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만델라당’ 30년 단독 집권 무너졌다…첫 과반 득표 실패
높은 실업률과 범죄율로 첫 ‘참패’
사상 첫 연정 꾸려야…상대에 주목
지난 29일(현지시간) 실시된 남아프리카공화국 총선에서 집권당인 아프리카민족회의(ANC)가 사상 처음으로 과반 확보에 실패했다. 집권 30년 만에 ‘참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ANC는 사상 최초로 연립정부를 구성하게 됐다.
31일 남아공 선거관리위원회(IEC)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까지 개표가 64.99% 진행된 가운데 ANC는 41.86%를 득표한 것으로 집계됐다. 제1야당인 민주동맹(DA)이 22.72%로 2위를 달리고 있으며, 제이컵 주마 전 대통령의 신생 정당 움콘토 위시즈웨(MK)는 11.92%로 그 뒤를 이었다.
아직 개표가 진행중이지만 현지 매체들은 일제히 ANC가 과반 득표에 실패했다고 보도했다. 현지 공영방송은 ANC의 최종 득표율을 42~45% 수준으로 예측했다. 이는 직전 2019년 총선 득표율보다 15%포인트 이상 떨어진 ‘참패’나 다름없는 성적이다. 1994년 아파르트헤이트(극단적 인종차별정책)이 종식된 이후 30년간 줄곧 여당의 자리를 지켜온 ANC가 과반 득표에 실패한 것은 처음이다.
남아공 ‘민주화의 아버지’인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을 배출한 ANC는 30년간 단독 집권당 자리를 지켜왔다. 1994년 총선에서 62.7%의 득표율로 처음 집권한 이래 66.4%(1999년), 69.7%(2004년), 65.9%(2009년), 62.2%(2014년) 등 줄곧 60%를 넘겼으며, 직전 2019년 총선에서도 57.5%를 득표했다.
ANC의 이번 참패는 예고된 수순이었다는 분석이 대부분이다. 높은 실업률과 만연한 범죄, 부패, 빈부 격차, 물과 전력 부족 등 사회·경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서 ANC의 지지율이 급전직하했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ANC의 지지율은 줄곧 40%에 그쳤다. 민심 이반이 뚜렷해지자 빈틈을 노린 신생 정당들이 무더기 창당하면서 남아공 정치는 춘추전국 시대를 맞았다. 이번 총선에 참여한 정당은 50곳 이상으로 사상 최다를 기록했으며, 이들 중 상당수는 신생 정당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ANC가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의 집권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연정이 불가피해졌다. 완전 정당 비례대표제인 남아공에서는 유권자가 정당에 투표하고 그 득표율에 따라 정당별 의석수가 정해지는 의회에서 대통령을 선출한다. ANC가 과반 득표를 못 하면 당 대표인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은 연정을 구성해 400석의 의회에서 과반(201표 이상)을 확보해야 연임할 수 있다.
ANC가 줄곧 과반 의석으로 집권한 상황을 고려하면 연정은 전례가 없는 일이어서 남아공 정국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특히 ANC가 최종 40% 초반의 득표에 그친다면 연정 구성을 위해 10% 안팎의 득표율을 기록한 주요 야당과 연정을 구성해야 하는데, 주요 야당은 ANC와 라마포사 대통령에 대해 매우 비판적이라는 점에서 어느 정당이 연정에 나설지는 불확실하다. ANC 역시 지난 선거 과정에서 과반 득표를 자신하며 연정 상대를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수전 부이센 요하네스버그 비트바테르스란트대 명예교수는 현지 공영방송 SABC에 출연해 “남아공 정치에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최종 개표 결과는 다음 달 2일 전후 공식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새 의회는 최종 결과 발표 뒤 14일 이내에 소집돼야 하며, 첫 번째 임무는 대통령을 선출하는 것이다.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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