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국제대회, 강제 휴가 반납에 파업 경고한 유럽 축구 선수들

황민국 기자 2024. 5. 31.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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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체스터 시티 엘링 홀란이 지난해 12월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열린 2023 클럽 월드컵 트로피를 들고 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제공



유럽 무대를 누비는 축구 선수들의 불만이 폭발 직전에 이르렀다. 국제대회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면서 쉴 틈조차 없는 탓이다.

영국방송 ‘BBC’는 31일 잉글랜드 프로축구선수협회(PFA)가 국제축구연맹(FIFA)에 늘어난 국제대회에 불만을 품은 선수들이 파업에 나설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내년부터 32개 팀으로 확대 개편되는 FIFA 클럽 월드컵을 겨냥한 조치다.

추춘제인 유럽 축구는 보통 8월 개막해 이듬해 5월 시즌을 마친다. 선수들은 다음 시즌이 개막하기 전 한 달 가량을 쉬게 마련인데, 국제대회가 열리면 이 휴가도 반납하기 일쑤다. 올해 6월 14일 독일에서 열리는 2024년 유럽축구선수권대회가 대표적이다. 본선에 진출한 24개국 선수들은 조별리그에서 조기에 탈락하지 않는 이상 회복할 여유조차 없이 다음 시즌에 돌입해야 한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일상으로 변할 수도 있다는 데 있다. 2026년 북중미 월드컵이 열리는 가운데 내년에는 클럽 월드컵까지 기다리고 있다. FIFA는 지난해까지 7개팀이 우승을 다투던 클럽 월드컵을 32개팀으로 규모를 키웠다. 이 때문에 유럽에서 국가대표 수준의 기량을 가진 선수들은 3년 연속 휴가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마헤타 몰랑고 PFA CEO는 국제축구선수협회(FIFPro)의 선수들의 경기 소화와 회복 등에 대한 검토 과정에서 “몇몇 선수들이 ‘도저히 못 하겠다. 차라리 파업을 하는 게 낫겠다’고 말했다. 어떤 선수는 ‘나는 백만장자지만 그 돈을 쓸 시간도 없다’고 토로했다”고 선수들의 분위기를 전달했다. 몰랑고 CEO는 “이 발언은 우리 노조가 아닌 위르겐 클롭 전 리버풀 감독과 페프 과르디올라 맨체스터 시티 감독의 입에서 나왔다”고 강조했다.

PFA와 FIFPro는 FIFA에 보낸 서한에서 클럽 월드컵을 강행한다면 다른 대회의 일정을 조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두 단체는 FIFA가 이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에 제소할 계획도 공개했다. FIFA도 선수들의 요구를 무시할 생각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은 이달 초 FIFA 총회에서 회원국들과 A매치 일정을 논의했다. 인판티노 회장은 “우리의 목표는 전세계 축구를 발전시키는 것”이라고 밝혔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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