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빈자리에 중국의 파상공세, 중동 육아시장 다 뺏길라 [파일럿 Johan의 아라비안나이트]

2024. 5. 31.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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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최초 육아박람회 ‘두바이 베이비엑스포 2024‘ 가보니

어린 아이를 보기 힘들다는 요즘 우리나라와는 달리, 중동 국가들을 다녀보면 보통 칸두라라고 하는 흰색의 기다란 천을 두른 남편과 검은색 천으로 머리카락과 몸통을 덮은 아바야 의복을 입은 부인의 뒤를 아이들이 서넛 씩 줄줄이 따르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그러나 생활 반경이 가족단위로 이루어지는 식의 공동체 문화가 두드러진 아랍 지역도, 저출산이라는 전세계적 흐름에서 절대 자유롭지 않다. 이곳 나라들에서도 여성의 교육 수준이 올라가면서 많은 여성들이 결혼보다는 경제활동을 하기를 희망하는 상황이다.

두바이에서 엄마들이 아이를 데리고 자리에 앉아 삼삼오오 얘기를 나누고 있다
이슬람 국가인 아랍에미리트(UAE)는 법으로 남편이 부인을 네 명까지 둘 수 있는 등 다자녀 기조가 기본이나, 최근 들어서는 한 명, 많아야 두 명의 아내에게 집중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고 그만큼 가정 자녀의 수도 큰 폭으로 줄었다.

하지만 이러한 시대에 역행하듯(?) 필자는 올 해 초 쌍둥이 자녀를 출산하여 다둥이 아빠가 됐다. 불혹을 앞둔 나이에 비로소 아버지가 되고 나니, 저출생과 초고령화라는 다가올 뉴노멀의 시대에 어떻게 스스로와 자녀들이 잘 적응하며 살아나갈 수 있을지 걱정이 되기도 하고 가장으로서 앞으로의 책임감이 무겁게 느껴지고 있다.

두바이서 열린 중동 최초의 베이비페어
이런 상황에서 중동 최초의 육아박람회가 UAE 두바이에서 개최됐다. 육아용품과 여러 관련 산업 연사들의 스피치를 통해 중동 지역에서 아기를 대하는 태도나 육아법, 인식에 있어서의 한국과의 차이점 등을 박람회를 통해 엿볼 수 있을 것 같아 큰 관심을 갖고 행사에 다녀왔다.
관심을 갖고 유모차를 살펴보는 아랍인들
약 200여 개 이상의 글로벌 육아 브랜드가 참여한 이번 ‘베이비 엑스포 2024’ 행사는 지난 5월 24일부터 25일 양일간 두바이 월드 트레이드 센터 전시홀에서 성대하게 치뤄졌다. 행사장에는 이미 내년에 예정된 행사(2025년 5월 16일~17일)를 알리는 입간판도 눈에 띄었다.

가장 놀라운 점은 이 같은 세계적인 유명 브랜드를 망라하는 박람회가 아랍권에서는 기존에 열린 점이 없었다는 것이다. 야라 하딜(Yara Hadir) 베이비엑스포 홍보 담당은 “중동에서 열린 첫 번째 엑스포라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강조해 말했다.

이번 엑스포에는 스킨케어 브랜드 아비노와 존슨즈, 육아용품 브랜드 베이비샵이 주 스폰서로 참여했다. 입장료는 일반적으로 75디르함(약 26,000원)이며, 추가 옵션을 지불하면 아기 오일, 물티슈, 선크림 등이 포함된 구디백을 받을 수 있었다.

행사에 참여한 많은 사람들
기본적으로는 한국에서 열리는 베이비페어와 매우 유사한 형식이었다. 제품 소개, 서비스 시연과 여러 종류의 프로모션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졌으며, 다트 던지기, 럭키드로우 같은 추첨행사도 진행되었다. 특히, 유럽에서 온 스토케(STOKKE), 르클레르(Leclerc Baby), 무쉬(Mushie)와 같은 브랜드들이 눈에 띄었다.
한국 업체는 ‘0’...중국업체만 잔뜩
한국에서도 크고 작은 육아용품 박람회가 연중 다수 열린다. 한국 엄마들의 높은 교육열은 자녀에 대한 높은 관심도로 이어지고, 그만큼 깐깐한 한국 엄마들의 눈길을 사로잡아 선택을 기다리는 브랜드들의 각축전이 치열한 곳이 국내 베이비페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번 행사에 한국 업체와 브랜드가 전혀 없었다는 것은 매우 아쉬웠다.
박람회에 참여한 한 중국업체가 바이어와 상담을 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20여 곳 이상의 업체가 참여하여 대조를 이뤘다. 우리에게는 생소하지만 중국의 다양한 브랜드와 도매업체들이 참여해 유럽 명품 대비 30~50% 낮은 가격으로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품의 퀄리티 역시 가성비만 따진다면 결코 뒤지지 않아 충분히 위협적으로 보였다.
중동의 아이 친화적 문화가 부럽다
아이에게 친화적인 분위기는 베이비엑스포2024의 또 다른 특징이었다. 한국에서는 박람회가 열리는 단시간 내 효율적으로 제품을 구매하고 정보를 얻으려는 엄마들이 몰려들어 샅샅이 페어를 확인하곤 하는 경향이 있다면, 이곳 행사에는 자녀들과 함께 다같이 와서 행사 자체를 즐기는 부모들이 많은 느낌이었다.
무대에서 사진을 찍으면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어린이
곳곳에 볼풀장, 블록놀이 공간과 같이 아이들을 위한 놀이시설이 잘 마련되어 있었고, 아이들을 무대로 끌어내어 패션모델처럼 런웨이를 걷게 한다는지 하여 참가자들에게 즐거움을 줬고, 수유실을 비롯한 휴게 공간도 잘 마련되어 있어 다시 한번 아랍에미리트를 위시한 중동 지역 국가들이 얼마나 아이 친화적인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현재 우리나라의 뷰티 & 스킨케어 브랜드와 식품 등이 한류를 등에 업고 최근까지 중동에서 매우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내년 행사에는 한국에서도 인기 높은 육아용품 브랜드들이 본 행사에 참여해 더 많은 사업 기회를 찾을 수 있기를 소망해본다.

[원요환 UAE항공사 파일럿 (前매일경제 기자)]

john.won320@gmail.com

아랍 항공 전문가와 함께 중동으로 떠나시죠! 매일경제 기자출신으로 현재 중동 외항사 파일럿으로 일하고 있는 필자가 복잡하고 생소한 중동지역을 생생하고 쉽게 읽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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