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문 감독 결정된 바 없다"…한화 과거로 돌아간다? 새 사령탑 면접 고심 또 고심

김민경 기자 2024. 5. 31.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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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경문 전 감독이 한화 이글스 새 사령탑 후보에 올랐다. ⓒ 곽혜미 기자
▲ 야구대표팀 감독 시절 김경문. ⓒ 스포티비뉴스DB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김경문 전 감독도 후보군 중 한 명이 맞으나 아직 결정된 바는 없다."

한화 이글스가 31일 '김경문 감독 선임이 유력하다'는 보도를 일부 인정했다. 한화 관계자는 스포티비뉴스에 "김경문 전 감독도 후보군 중 한 명이 맞다"면서도 "손혁 단장님께서 후보군을 만나고 계신다. 그러나 아직 새 감독이 결정된 바는 없다"고 설명했다. 계약서를 작성한 단계에 이른 감독은 아직 없다는 뜻이다.

한화는 지난 27일 '박찬혁 대표이사와 최원호 감독이 자진 사퇴했다. 최원호 감독은 지난 23일(대전 LG 트윈스전) 경기 후 구단에 사퇴 의사를 밝혀와 26일 구단이 이를 수락하며 자진 사퇴가 결정됐고, 박찬혁 대표이사도 현장과 프런트 모두가 책임을 진다는 의미에서 동반 사퇴하기로 했다'고 알렸다.

한화는 지난 23일 대전 LG 트윈스전에서 4-8로 지면서 올 시즌 처음 최하위로 떨어졌다. 한화는 3월 성적 7승1패로 선두를 질주하며 돌풍을 일으켰으나 4월부터 긴 연패를 반복하면서 하위권으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5월에는 반등 기미를 보이고 있었다. 최근 9경기에서는 8승1패를 기록할 정도로 대단한 상승세를 타고 있다. 딱 1패를 했던 경기가 바로 23일 대전 LG전이었고, 하위권 팀들이 다 같이 상승세를 탄 여파로 공교롭게도 이날 딱 하루 최하위로 떨어지면서 최원호 전 감독은 자리를 지킬 수 없게 됐다.

최 전 감독이 자진 사퇴하는 그림이 그려지면서 차기 한화 사령탑은 누가 될지 야구계의 관심이 쏠렸다. 한화는 2009년 '국민 감독'이라 불리던 김인식 감독이 물러난 뒤로는 사령탑들의 무덤이 됐다. 2010년 부임한 한대화 전 감독은 2012년 8월 성적 부진을 책임지고 지휘봉을 내려놨다. 이후로는 명장들을 줄줄이 선임했다. 김응용(2013~2014년), 김성근(2015~2017년) 전 감독까지 왕조를 구축했던 사령탑들을 모셔 왔으나 한화는 여전히 최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김응용 전 감독은 임기 2년을 채우고 물러났고, 김성근 전 감독은 2017년 5월 유니폼을 벗었다.

2018년 제11대 감독으로 부임한 한용덕 전 감독은 2010년 이후 한화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끈 유일한 감독이다. 부임 첫해였던 2018년 시즌 성적 77승67패로 3위를 차지하면서 한화에 특별한 가을을 선물했다. 그러나 2019년 9위로 추락하고, 2020년 시즌 초반에도 부진이 이어지자 결국 자진 사퇴했다.

한화는 여기서 또 변화를 선택한다. 외국인 감독이다. 2020년 11월 한화는 카를로스 수베로 전 감독을 선임했다. 한화 구단 역사상 첫 외국인 감독이었다. 한화는 수베로 감독과 리빌딩을 선언했고, 2021년과 2022년 2년 연속 최하위에 머물렀어도 수베로 감독과 동행을 이어 갔다. 그러나 2023년까지 최하위권에서 팀이 벗어나지 못하자 결국 수베로 감독을 경질하게 됐다.

반복되는 실패에 한화는 내부 승격으로 눈을 돌린다. 그게 바로 최원호 전 감독이었다. 최 전 감독은 2019년 11월 한화 퓨처스팀 감독을 맡았고, 한용덕 감독이 물러난 2020년 시즌 후반 감독대행을 맡기도 했다. 수베로 감독이 부임하면서 최 감독은 다시 퓨처스팀 감독을 맡아 다시 유망주 육성을 이끌었다. 퓨처스팀부터 시작해 1군까지 한화 내부 사정을 너무도 잘 아는 지도자였기에 한화는 윈나우를 맡길 적임자로 판단해 지난해 5월 1군 감독으로 3년 계약을 안겼다.

▲ 지난 27일 자진 사퇴한 최원호 전 한화 이글스 감독 ⓒ곽혜미 기자
▲ 한화 이글스는 정경배 수석코치(왼쪽) 대행 체제로 시즌을 치르고 있다. ⓒ곽혜미 기자

한화는 지난 14년 동안 명장, 외국인 감독, 내부 승격 지도자를 모두 경험했으나 끝내 팀은 상위권으로 도약하지 못했다. 그래도 최 전 감독은 한화가 대대적인 리빌딩을 진행했던 기간 육성을 담당했던 지도자였기에 야구계에서는 개막 51경기 만에 지휘봉을 내려놓게 된 건 너무 이른 결정이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또 이미 시즌 중이라 새 감독을 물색할 수 있는 후보군도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그동안 줄곧 하마평에 올랐던 김경문 전 감독과 선동열 전 감독 등이 유력한 후보군으로 불렸던 이유다.

시즌 도중 새로운 지도자가 기존 팀을 장악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최근 시즌 도중 감독이 자리에서 물러나면 추가 코치진 이탈의 변수가 가장 적은 내부 승격 또는 감독대행 체제를 유지하는 경향을 보였다. 구단에서 내부 승격 지도자를 원하지 않을 경우 자연히 안정적인 시즌 운영을 위해 경험 많은 명장에게 눈이 더 갈 수밖에 없다. 그러나 김성근, 김응용 감독 시대를 경험한 한화 팬들은 김경문 감독 유력설에 "과거로 돌아가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수베로 전 감독 시절부터 젊고 새로운 팀을 모토로 삼았던 한화의 방향성과는 거리가 있게 느껴질 수 있다.

김경문 전 감독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 야구 9전 전승 금메달 신화를 이끈 명장으로 평가받는다. KBO리그에서는 2004년부터 2018년까지 두산 베어스와 NC 다이노스의 사령탑으로 지내면서 통산 1700경기에서 896승을 거뒀다.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와는 끝내 인연이 없었으나 두산과 NC를 탄탄한 강팀으로 이끌었다.

한화는 최 전 감독이 물러나고 정경배 수석코치의 감독대행 체제로 시즌을 치르고 있다. 정 대행이 지휘봉을 잡고 28일부터 대전에서 치른 롯데 자이언츠와 주중 3연전을 모두 이기면서 5연승을 질주했다. 한화는 시즌 성적 24승29패1무 승률 0.453를 기록하면서 7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5위 NC 다이노스(27승27패1무)와는 2.5경기차에 불과해 5강을 포기할 단계는 전혀 아니다.

올 시즌을 앞두고 한화는 '윈나우'를 외쳤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뛰던 에이스 류현진을 8년 총액 170억원이라는 거액을 들여 영입했고, 타선과 내야 강화를 위해 외부 FA 안치홍을 4+2년 72억원에 데려왔다. 지난해 외부 FA로 영입한 주장 채은성에게도 6년 총액 90억원을 썼다. 장민재, 이태양 등 스윙맨이 가능한 베테랑 투수들도 FA 시장에서 붙잡고, 이재원, 김강민 등 은퇴 또는 방출 위기에 놓였던 베테랑들을 데려오면서 즉시전력감 확보 및 뎁스 강화에 나섰다. 최근에는 문동주, 황준서, 조동욱, 김기중 등 젊은 투수들이 릴레이 호투를 펼치면서 돌풍을 이끄는 중이다. 신구 조화가 나름대로 잘 되고 있는 상황이다.

외국인 원투펀치도 재정비를 해뒀다. 올 시즌 구위가 떨어지는 경향을 보였던 펠릭스 페냐와 결별하면서 29일 하이메 바리아를 새로 영입했다. 계약금 7만 달러, 연봉 48만 달러 등 총 55만 달러(약 7억원) 조건에 계약했다. 바리아는 빅리그에서 6년을 버틴 선수다. 21살이었던 2018년 LA 에인절스 소속으로 빅리그에 데뷔해 지난해까지 6시즌 동안 134경기(선발 62경기)에 등판해 22승(32패)을 수확했다. 2018년 데뷔 시즌에는 풀타임 선발투수로 활약하며 26경기, 129⅓이닝, 평균자책점 3.41을 기록했다. 2019년부터는 2년차 징크스를 겪으면서 선발과 불펜을 오가는 스윙맨으로 지냈고, 2022년부터는 사실상 불펜투수로 보직이 바뀌었다. 그래도 그동안 KBO리그에 온 외국인 투수들이 대부분 마이너리거 출신인 것을 고려하면 바리아는 빅리그에서 꽤 굵직한 커리어를 쌓고 한국에 왔다고 볼 수 있다.

또 다른 외국인 투수 리카르도 산체스는 최근 팔꿈치 부상으로 이탈해 있으나 재활을 마치고 복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일까지 2차례 불펜 피칭을 하면서 투구수를 끌어올리는 작업을 했고, 다음 주 1군 마운드 복귀를 계획하고 있다. 한화는 바리아와 산체스를 새 외국인 원투펀치로 꾸리고, 이른 시일 안에 새 사령탑까지 선임해 최근 돌풍을 이어 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다.

▲ 한화 이글스 류현진(왼쪽)과 하이메 바리아. 두 투수의 메이저리그 경력을 더하면 100승이다. ⓒ 곽혜미 기자/한화 이글스
▲ 5연승을 자축하는 한화 이글스 선수들 ⓒ 한화 이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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