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점령통치 경험 한국, 팔레스타인 처지 이해할 것”

박민희 기자 2024. 5. 31.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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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왈리드 시암 주한·주일 팔레스타인 대표부 대사
왈리드 시암 주일본 팔레스타인 대표부 대사가 30일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서귀포/박민희 기자

왈리드 시암 주한·주일 팔레스타인 대표부 대사(대표)는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를 계속 공격하는 이유는 하마스를 궤멸시키려는 것이 아니라, 팔레스타인인들을 몰아내고 가자지구를 점령해 땅과 천연가스를 차지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36년 동안의 (일본의) 점령 통치를 경험한 한국은 점령에 맞서는 팔레스타인의 처지를 잘 이해할 것”이라면서 “팔레스타인인들은 테러리스트가 아니며 76년 동안 계속된 이스라엘의 군사 점령을 끝내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제형사재판소(ICC)가 이스라엘 지도자들에게 체포 영장을 발부해 강력한 조처를 해야한다고 강조했고, 한국에서 대학생과 시민들이 팔레스타인을 위해 시위에 나서는 것에 감사를 표했다.

제주포럼 참석을 위해 한국에 온 왈리드 시암 대사를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30일 인터뷰했다. 서울에 팔레스타인 공관이 없기 때문에 도쿄에 상주하는 시암 대사가 주한국 대사도 겸임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이 라파를 공격하고 있다. 가자지구의 대부분은 이미 사람이 살 수 없는 지역으로 변해버렸다. 이스라엘군은 실제로 하마스 지도자들을 생포할 수 있나.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계속 공격하는 최종 목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이스라엘의 실제 목표는 하마스 지도부를 잡는 것도, 하마스를 완전히 궤멸시키려는 것도 아니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점령에 저항하는 이데올로기이기 때문에, 이스라엘이 파괴할 수 없다. 이스라엘이 가자를 공격한지 8개월이 지난 지금 이제 그들의 목적은 명백하게 드러났다. 바로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없애려는 인종 청소다. 그들은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여성, 어린이들에 대해 제노사이드(특정 집단에 대한 집단학살)를 저지르고 있고 있다. 그들은 가자지구의 190만 주민들을 처음에는 북쪽에서 남쪽으로 몰아냈고, 이제는 남쪽에서 이집트 국경쪽으로 몰아내고 있다. 이스라엘의 계획은 모든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가자지구에서 이집트 시나이 반도로 몰아내고 가자지구의 점령해 땅을 차지하려는 것이다.”

―가자지구의 상황은 어떠한가.

“이미 3만8천명 넘는 팔레스타인인들이 살해되었고 72%가 여성과 어린이다. 이스라엘군은 폭격을 하고 병원과 학교에 들어가 그곳을 불태웠는데, 그들이 팔레스타인의 기반시설을 일부러 파괴하려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의 모든 자원을 통제해왔기 때문에 지금까지 우리는 이스라엘로부터 물과 전기, 식량을 사서 써야했는데 이제는 그것이 끊겼다. 현재 가자에서는 폭격뿐 아니라 물, 식품, 약품 부족으로 많은 사람들이 사망하고 있다. 미국이 이스라엘의 공격을 지원하고 있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며칠 전에도 라파의 난민촌에 대한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많은 이들이 숨졌는데, 그 폭탄은 미국이 제공한 것이다.”

―국제형사재판소(ICC)가 하마스 지도자들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 대한 체포 영장을 발부하려고 한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제사회가 국제법을 이행할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미 너무 긴 시간이 걸렸다. 훨씬 전에 이런 일이 이뤄졌어야 한다. 이제는 국제사회가 합의한 국제법을 이행해야 할 때다. 그런데, 하마스와 이스라엘 지도자를 동일하게 비교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 팔레스타인은 군사점령에 저항하는 세력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테러리스트가 아니다. 36년 동안의 (일본의) 점령 통치를 경험한 한국과 같은 국가들은 이에 대해 잘 알 것이다. 당신들이 점령에 맞서 싸웠을 때 그들이 당신들을 테러리스트나 범죄자라고 불렀던 것처럼, 팔레스타인에서도 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 우리는 76년 동안 계속된 이스라엘의 시오니스트 군사 점령을 끝내기를 원한다. 국제형사재판소(ICC)와 유엔국제사법재판소(ICJ)가 이스라엘 지도자들에게 실제로 강력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들보다 덜 문제를 일으킨 국가들도 처벌을 받는데, 이스라엘은 처벌하지 않는 것은 이중 잣대다.”

―휴전 또는 정전을 위한 문은 열려있는가?

“우리는 인도주의적 이유로 즉각적인 전쟁 중단을 원한다. 하지만 그것이 해법은 아니다. 해법은 이스라엘의 군사적 점령을 끝내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자신들의 안보를 전쟁의 이유로 대고 있지만, 이스라엘은 세계에서 11번째로 강력한 군대를 가지고 있고, 핵무기를 가지고 있다. 이스라엘은 미국의 우방이고, 미국은 이스라엘이 원하는 대로 무기를 제공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약하지 않다. 이스라엘의 안보를 약화시키는 것은 그들이 팔레스타인 땅을 점령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점령이 끝나지 않으면 이스라엘도 안전하지 않다.”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가자지구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파괴된 북부 자발리아 난민촌에서 30일 가재도구들을 챙겨서 나오고 있다. 자발리아 난민 캠프/AFP 연합뉴스

―가자지구의 참혹한 상황을 보면서, 유럽의 많은 국가들이 팔레스타인 국가를 인정했다. 미국에서는 대학생들의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한국에서도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국제사회의 지지가 팔레스타인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고 결국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이스라엘은 많은 거짓말을 해왔지만,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제노사이드를 저지르고 있다는 것을 이제 세계가 깨닫게 되었다. 주요 언론이 통제되고 가자에서 실제로 벌어지는 일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고 있지만, 소셜미디어가 강력한 역할을 하면서 인류애를 되살려 냈다. 초기에 우리는 사람들이 인류애를 잊고 팔레스타인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늘날 각국 정부는 아니지만, 전세계 사람들이 다시 깨어났다는 점을 우리는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이런 민초들의 움직임이 가장 중요하다. 그들이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자유를 지지하고, 전쟁과 제노사이드와 인종청소를 멈추고, 책임을 져야할 범죄자들을 법정으로 보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미국에서뿐 아니라 유럽, 아시아, 한국의 대학들에서도 많은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것을 알고 있다. 한국과 일본, 미국, 전 세계에서 자유로운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며 일어선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한다. 지금 유엔에서 147개국이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했다. 한국이 다음달 유엔 안보리 이사국을 맡게 되는데, 이제는 한국도 팔레스타인 국가를 인정할 때라고 생각한다.”

―많은 한국인들이 팔레스타인의 상황을 안타까워하지만, 하마스가 이스라엘 민간인을 공격한 것에 대해서는 비판한다.

“하마스가 지난해 10월7일에 한 행동이 그들이 애초 계획한 일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하마스는 원래 4개의 군사 기지를 공격하려 했는데, 장벽이 뚫리면서 가자지구 밖으로 나가게 되었고, 인질들을 잡아서 가자로 데리고 갔다. 하마스가 전쟁 상황에서 군인들은 인질로 잡을 수 있지만 민간인들을 인질로 삼은 것은 실수다. 그 때 당장 민간인들은 석방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팔레스타인은 이스라엘과 공존하는 ‘2국가 해법’을 추진하고 있지만, 미국은 ‘2국가 해법’을 지지한다면서도 전제 조건으로 팔레스타인자치정부의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나는 미국이 그들 정부부터 개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국의 전직 대통령이 형사 재판을 받고 있지 않은가. 그리고, 지금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 대해 군사적 점령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우리가 선거를 실시할 수 있는가. 이스라엘의 시오니스트 군사 점령 아래서 우리는 매일 생존을 위해 노력하면서 물과 식량, 약품과 전기를 얻으려 애쓰고 있다. 그런데 그들은 우리한테 개혁을 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지금 우리에게는 두가지 해법이 있다. 하나는 유엔 안보리와 유엔 총회 결의에 따른 두 국가 해법이다. 1967년 국경선으로 돌아가 예루살렘을 우리 수도로 팔레스타인 국가를 세우는 것이다. 또는 ‘한 국가 해법’인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땅 전체에서 선거를 실시해 정부를 세우고 이스라엘이라는 국가의 이름을 바꾸는 것이다. 이것도 이스라엘이 우리와 우리 땅을 점령하고 불법 정착촌을 건설하는 상황에서는 이뤄질 수 없다. 지금 70만명이 넘는 불법 정착민들이 팔레스타인 땅을 차지하고 있는 문제를 국제법에 따라 해결해야 한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재점령하려는 것은 지중해에서 가스전을 개발하려는 경제적 이익과도 관련되어 있는가.

“맞다. 가자지구 앞 지중해에서 가스전이 발견되었다. 수십억달러의 수입을 팔레스타인에 가져다 줄수 있는 자원이다. 팔레스타인이 독립해 주권을 가지고 국경을 통제할 수 있게 된다면, 외부로부터의 지원에 의지할 필요가 없다. 가스전에서 수십억달러의 수익을 낼 수 있고, 관광객도 올 수 있고, 농업도 잘 할 수 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우리 천연가스 자원을 훔치려 하고 있다.”

서귀포/박민희 선임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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