다.
인도양과 남중국해 등 아시아권에서도 종교, 향신료, 사치품 등 다양한 관념과 물질, 사람이 바다 건너 전파되며 인류 문명의 발전을 견인했다.
예를 들어 아시아의 서쪽 끝, 중동 지역에서 동남아시아의 흔적이 발견된다.
미국 코넬대 역사학과 교수이자 동남아시아 전문가인 저자는 이런 관점에서 아시아의 바다를 조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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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의 바다는 한순간도 잠잠하지 않았다. 항해와 모험의 역사, 대발견의 희열이 태평양과 대서양의 전유물은 아니었다는 얘기다. 인도양과 남중국해 등 아시아권에서도 종교, 향신료, 사치품 등 다양한 관념과 물질, 사람이 바다 건너 전파되며 인류 문명의 발전을 견인했다.
흔히 아시아는 자기 땅에 갇혀 농경과 유목만 했다는 관점은 무지에서 온 편견일 뿐이다.
예를 들어 아시아의 서쪽 끝, 중동 지역에서 동남아시아의 흔적이 발견된다. 오만 해안의 수르라는 소도시에 흔한 인도네시아어 간판이 그렇다.
저자는 "이 지역의 해로가 현대 세계의 상당 부분을 만들어내는 데 일부 기여했다고 해도 과장은 아닐 것"이라고 본다.
미국 코넬대 역사학과 교수이자 동남아시아 전문가인 저자는 이런 관점에서 아시아의 바다를 조명한다.
학계에서 미국·유럽과 접한 태평양, 대서양에 관한 연구는 활발히 이뤄진 편이었다. 그렇다면 인도양은 어떨까. 확실히 주목받지 못했다. 다만 최근 수십 년 동안 연구가 축적되고 있다고 저자는 소개한다. 그는 학자들의 수많은 연구와 자신이 아시아 지역에 직접 거주했거나 여행했던 경험, 현지에서 조사한 자료와 구술 형태로 취득한 거주자 인터뷰 등을 연구에 활용했다. 현장에서 길어 올린 역사의 흔적은 실감 나는 이야기의 밑바탕이 됐다.
저자는 연결·무역·종교·도시·산물·기술 등 여섯 가지 키워드로 아시아 500년 해양사를 탐구한다. 참고문헌 목록과 색인을 포함해 총 655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이다.
해로는 서로 다른 관념이 충돌하거나 침략하는 관문이 되기도 했다. 특히 남중국해는 오늘날에도 중국과 주변 국가들의 갈등 전선이다. 저자는 15세기 명나라 정화 함대가 동남아시아와 동아프리카 지역에 원정을 떠나 세력을 과시했던 일이나, 13세기 원나라가 고려와 연합해 일본을 정복하기 위해 함대를 파견했던 일 등을 언급하며 "그 세계에서 수평선 너머의 가장 큰 잠재적 위협은 언제나 중국이었다"고 짚는다. 이후 일본 제국주의를 겪은 이 지역은 '오랫동안 유지된 지배 구조, 제국주의 잔재, 식민지 구조 탈피 속도의 불균등' 속에 지금도 결코 잠잠하지 않다.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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