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판 위에 오른 '지구당 부활론'…국민의힘 전당대회 흔드나

안재용 기자 2024. 5. 31.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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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천안=뉴스1) 구윤성 기자 = 국민의힘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과 추경호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31일 오전 충남 천안시 재능교육연수원에서 열린 제22대 국회의원 워크숍에서 결의문을 낭독하고 있다. 2024.5.31/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천안=뉴스1) 구윤성 기자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불 지핀 지구당 부활이 여당 전당대회를 흔들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지구당 부활법'(정당법·정치자금법 개정안)을 발의하고 나경원·안철수 의원이 지구당 부활에 대해 긍정적 입장을 밝히는 등 다른 당권 주자들도 목소리를 내고 있다.

31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 전 위원장은 전날 본인의 페이스북에 "'차떼기'가 만연했던 20년 전에는 지구당 폐지가 정치개혁이었다"며 "지금은 기득권의 벽을 깨고 정치신인과 청년들에게 현장에서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지구당을 부활하는 것이 정치개혁"이라고 밝혔다. 지구당 부활 논의에 본격적으로 불을 지핀 것이다.

한 전 위원장 외의 당권 주자들도 지구당 부활 또는 원외 정치인의 정치활동 확대를 위한 제도 개선을 주장하고 있다.

윤 의원은 22대 국회 임기 시작일인 전날 지구당 부활 등의 내용을 담은 지구당 부활법을 발의했다. 해당 법안에서는 지구당을 부활하고 후원회를 꾸려 정치자금을 모금해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모금 한도는 연간 1억5000만원으로 제한했다.

나 의원도 같은 날 CBS라디오에서 지구당 부활에 대해 "당연히 해야 된다"며 "저도 원외 4년 해보니까 중요한 것은 정치자금 모금 문제다. 원내 의원들은 정치자금을 모금할 수 있고 원외는 못 하게 돼 있다"고 했다. 같은 날 충남 천안에서 열린 '제22대 국민의힘 국회의원 워크숍'에서도 지구당 부활에 찬성한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안 의원은 꼭 지구당 부활이란 형식을 취하지 않더라도 원외 정치인이 후원금을 받고 사무실을 내 정치활동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 의원이 대표발의한 지구당부활법에 공동발의자로 참여하기도 했다.

안 의원은 전날 국민의힘 워크숍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구당의) 여러 가지 부작용이 많이 줄었다"며 "지구당은 아니더라도 당협위원장과 조직위원장들이 사무실도 열 수 있고 후원금도 받을 수 있는 제도를 만드는 것이 오히려 더 바람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여당의 당권주자들이 일제히 지구당 부활에 찬성하고 나선 것은 4·10 총선에 낙선한 수도권 원외 당협위원장들의 지지를 얻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수도권에서 참패하며 대다수 당협위원장이 원외에 머물게 돼 그들의 지지를 이끌어 낼 방안으로 지구당 부활이 제시됐다는 것이다.

지구당이란 정당의 하부조직으로 각 지역에 사무소를 설치하고 유급직원을 둘 수 있는 법정 조직을 말한다.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등을 맡지 못한 정치인들의 활동공간이었다. 그러나 지구당을 유지하기 위한 불법적인 정치자금 모금, 이권 개입 등이 문제가 됐고 이른바 '차떼기 사건' 계기로 2004년 오세훈법(정당법·정치자금법·공직선거법)이 개정되며 폐지됐다.

일각에서는 한 전 위원장이 먼저 지구당 부활을 제시한 것이 아니라 원외 당협위원장들의 요구를 받아들인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국민의힘의 한 수도권 원외당협위원장은 "지구당 부활에 대해 우리끼리는 논의가 되고 있었다"고 말했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도 "원외위원장들의 제안을 한 전 위원장이 받아들였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지구당이 실제로 부활할지 여부는 현역 국회의원들의 지지 여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의원들이 향후 공천 등에서 잠재적 경쟁자인 원외 정치인들의 활동 공간을 열어주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지구당 부활에 부정적인 의견을 갖고 있는 의원이 많은 경우 전당대회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연일 한 전 위원장 비판에 나서고 있는 홍준표 대구시장이 지구당 부활과 관련 불편한 심경을 내비치기도 했다. 홍 시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구당 부활 논쟁은 반개혁일 뿐만 아니라 여야의 정략적인 접근에서 나온 말"이라며 "민주당은 '개딸 정치'를 강화하려는 목적이 있고 우리 당은 전당대회 원외 (당협)위원장들의 표심을 노린 얄팍한 술책에 불과하다"고 적었다.

안재용 기자 poo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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