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학적성시험 지문 축소 검토...LEET 수험생 프렌들리하게 지속 개선"

공태윤 2024. 5. 31. 12:5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정병호 법학적성평가연구원장 인터뷰
"시간 모자라 못 풀었다는 말 안 나오는게 목표
문항별 글자 수 상한선 점차 낮추도록 할 것"
"LEET 출제기준은 지원자 문해력,사고력 측정
폭넓은 독서통해 비판적인 논리력 키워야"
6월 5일 원서마감...8월 20일 성적 발표
정병호 법학적성평가연구원장은 "LEET 난이도와 지문 길이 등을 수험생 프렌들리하게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공태윤


2025학년도 법학적성시험(LEET) 온라인 원서접수가 지난 5월27일부터 시작했다.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는 원서 접수를 앞두고 기자 간담회를 열었다. 지난 5월13일 서울 중구 서소문로에 있는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사무실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정병호 법학적성평가연구원장(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은 "법학적성시험(LEET) 난이도와 지문 길이 등을 수험생 프렌들리하게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 교수는 "전국 25개 로스쿨 입학생들의 상당수가 서울권 소재 대학 졸업자로 채워지고 있다는 것을 들었다"며 "신입생들의 연령도 점점 낮아지고 있어 당초 로스쿨 제도 취지와 멀어지고 있음을 알고 있다"고 이같이 말했다.

법률저널에 따르면 2024학년도 전국 25개 로스쿨 입학생의 70%이상은 서울·수도권 대학 출신이 차지하고 있으며, 연령 또한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이는 로스쿨이 '다양한 사회 경험과 전문성을 가진 인재를 양성한다'는 도입 당시 취지와도 어긋나고 있다. 특히 로스쿨 입학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법학적성시험'이 갈수록 어려워 지면서 30대 이상 합격자 비율이 낮아지고 있다.

하지만 국내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로스쿨 지원자는 해마다 늘고 있다. 2009년 1회 1만960명이던 LEET지원자는 2013년(5회) 7628명까지 낮아졌다가 지난해 2023년(2024확년도)은 1만7360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로스쿨협의회 측은 올해 지원자는 지난해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문제의 난도가 높아지고 지문이 길어지면서 수험생들 사이에선 '발췌독'을 잘해야 합격한다는 말이 나돌 정도다. 정 위원장을 만나 논란이 되고 있는 LEET시험의 개선방안을 들었다. 현재 변호사시험은 법무부가, LEET시험은 법학전문대학원이 출제를 주관하고 있다.

▶'LEET수험생에 프렌들리하게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지문의 길이는 줄이겠다. 문제 푸는 시간도 당장은 아니더라도 장기적으로는 늘려 수험생들 사이에 시간이 없어 못풀었다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할 것이다."(현재 1교시 언어이해는 오지선다형 30문항에 70분, 2교시 추리논증은 40문항에 125분의 시간이 주어진다. 법전원은 시험 초기 1,2교시 모두 35문항씩이던 것을 수험생들의 시간부족 건의를 받아들여 2019년부터 30문항,40문항으로 바꿨다.)

▶지문의 길이를 확 줄여 단답식으로 출제하겠다는 것인가
"현재는 각 문항마다 주어진 최대 상한선에 글자수를 맞춰 문제를 출제하고 있다. 글자수 상한선을 점차 낮추도록 할 것이다. LEET는 단순 지식이 아닌 사고력을 묻는 시험이다. 때문에 문항의 길이를 너무 줄이면 문제 오류가 생겨 원래의 질문 의도를 벗어날 수 있어 단순 단답식 문항은 어렵다."

▶수험생들 사이에 '시험의 난도가 심화되고 있다'는 불만이 높다
"수험생들에게 난이도를 5단계 등급으로 나눠 문제 자료를 제공할 예정이다. 문제 등급을 세분화해 입문자, 초급, 중급,고급 등 수험생들이 자신의 실력에 맞게 공부할 수 있도록 하겠다. LEET 수험생의 학습을 도울 수 있도록 자료를 담은 수험서를 연내 출간할 계획이다."

해마다 늘어나는 LEET 지원자


정 원장은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LEET시험의 출제 절차 등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LEET시험 문제는 '문제은행'방식으로 수많은 문제 풀(pool)에서 문제를 선별해서 출제하고 있다. 각 분야의 출제위원들은 해마다 문제를 만들어 제출하고 법학적성평가연구원에서 그 문제를 면밀히 검토한다. 출제된 문제가 향후 5년간 채택되지 않으면 자동폐기한다는 원칙도 있다. 노호진 법학적성평가연구원 연구실장은 "문제은행에서 선택된 문제가 그대로 정식 LEET시험에 출제된 경우는 한번도 없었다"며 "문제은행에서 선택된 문제는 다수의 출제위원들과 법학적성평가연구원들을 거치면 수차례 수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출제위원들은 LEET시험을 2주 앞두고 모처에 '감금'된다. 휴대폰 등 통신기기는 반입할 수 없다. 문제가 외부에 유출되지 않도록 철저한 감시하에 문제를 출제한 후 시험 당일 1,2교시가 끝난 오후에 비로소 해방된다.

▶법학적성시험이 공부잘하는 SKY출신들에게 유리한 IQ테스트 같다는 비판이 있다.
"LEET는 로스쿨 입학후 효율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사고력을 측정하는 '로스쿨진학 적성검사'다. 2014~2016년 로스쿨 입학생을 대상으로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비교 분석한 결과, LEET성적이 변시 당락과 관련성이 꽤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 LEET성적이 법학적성과 관계가 있고 단지 IQ테스트는 아니라는 말이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로스쿨은 입학때 학교에 차별을 두지 않는다."

▶그럼 LEET 출제 기준은 뭔가
"단순한 법학 지식을 묻지 않는다. 지원자의 문해력, 논리적 사고력을 측정하고자 한다. 때문에 폭넓은 책읽기가 필요하다. 풍부한 독서량은 제시문을 빠르게 읽고 파악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 다양한 학문에서 파생되는 문제를 보면서 왜 그것이 문제이고 결론은 어떻게 도출되었는지 등을 비판적 생각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그것이 논리적 사고력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로스쿨을 처음 준비하는 예비수험생이라면 기술문제 풀이를 통해 법학적성시험이 자신과 맞는지도 확인해 봐야 한다."

정 위원장은 "논술 답안을 보면 수험생의 수준이 보인다"며 논술을 강화해야 할 필요성이 있음을 사견을 전제로 밝혔다. 그는 "최근 지원자들은 자신의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데 서툴다"며 "논술 비중을 높이면 공정성 시비가 생길 우려가 있다"고 아쉬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LEET에서 논술은 주관식 2문항을 출제하고 있다. 주로 찬반을 묻는 사례형이다. 

올해 LEET원서접수는 6월5일(18시)까지 인터넷 원서접수 누리집을 통해서만 받는다. 2025학년도 법학적성시험은 서울, 수원, 부산, 대구, 광주, 전주, 대전, 춘천, 제주 등 전국 9개 지구 시험장에서 시행될 예정이며, 선택한 지구에서만 응시할 수 있다. 배정된 고사장은 수험표 교부 기간인 7월 2일부터 21일 사이에 확인할 수 있다. 원서접수 시 응시 희망 학교를 1~3순위로 선택하도록 하지만, 서울을 비롯해 수험생이 많이 몰리는 시험지구는 원하는 고사장에 배정되지 않을 수 있다. 법학적성시험 성적은 오는 8월 20일 발표될 예정이며, 성적의 반영 방법과 비율 등은 각 법학전문대학원에서 결정한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

Copyright © 한국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