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마모토가 돼서 왔어요"…또 폼 바꿨다, 한화 160㎞ 기대주 무슨 생각일까
[스포티비뉴스=대전, 김민경 기자] "간략하게 표현하자면, 야마모토 요시노부(26, LA 다저스)가 돼서 왔어요."
박승민 한화 이글스 투수코치는 30일 대전 롯데 자이언츠전을 앞두고 불펜 피칭장에서 우완 김서현(20)의 투구를 지켜본 뒤 한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박 코치는 직접 투구 동작까지 취해 가면서 김서현에게 이런저런 조언을 해줬다. 김서현의 폼이 또 바뀌었기 때문이다. 박 코치가 보기에 김서현은 올 시즌을 앞두고 다저스와 12년 총액 3억2500만 달러(약 4488억원)에 메이저리그 투수 역대 최고액 계약을 한 야마모토처럼 공을 던지려 하고 있었다.
박 코치는 "야마모토가 돼서 왔더라. 야마모토처럼 던지길래 그렇게 던질 거면, 진입할 때 속도를 조금 조절해야 될 것이고 그래야 몸이 빨리 나가는 것들을 방지할 수 있으니까. 그리고 축이 기울고 나가면 머리가 쏠리고 그럴 테니, 야마모토를 따라 하려 할 때 조심해야 할 것들을 조금 설명해 줬다. 오늘(30일) 갑자기 그렇게 던지더라"고 설명했다.
김서현은 올해 6경기에 등판해 7이닝, 평균자책점 2.57을 기록하고 있다. 이 기록만 두고 보면 뭐가 문제인가 싶겠지만, 제구가 계속 흔들리는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 김서현은 올해 9이닝당 볼넷 11.57개를 기록하고 있다. 리그 평균인 3.83개와 비교해 매우 높은 수치다. 피안타율은 0.192로 높지 않은 편인데 WHIP(이닝당 출루 허용수)가 2.00으로 높은 것도 이 때문이다. 투수가 기본적인 제구가 되지 않으면 어떤 상황에서도 마운드에 올리기가 꺼려진다. 김서현은 지난 17일 1군에 등록되고 최근 2주 동안 19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에 딱 한 차례밖에 등판하지 않았다.
김서현이 왜 변화를 굳이 줬는지 그 마음은 박 코치도 잘 알고 있다. 김서현은 지난 시즌을 마치고 새 시즌을 준비하면서 투구폼 수정에 공을 들였다. 최원호 전 감독과 투수 코치진이 합심해 김서현의 팔 각도를 높이기 위해 애를 썼다. 그래야 입단할 때부터 꾸준히 발목을 잡고 있는 불안정한 제구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바라봤다. 성과는 있었다. 김서현은 호주 멜버른 1차 스프링캠프와 일본 오키나와 2차 스프링캠프까지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시속 150㎞를 웃도는 빠른 공에 제구도 꽤 안정적이었다. 당시 코치진이 '이제 됐다'라고 안도했던 이유다.
그런데 김서현은 어딘가 불편했는지 시즌 개막 이후로 다시 팔 각도를 조정하기 시작했다. 최 전 감독은 지난달 김서현의 변화를 이야기하면서 "스리쿼터도 안 될 것이다. 아마 스리쿼터하고 사이드암하고 중간 정도 될 것이다. 스프링캠프 때 모습이 상당히 좋았다. 시범경기 시작하고부터 이제 자기가 또 팔을 자꾸 내리더라. 뭔가 이제 조금 불편하다고 느꼈나 보다. 팔을 내려서 좌우로 벗어나는 공이 너무 크게 벗어났으니까. 그럼 이제 ABS(자동볼판정시스템)도 도입되니까 좌우를 조금 더 잡고, 오히려 상하 쪽에서 벗어나는 공이 발생할 수 있게끔 그런 쪽으로 이제 본인이 팔을 올릴 수 있는 정도까지 올려본 것이다. 그렇게 해서 또 피칭부터 되게 좋았고. 좋으니까 밀고 나갔던 것"이라고 밝혔다.
박 코치는 김서현의 뜻을 존중하고 있다. 대신 위험 부담을 덜 수 있는 조언만 한마디씩 해 주고 있다. 박 코치는 "또 다른 모습으로 공을 던지니까. 그렇게 할 거면 어떤 것을 조심해야 하는지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줬다. 본인이 하겠다는 것을 못 하게 할 수는 없다. 더 안전하고 좋은 것들이 있다고 설명해 줬는데도 불구하고 선수가 그렇게 선택했다는 것은 본인이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변화를 준 것이다. 못 하게 하면 안 될 것 같고, 그렇게 하려면 어떤 것을 조심해야 하는지만 좀 설명해 줬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김서현은 서울고를 졸업하고 2023년 1라운드 전체 1순위로 한화에 입단한 최고 기대주 가운데 한 명이었다. 데뷔 시즌인 지난해 시속 160㎞에 육박하는 빠른 공을 던지면서 2022년 1차지명 문동주(21)와 함께 한화 마운드를 이끌 강속구 듀오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김서현은 시즌을 치를수록 제구 난조에 발목을 잡혔고, 1군 마운드에서 제대로 잡지 못한 채 시간을 보내고 있다.
김서현이 헤매는 동안 다른 한화 투수 유망주들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문동주는 지난해 신인왕을 차지하면서 에이스 류현진과 함께 한화 선발진을 이끄는 주축으로 자리를 잡았고, 최근에는 후배인 2024년 신인 황준서(1라운드)와 조동욱(2라운드)까지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30일 대전 롯데전에서는 2021년 1라운드 좌완 기대주 김기중이 6이닝 무실점 인생투를 펼치면서 한화의 5연승 돌풍을 이끌었다. 한화 마운드의 미래들이 최근 다 같이 빛나고 있는 상황이라 옆에서 지켜보는 김서현은 상대적으로 마음이 더 급해질 수 있다.
박 코치는 김서현이 변화를 줬으면 확신을 갖고 쭉 자기 것으로 끌고 가길 바랐다. 그는 "결과가 안 나오니까. 뭔가 하고 싶은 욕구가 계속 생길 것이다. 지금 김서현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자기 확신이다. 지난 시즌을 마쳤을 때 (김)서현이에게 어떻게 할 것인지 한 가지를 정해서 그것에 대한 확신을 갖고 똑같이 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를 했다. 캠프 끝날 때까지는 잘했던 것 같은데, 결과가 안 나오니까 본인도 불안할 것이고 뭔가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 것이라 우리 코치진도 선수 생활을 해봤기에 잘 안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도 조금 더 그 시간이 길었으면 좋겠다. 너무 짧으니까. 사실 그 방법이 맞는지 틀리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또다시 새로운 것으로 바꾸는 선택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계속 리셋이 된다. 타자들이 사실 10번 나가서 3번만 치면 3할 타자인데, 7번 실패했다고 또 바꾸면 다시 새로 7번 실패할 수 있는 확률이 생기는 것이지 않나. 하던 대로 그냥 하면 이제는 실패는 끝나고 칠 수 있는 확률이 높은 것처럼, 새로운 것들로 바꾼다는 것은 사실은 리셋이 되는 것이다. 갑자기 터질 수도 있으나 실패할 확률도 높다고 나는 생각한다"며 김서현이 이번 변화는 진득하게 끌고 가길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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