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쉬는 도시, 자연의 사람들…시민과 함께하는 시흥시 녹지
[더팩트|시흥=김동선 기자] 사회가 고도화되고 도시화가 가속화되면서 역설적으로 자연의 가치는 오히려 높아지고 있다. 생태도시 설계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티모시 비틀리(미국 버니지아대) 교수는 ‘지속 가능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바이오필릭 도시’ 즉, 생태적 한계 안에서 살기 위해 노력하고 자연과 유사한 방식으로 기능하도록 도시를 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비틀리가 얘기하는 바이오필릭시티 효과에는 △미세먼지를 포함한 대기오염 감소 △도심 온도 조절 및 열섬 현상 완화 △도심 소음 감소 △도심 침수 완화 및 도심 수질 정화 등이 있다. 버틀리는 또 인간이 도시에 살 때 느끼는 사회적 고립감이나 우울증 같은 정신질환에 바이오필릭시티가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경기 시흥시는 녹지의 축복을 받은 도시다. 면적의 60%가량이 개발제한구역으로 이뤄져 있고, 농지부터 산림까지 자연의 다양한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올해는 시흥의 공원·녹지 보전과 확충, 이용 방향에 청사진을 제시하는 2040 시흥시 공원녹지기본계획(안)을 수립하고 일상 속 쉼이 되는 녹지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자연 그대로를 지켜내어 더 큰 가치를 만들어 내는, 숨 쉬는 도시 시흥시가 만들어 내는 ‘에코 그린 랜드’의 청사진을 들여다본다.
◇도심 속 20만평 규모 그린스페이스, 시흥시 센트럴파크 ‘곰솔누리숲’
시흥시 정왕동에는 산업단지와 주거단지(아파트) 사이에 거대한 인공숲이 있다. 중앙완충녹지인 곰솔누리숲이다. 옥구2교 사거리에서 시흥천까지, 그 길이만 4㎞, 면적은 69만2000㎡(약 20만 평)에 달한다.
완충녹지란 대기오염·소음·진동·악취 그 밖에 이에 준하는 공해와 각종 사고, 자연재해와 이에 준하는 재해 등의 방지를 위해 설치하는 녹지다. 곰솔누리숲은 시화산업단지의 미세먼지나 오염물질이 주거지역에 닿지 않도록 차단하기 위해 조성됐다.
효과는 상당히 극적이다. 국립산림과학원이 2001년부터 2022년까지 22년간 곰솔누리숲 옆 주거지역의 미세먼지 연평균 농도를 측정한 결과, 2006년 숲이 조성된 지 3년 이후인 2009년부터 주거지역 미세먼지 농도가 산업단지보다 1.7배 빠르게 감소했다.
정화 기능에만 집중한다면 곰솔누리숲의 반만 본 셈이다. 곰솔누리숲은 지난 2019년 시민 휴식공간이자 조경의 환경분야 성장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대한민국 조경대상에서 공공/환경부문 학회장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곰솔누리숲은 생태숲이자, 시민 휴식 공간으로 사랑받으며 다양한 역할을 해내고 있다. 단풍나무와 벚나무, 참나무류, 회화나무, 모감주나무 등 다양한 나무가 살고 있지만 그 명칭에서도 알 수 있듯이 가장 많이 서식하고 있는 나무는 소나무과의 사계절 푸른 나무인 곰솔이다.
때문에 곰솔누리숲 속에 들어서면 솔 향기가 가득하다. 사계절 푸르른 숲에 깔린 흙길은 폭신하게 발을 감싼다. 시는 최근 곰솔누리숲 7블록에 맨발로 걸을 수 있는 황톳길을 조성하기도 했다. 총 250m 길이이며, 맨발로 걸은 후 발을 닦을 수 있는 세족 시설도 마련돼 있다.
◇내 손으로 가꾸는 시민주도형 ‘마을정원’
매일 출퇴근하는 길에 꽃이 피어나고 바람에 살랑대는 초록잎은 마을의 낯을 색다르게 만든다. 시흥시는 지역 곳곳에 있는 유휴부지를 활용해 마을정원을 조성하고 있다. 마을정원이란, 오래된 공원이나 유휴지, 자투리땅에 마을주민이 직접 마을 특성에 맞는 정원을 기획해 조성하고 지속적으로 가꿔가는 사업이다.
언뜻 지나쳐 버릴 수 있는 작은 공간이지만 마을 정원은 다양한 효과를 갖고 있다. 직접 정원을 구성하고 식물을 심어 관리까지 주민들의 손으로 하다 보니 공간에 대한 애정이 생겨나고 공동체 문화도 자연스럽게 피어난다. 사계절 예쁘게 관리되는 작은 정원은 마을의 매력도도 높여낸다.
올해 시흥시는 신현동과 장곡동 주민들이 합심해 마을정원을 만들고 있다. 이를 위해 올 초부터 주민 대상 설명회를 진행하고 마을정원사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정원에 대한 이해도도 높였다. 신현동의 경우 이미 8차 교육과정을 마친 주민들이 직접 마을정원 봉사단을 결성해 관내 공원을 돌며 관리에 나서는 동시에 올해 9월 문을 열 신현동 마을정원을 기획하고 있다.
◇숲문화 조성으로 만드는 시민의 더 푸른 일상
시흥시는 숲을 더 영리하게 활용하며 시민의 일상을 가꾸고 있다. 자연 그 자체가 주는 치유부터 교육, 체험, 소통의 장으로서 시흥시의 숲은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옥구공원숲으로 가면 산림 부산물을 활용해 목공체험을 할 수 있다. 지난 2016년 개장한 옥구목공체험장은 원데이 클래스부터 전문적인 목공기술 교육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초등학생부터 성인까지 참여할 수 있는 원데이 클래스에서는 연필꽂이, 휴지통, 수납함, 선반 등 간단한 생활용품을 만들어 볼 수 있다. 테이블이나 책장, 의자 등 보다 본격적인 목공 제품을 만드는 3~4주 코스의 실용 가구 클래스도 있다.
희망공원에서는 전문적인 목공 기술을 배울 수 있다. 이 전문가반은 목공 작업을 위한 장비 사용법부터 컴퓨터 프로그램을 활용해 도면을 그리고 가구를 제작하는 전 과정을 포함한다.
산림치유 프로그램은 일상에 지친 직장인이나 자연 속에서 쉼을 누리고 싶은 어르신들에게 인기가 좋다. 옥구공원숲 산림복지센터에서 진행되는 해당 프로그램은 건강 차, 아로마오일 테라피, 명상과 맨발 걷기 등 자연을 담뿍 느낄 수 있는 시간들로 가득하다.
시흥시는 지난 5월 24일부터 사흘간 다양한 산림프로그램을 시민에게 알리기 위한 ‘옥구숲의 봄’을 마련했다. 목공프로그램에서 시민들이 제작한 작품을 전시하고 산림치유 코스도 선보였다. 시는 앞으로도 자연과 교감할 수 있는 프로그램 기획을 통해 시민의 더 푸른 일상을 응원한다는 계획이다.
vv8300@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Copyright © 더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연금개혁 이어 '민생지원금 차등 지원'까지…민생 주도권 잡는 李
- 1.3兆 역대 최고 재산 분할에 당혹…최태원 측 "대법서 바로잡겠다"
- 아닌 밤중에 공습경보…시스템 오류 아니라 더 문제
- 액션·장르물보다 로코 선호하는 男배우들[TF초점]
- [취재석] 전세사기가 '개인 문제'? 정부, '사회 문제'로 인식해야
- '유병자 보험' 가입 문턱 낮추는 보험사들…사각지대 공략 나서는 이유
- 서울시의회 새 의장은 누가…남창진·박중화·최호정 물망
- 단숨에 금토극 1위…'커넥션' 안방 사로잡은 몰입감[TF초점]
- [그래도 K리그] '꼴찌는 바로 너!'...12위 성남-13위 안산 '탈꼴찌 격돌'
- 같이 살지도 않았는데…이혼 후 연금 나누자는 전 배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