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조작된 재판,나는 무죄…진짜 판결은 11월 대선에서"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성추문 입막음 돈' 재판에서 34개 혐의 전부에 대해 유죄 평결이 나온 것과 관련해 "나는 무죄다.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죄 평결을 받으면서 5개월 여 앞으로 다가온 대선 판세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배심원단의 평결 이후 법원 앞에서 "이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며 부패한 판사에 의한 조작된 재판이다. 진짜 판결은 11월 대선에서 내려질 것"이라며 "나는 무죄며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은 "모든 사람이 이곳에서 벌어진 일을 알고 있다"며 "우리는 잘못된 일을 하지 않았다. 나는 이 나라를 위해 싸울 것이다. 헌법을 위해 싸울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우리나라 전체가 지옥으로 가고 있다. 이 모든 일이 정적을 상처입히기 위해 바이든 행정부에서 행해졌다"면서 "우리는 마지막까지 싸울 것이고 승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측근들도 강하게 반발했다.
공화당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도 성명을 통해 "오늘은 미국 역사상 수치스러운 날"이라며 "민주당은 환호하며 우스꽝스러운 죄목으로 기소된 상대 당의 지도자에게 유죄 결정을 내렸다"고 비난했다. 존슨 의장은 "이는 순전히 정치적인 결정이며, 사법적 행위가 아니다"라고 규탄했다.
부통령 후보로 거론되는 엘리즈 스테파닉 공화당 하원의원도 성명에서 "평결은 미국 사법 시스템이 바이든 아래에서 얼마나 부패하고 왜곡됐는지 보여준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를 위해 두 배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판결은 이론적으로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 일부가 후보 자격 문제 등을 이유로 지지 의사를 철회하면서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지난 5일 ABC 방송이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밝힌 응답자 중 4%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성 추문 입막음 돈' 재판에서 유죄를 받을 경우 지지하지 않겠다고 밝혔으며 16%는 지지 여부를 다시 생각해보겠다고 밝혔다. 만약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층이 일부라도 이탈할 경우 바이든 대통령이 향후 여론조사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도 있다.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 간 양자 가상대결상 격차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의회 전문매체 더힐의 여론조사 종합 분석을 보면 지난 28일 기준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44.3%)보다 1.2% 포인트밖에 앞서 있지 않은 상황이다. '무죄'를 주장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항소할 것이 확실시 되면서 다른 형사 사건은 물론 이 재판에 계속 묶여 있게 된 것도 트럼프 전 대통령으로선 선거운동 및 선거 자금 측면에서 타격이 될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몇 주간 트럼프 전 대통령이 뉴욕에서 재판받는 동안 주요 경합 주를 돌면서 선거 유세를 진행했다.
나아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기 재판' 주장에도 불구하고 배심원들이 신속하게 유죄 평결을 내리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에 대한 우려로 반(反)트럼프 유권자가 결집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반면에 이번 유죄 평결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자를 결집시키는 기폭제가 되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악재가 아닌 호재로 작용할 수도 있다. 실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해 4차례 형사 기소가 반복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지지율이 크게 올라가 당내 대선 경선이 시작되기도 전에 대세론을 형성한 바 있다.
당시 지지자들이 결집하고 선거자금 기부도 급증하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 자신도 "좀 즐기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번에도 평결 직후에 재판 자체가 조작됐다고 주장하면서 "진짜 판결은 미국 국민에 의해 11월 5일(대선일)에 내려질 것"이라면서 지지자들에게 결집을 촉구했다.
김광태기자 ktkim@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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